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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4 08:27

공존의 법칙

조회 수 2753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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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와 선

이곳 성거산에 살면서 자연에 관한한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다.

얼마 전 줄무덤 성지의 야생화 축제에 갔다가
빨간 꽃을 피우고 있는 앵초를 사와 습지에 한창 피고 있는
분홍색 앵초들 사이에 심어 놓았었다.

그런데 다음 날 가 보니,
심술궂은 어느 동물의 짓인지...
그 많은 자연산 분홍색 앵초들은 하나도 건드리지도 않고
유독 한 그루 뿐인 그 빨간 앵초의 꽃을 댕강 잘라 놓았고
잎들을 전부 짓이겨 놓았으니 아연할 수 밖에...
필시 고라니 따위가 그랬으려니 짐작할 수 밖에 없지만,
분하고 미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갸들도 튀는 색갈을 구분할 줄 아는 게 신기했고,
공산당이면 무조건 도깨비로 주입시켰던 어처구니 없는 반공 사상이
횡행했던 지난 시절처럼,
그 동물도 빨간 앵초를 새빨간 공산당으로 여겨 미웠던 것일까 하는
자위적 생각으로 웃읍기도 했다.

이곳엔 다람쥐들도 많이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경당 옆엔 잘 익어가는 딸기가 익기가 무섭게
없어지는 거였다.
알고보니 주범이 바로 다람쥐들...
아마도 달콤한 그 맛을 가장 가까이 쉽게 볼 수 있으니 웬떡인가!

그래서 고놈들과 싸우느니
그냥 고 귀엽게 먹는 모습을 너그럽게 봐 주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비록 딸기 농사는 허방이어도
다람쥐들이 오가는 활기찬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사랑스럽기 짝이 없지 않은가.

인간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리라.
내가 취해야 할 작은 몫을 타인에게 빼앗긴다고 생각하면
밉고 분한 맘이 가리워, 그때부터 원수처럼 생각되리라.

비록 겸비의 자세엔 못미칠지라도
한발짝 떨어져 대할 수 있는 작은 양보, 겸허의 맘이면
자연이건 사람이건 서로가 잘 지낼 수 있지 않까 하는...

고라니나 맷돼지들에게 한 해 농사 작물을
여지없이 파작당하는 농부들의 심정 또한 어떠할까 하는
현실적인 고민도 피할 수 없지만 말이다.

요즘 이곳 성거산 숲 속엔
'큰 꽃 으아리'가 우아한 품위를 자랑하 듯 피고 있어
지나치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니,
얄미운듯 귀여운 다람쥐에 대한 관심을
느긋하게 돌릴 수 있는 작은 행복 또한 간과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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