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17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가 그대들에게...


  정원에 피어나고 있는 꽃 사진을 앵글에 담으려니

  유난히 할머니, 엄마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늘 초봄이면 텃밭의 흔한 꽃들이지만 할머니는 요런저런 꽃씨들을 뿌리셨다.

     "할머니, 요건 무슨 씨예요?  조건 백일홍 씨라고요? 빨강이 예뻐요, 노랑이 예뻐요?  채송화 씨는 왜 이케 작아요?

     뒤켵의 복숭아 꽃도 곧 발그스레 피겠지요?  앵두는 언제쯤 익나요?..."

  궁금한 게 너무도 많아 끊임없이 질문하는 손자에게, 할머닌 그때마다 주름지신 웃음 꽃으로 한번도 귀찮은 기색없이

답변을 잘 해 주셨다.  그때의 피어오르는 영상들은 모두가 공통점이 있는데, 늘상 기다려야 나타나시는 엄마처럼

무언가 가득한 그리움들.  온 누리가 연초록으로 변할 대자연의 변화에, 어쩌면 꼬맹이의 작은 가슴에도 그렇듯 연한 초록빛 물감이 자꾸만 자꾸만 채색되어 가는 것이다.  

  뒷 산 산새들도 어디선가 겨우내 자던 잠을 깨우고 고요하기만 하던 정적을 이따금 깨뜨리면,

     "할머니, 왜 새들은 겨우내 어디에 있다가 봄이 되면 나타나는 거지요?"

     "인석아, 겨울엔 추워서 잠을 자야 했거던.  이제 따사한 봄이니까 소풍나오기 시작한 거구."


  자연의 모든 것은 그렇게 아잇적부터 특별한 감수성으로 다가왔고, 그 시절부터 무한한 경외심으로 익어갔나 보다.



  엄마에 대해선 어땠을까?  엄마는 직장에 다니시어 저녘 땅거미질 무렵에야 볼 수 있었고 다음날 새벽이면 출근하셔야 했던 고로...

  그래선지 밤의 잠자리, 엄마의 가슴은 늘 고사리 손의 전부일 수 밖에.

      "오늘 낮에 뭐하고 놀았니?"

      "응, 할머니하고 화단 가꾸었어요.  뿌린 씨들은 몇 밤을 지나야 세상에 나오나요?  얼릉 보고픈데...!"


  그런 엄마는 쉬시는 주일이면, 부지런하시어 고단하신 기색도 없이 새벽부터 대청소며 밀린 집 안의 큰 일들로 온통

발칵 뒤집어 놓곤 하셨으니, 모든 엄마들이 다 그런줄 알았다.

  저녘 퇴근 시간이면, 늘상 고개를 치어들고 멀리 고갯길을 이제나 저제나 나타나시려나 학수고대하던 내 모습!

그래선지 지금도 꿈 속에 엄마의 존재는 매양 그리움, 기다림의 연속이어서 제대로 맘 편히 만나지는 법이 없다.           


  아까시아 향기가 짙어질 이맘때면, 솔솔 한강변에서 밀려오는 할머니, 엄마의 그윽한 향그러움!

  어쩌면 두 분은 내 삶에 속한 전부였기에, 곁에 있는 자체가 행복이었으리.

     

  어버이 날인 오늘, 이렇듯 정원에 눈길을 보내노라니 늘상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무들이며 한 땀 한 땀 손길이 간 꽃들이 화사한 요정처럼 할머니와 엄마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속삭여 준다.  그리고 흙이나 작고 큰 돌맹이와 바위들이 서로를

나누는 깊은 우정이며, 흙 속의 지렁이들도 때를 만나 꼼틀거리는 양이 그렇게 미더울 수가 없어, 도심 속 시골스러움이 잘 어우러진 기적이 아닌가 싶어진다.  생명에 대한 경외심과 신성한 믿음이 이 작은 정원에 가득찬 모습!


  아득한 기억 속에 되살아 오는 어릴적 회상에 대한 다양한 영상들!  어른들의 사랑으로 더없이 폭은했던고향과 어린 시절!  마치 시간을 잊은 채 조용히 마주해 있는 멧비둘기 한쌍과 까치도 좀체로 자리를 뜨지않으려는 마냥 한가한 지금의 모습.  어쩌면 먼 과거일지라도 현재와의 사이에 내 자신을 의식할 수 있는 시간은, 한바탕 꿈을 꾸는 꿈처럼 놀랄만큼 짧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할머니와 엄마의 존재가 늘 곁에 계시는 건 아닐까.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9 사랑을 듬뿍 주신 분들 덕분에... T 평화와 선   "난 사랑을 많이 받으며 지내왔다."는 표현을 곧잘 하는데, 실제가 그랬다.   지난 달에 영면하신 막내 숙부님을 비롯하여, 참으로 많은 어른... 김맛세오 2017.11.15 1128
458 삶과 죽음은 결국 하나 T 온 누리에 평화   "거리에 비가 내리 듯 내 마음 속에 눈물이 흐른다."   특히 가을 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이런 날에는, 위의 유명 싯귀가 떠오른다.   ... 김맛세오 2017.10.11 1301
457 광화문 문화 예술 축제 마당을 지나치면서... T 온 누리에 평화   오전 재속회 월례회를 마치고, 여유로워진 오후에는 산책을 나갔다.   그런데 이번엔 늘상 택했던 인왕산 길이 아닌 시청 앞- 광화문- 경... 김맛세오 2017.10.09 1082
456 어쩜 애기가 고로콤 귀여울꼬! T 평화와 선   공덕역에서였다.  바쁜 출근 길이라 너나없이 총총걸음으로 발길들을 재촉하고 있는 아침 시간. 마침 젊은 엄마가 애기(겨우 말을 익히고 걸음... 김맛세오 2017.09.25 1081
455 추억 사진 T 온 누리에 평화를...   오랫만에 페북(Face book)을 통해, 바로 밑 사촌 동생이 안부를 묻는 짤막한 글과 함께 가족 사진을 올렸다.  그 녀석 식구들은 흑석... 김맛세오 2017.09.12 1108
454 소중한 네겝 사막의 추억 T 온 누리에 평화를...   지난 주간의 독서엔 계속 에짚트 땅에서 탈출하여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을 향해 가는 광야에서의 고난 여정을 <탈출기>와 <민수기... 김맛세오 2017.08.12 1235
453 자연의 계절, 인간의 계절 T 온 누리에 평화   어젠 가리봉동 수녀원의 주일 미사에 참례한 후, 가까운 산으로 산행을 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딱히 정해진 산은 없었지만 지하철 노선을... 김맛세오 2017.08.08 1152
452 사진 이야기 T 평화가 온 누리에...   사진...하면, 역시 어린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떠오르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   사진기가 매우 귀했던 동작동 어린시절에 우리 집엔 ... 김맛세오 2017.07.18 1097
451 길 고양이 덕분에, 감사를... T 평화와 선   평소와는 달리 인왕산행 산책 코스를, 산 중턱쯤의 경비처소가 있는 곳에서 왼쪽으로 잡았다.  바로 옆 성곽이 내려다 보이는 경관이 한 폭의 ... 김맛세오 2017.07.14 1216
450 어느 가구점 주인의 친절 T 온 누리에 평화   요즘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나 봅니다.   마침 한 할머니가 우산이 없어 한 가구점 앞에서 비를 피해 서 있었습니다.   곧 가... 김맛세오 2017.07.10 1475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53 Next ›
/ 5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