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2577 추천 수 0 댓글 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 선

6년여 이곳 성거산에 살면서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수시로 (먼저 가신 형제들)묘지를 지나칠 때마다
형제들을 생각하며 두런두런 추억을 화두삼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던 것도
좋았고, 초봄 제일 먼저 피우는 할미꽃을 만나면 가장 사랑해 주셨던
내 할머니의 가슴이 꽃으로 환생한 것만 같아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할미꽃에 이어 진달래가 분홍빛 꽃망울을 떠뜨리기 시작하면,
설레이는 봄맞이 내 가슴은 떠질 것 같은 그 환희를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밤마다 뜨는 달과 영롱한 별들과 밀어를 나누는 것도
성거산에서의 행복 중에 압권이라 할 수 있으니...
특히 새벽 기도하러 경당으로 내려갈 때면
의례히 하늘의 별꽃들과 마주치는 행복을 어찌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별들은 어쩌면 숱한 그리움들이 피어난 또 다른 아름다운
별꽃만 같습니다.

늘상 오르내막 길을 걷노라면,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흐르는 작은 계곡의 청아한 소리에
오랜 친구와 만나 화답하는 것처럼
그때마다 은근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늘 푸른 모습으로 거기에 서 있는 소나무 친구들하며
사시사철 변하는 모습으로 숲을 이루고 있는 나무들이며 풀,
언뜻 모습을 보이곤 하는 귀여운 토끼...
뉘있어 온갖 세상 근심 내려놓고
이런 행복의 교감을 오롯이 누릴 수가 있는지...
성거산에서의 삶은 세상 무엇도 부러울 것이 없는
자연에 사는 자체가 황홀한 순간들이었습니다.

오늘도 이른 새벽부터 시나브로 내리는 진눈깨비가 반가와
묘지 옆 능선 길을 오르며
평소 대하는 나무들이며 낙엽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단풍나무의 가지마다 건강한 아기 잎 눈들이
멀지않을 봄 소식을 전해주며 이렇게 말을 건넸습니다.
"맛...님, 이곳을 떠나도 저희들을 잊지 않겠지요?"
"글쎄...!!!???"
내 인생, 이들과의 만남과 교감으로 참으로 행복했기에
그들에게 은근한 미소를 띄웠습니다.

거의 한평생을 사람들 속에서 복닦거리며 살아왔던
옛 시절에 비하면,
이제 내 연배쯤 되면 굳은 살처럼 굳어진 그런 군더더기들을
저만치 밀어버리고, 하느님과 독대하는 조용한 시간이 필요한
여생이어야 함을...가슴을 열어 자연과 하느님의 소리를 듣는...
성거산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

바람과 마주하고
계곡 물소리에 귀기울이고
조용한 겨울새들의 움직임에 반가와하며
밤이면 헤일 수 없이 많은 별을 바라보는 일,
자연의 벗들과 함께 마지막 순례의 여행을 하는...
여한이 없는 행복한 나날입니다.
  • 아레따 2012.02.21 09:14
    아주 잠시 머물렀던 저도 몇일동안 그 곳에서 나오려하지 않는 마음을 일상으로 끌어내기가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릅니다. 고요함으로, 작음으로, 아름다운 세상이었습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새초롬한 달을 볼 수 있기를...
  • 아스라이 2012.02.21 09:14
    이제 그곳을 떠나 다른 소임지로 가시나 보네요.
    언제 어디서나 늘 저희 곁에 계시니까요 ㅎ
  • 단허 2012.02.21 09:14
    비록 도심에 가시어도 그곳에서도
    향기를 발견하실 수 있으실 것을 기대합니다~~~
  • 2012.02.21 09:14
    T 예, 완전히 다른 환경이지만 제 마음은 늘 하늘 아래 같은 생활이니 감사하고 기쁘게 지내려 하지요. 관심써주심에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48 소나무 예찬 T 평화/ 선 아마도 소나무에 대한 애정을 갖기 시작한 것은 이곳 성거산에 내려와 살기부터라고 하여도 과언은 아니리. 예전엔 어딜 가나 어렵지 않게 만나서였는... 김맛세오 2011.04.05 2996
247 소나무 사잇길(Pine Lane) T 평화와 자비   지난 세월 중에서 작건 크건 잊을 수 없는 일들이 참으로 많다.   특히 남보다 지난 추억들을 유달리 많이 기억하고 있어, 회자에 떠올리는 ... 김맛세오 2016.06.06 1513
246 세째 외삼촌의 칠순 잔치 T 평화가 강물처럼. 지난 토요일, 분당엘 다녀왔다. 평소 늘 가까이 지내온 외삼촌의 칠순 잔치에 초대받아... 몇 가족만 초대하신다기에 초촐한 자리겠구나 여겼... 2008.12.16 3721
245 세밑과 생일오빠 T 평화가 강물처럼... 2006년도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매년 성탄과 연말연시 이맘때면 사촌 여동생들의 어릴 적 생각이 난다. 그녀석들이 붙혀준 내 닉네임... 2 2006.12.30 2177
244 세밑, 이웃사촌들 T 평화와 선 강원도 오색에서 임파선 암으로 요양 중에 있던 초교 동창 녀석의 밝은 목소리-       "여러 곳으로 전이가 되어 강도 높은 항암 치료를 해... 김맛세오 2013.12.24 2054
243 성하(盛夏)의 계절에... T 평화/선 공용 컴퓨터에 이상이 생겨, 개인용이 없는 나로서는 부지하 세월...기다릴 밖에... 하기사 신문을 대한지 오래요 TV에도 관심 끊은지가 퍽 되었건만 ... 11 2007.07.09 2563
242 성탄 선물 아휴! 아파트 리모델링이 끝났다. 리모델링을 마치고 나니 구유작업... 구유작업을 마치니 성탄 미사 후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선물을 구입하기 위해 러시아 시장... 로제로 2008.12.28 1968
241 성인 유해, 유품 이야기 T 평화와 선   오늘 아침 식탁에서 성인들의 유해, 유품 이야기가 회자되었다.   웬고하니 전례를 맡은 형제들이,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라면서 성광에 모셔놓... 김맛세오 2015.09.15 1826
240 성의 신비 성의 신비"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마르 10,8).          1생식 기관으로 또렷하게 표출되고새 생명의 산출을 통해 더할 나위 없이 탁월하게 그 기능을 발휘... 고파울로 2024.05.24 35
239 성모칠고(聖母七苦)...? T 평화/ 선 새해를 맞은 지도 벌써 20여일이 훌쩍 넘어, 오늘도 영하 10도의 매서운 산 속 추위... 금년 겨울처럼 눈이 많이 내리고 강추위가 계속되는 해는 내 ... 2010.01.23 2536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