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06.25 22:11

일상의 작은 기쁨들

조회 수 177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 누리에 평화가 가득

 

오늘은 진종일 천둥번개, 소나기가 오락가락합니다.

이런 날이면 잊을 수 없는 기억이 하나 떠오릅니다.

 

오래 전, 수도회에 입회하기 전에 저는 곧잘 신정동의 외딴 집인 숙부집엘 주말이면 잘 놀러갔지요.

귀여운 꼬맹이 사촌 동생들이 보고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 아이들이 미국의 롱아일랜드로 이민을 가 모두 시집을 간 중년으로 잘들 지내고 있답니다.

아이들 역시 저를 무척 따라, 오죽하면 "생일 오빠"라는 닉네임까지 붙혀 주었으니까요.

 

그 집엘 가노라면, 오류동에서 왕복 벌판길을 따라 1시간은 걸어야 했고

오늘처럼 천둥번개가 진종일 요란했던 어느 날 저는 일나가신 숙부를 마중나가러 기다란 쇳대 우산을

하나는 쓰고 또 다른 하나는 손에 들고 걸어야 했습니다.

하루 종일 애쓰셨을 숙부께 우산을 전해드릴 수 있다는 기쁨이 전부였다고나 할까요.  

그날 저녁 라디오 뉴스를 들으니, 그 동네 사람이 2사람이나 벼락을 맞아 숨졌다네요.

쇳대 우산을 쓰고 든채 먼 벌판길을 다녀왔어도 아무일 없었던 게 그제서야 너무도 신기했던 겁니다.

더군다나 맹랑하게도 조금도 두려움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지금 그때 일을 생각해 보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이 두려움의 대상이기보다는 저에게는 하나의 일상적 기쁨이었죠.

"꽈르릉∼!"하며 연속적으로 치는 천둥번개 속 마중 길이 전혀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숙부를 만나러 가는 기쁨이

퍼붓는 비와 우뢰 소리를 앞서 있었던 거요.

 

*  *  *

 

또 다른 자연에 관한 이야기-

 

그제는 정원에서 갓피어난 예쁜 채송화를 보느라고 쪼그리고 앉았는데,

한 50Cm 거리에서 뭔가 이상한 동물이 여유만만하게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처음엔 "저게 뭔고!" 의아해 했지만, 자세히 보니 옅은 밤색 쪽제비였습니다.

입에다 작은 먹거리를 물고 아마도 새끼에게 주려 제 집으로 향하는 것이었겠죠.

서울이라는 도심지에 쪽제비라니!  그것도 저의 정원, 바로 코 앞에 어슬렁거리며 지나가다니!

 

몇 분 사이에 만난, 서울이라는 도심 속에 출현한 그 동물의 아름다움은 며칠이 지난 지금도 제게 상서로운 감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듯 느린 동작으로 제 코 앞을 지나갔다는 것은, 사람을 대하기만 하여도 극도로 예민한 동물이기에

저에 대한 신뢰가 앞서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아마도 저는 그 쪽제비를 처음 목격한 거지만, 늘 정원을 배회하는 저를 그 녀석은 많이 보아 익숙해 있을 겁니다. 

 

*  *  *

 

그렇습니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기쁨들은 알고보면 전혀 돈이 들지않는 무상으로 주어지는 것들.

작은 채송화에서 예쁘고 화려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나,

모래알 같은 씨앗에서부터 저만큼 무러무럭 잘 자라고 열매를 맺는 방울 토마도며 고추, 상추, 애호박,...등

생명의 환희와 만날 수 있는 온갖 것들은 제가 조그만 관심이나 노력을 기울이면 얻어지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들이란 걸...!!!

조그마한 주위를 기울이면, 마음이 편해지고 따뜻해지는...꼼틀거리는 작은 생명들을 엿볼 수 있는 천혜의 소중함들이 지척에

널려있다는 것을...

바쁘다는 핑게로 늘 열려져 있는 하늘이나 구름조차 바라 볼 시간이 없노라 아우성이는 현대인들!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무상으로 주어지는 작은 행복들이 지천인 것을...

결코 큰 것에서가 아니라 샘물처럼 길어올릴 수 있는 작은 기쁨들... 그런 행복들...!      

 

 

2166975053A8DCF332944C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8 자연 친구들과의 바쁜 나날 T 온누리에 평화 하기사 내 처지에 바쁜다는 건 표현상 그럴 뿐, 유유자적하다 함이 더 적절하겠다. 아무튼 하루의 일과가 그렇듯이 늘 기도하고 일하고...모두가... 2 2009.07.04 1983
377 자매 물에 대한 한 생각 T 평화와 선 "쓰임 많고 겸손하고 값지고도 조촐한 누나 물에게서 내 주여 찬미를 받으시옵소서." 성 프란치스코는 '태양의 노래'에서 물에 대하여 위와같이 노래... 김맛세오 2011.04.05 2472
376 자꾸만 눈에 밟히는 민달팽이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목, 서대문 농협 앞에 꽃들판매 좌판을 벌여놓은 요즈음.  그중에 눈에 들어 온 작은 키의 나무처럼 자란 「바질」이 눈에 띄었다.  조금 거... 김맛세오 2021.03.19 863
375 잊을 수 없는 어느 두 아이 T 온 누리에 평화.   내 기억으로 2019년도 성거산 수도원에서 지낼 적이었다.   성거읍 옆 동네인 입장읍에서 살고있던 두 형제가 있었으니, 가끔 엄마와 함... 김맛세오 2018.01.09 1293
374 입을 복, 먹을 복 T 평화가 강물처럼...   어린시절, 저희 집 마루 선반 위엔 거의 늘 꿀단지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가짜 꿀이 아니어서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당도... 김맛세오 2014.12.08 1457
373 임종이 가까운 고종 사촌의 소식! T 온누리에 평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 평소 느끼지 못하며 살다가도 주변 가까운 이들이 하나 둘 떠날 때마다, 영육간(靈肉間)의 별리를 무척이나 아쉬워하며 ... 2010.07.11 2628
372 임자 잘 만난 채송화들... T 온 누리에 평화     채송화씨를 보셨나요?     먼지만큼 너무 작아, 요것을 심으면 도대체 싹이 나오기나 할껀가 의심스러울 정도죠.   작년에 채송화씨를... 김맛세오 2015.05.11 1442
371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T 평화/ 선 "모든 것이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화엄경의 말씀으로 평소에 무척이나 선호하는 글귀입니다. 어쩌면 이 말씀은 하느님 경지에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 2 김맛세오 2012.03.20 2332
370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T 평화/ 선 "모든 것이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화엄경의 말씀으로 평소에 무척이나 선호하는 글귀입니다. 어쩌면 이 말씀은 하느님 경지에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 2 김맛세오 2012.03.20 2421
» 일상의 작은 기쁨들 T 온 누리에 평화가 가득   오늘은 진종일 천둥번개, 소나기가 오락가락합니다. 이런 날이면 잊을 수 없는 기억이 하나 떠오릅니다.   오래 전, 수도회에 입... 김맛세오 2014.06.25 1779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