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7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가 강물처럼...

 

어젠 모처럼 시간을 내어 팔당에 다녀왔습니다.

1976년도에 영면하신 사랑하는 할머니의 화장 관계로 천주교 공원묘지의 소장을 만나러...

세월이 이만큼 흘러, 화장 모시는 관계로 9월 26일이면 롱아일랜드에서 지내시는 막내 숙부(모) 내외도 오시기로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절차대로 처리하는 비용이 자그만치 2백만원 가까이 든다고 하니,

가난한 집은 화장 모시기도 꽤 어려운 거구나 새삼 우울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상세한 상담을 하러 묘지 소장님을 찾아 간 거지요.

여하튼 세시풍속 절차대로 장례도 아닌 화장을 모시는 일에 서류관계로 여러번 왔다갔다해야 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제가 돈을 쓰는 건 아니지만 머리가 좀 복잡해지는 겁니다.

 

"할머니..."하면,

제 인생에서 엄마와 함께 가장 좋고 큰 인연으로 다가오는 분.

이제 9월에 화장을 모시면 더 이상 팔당에 올 일은 없겠구나 생각하니,

그동안 1년에 2번 이상은 꼭 찾아뵙던 성묘와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팔당 호수의 모습도

끝이려니...사랑하는 할머니와의 '좋은 인연' 한자락이 끊어지는 것만 같아 서글퍼지는 겁니다.

 

제가 얼마 후에 저 세상에 간다면,

다시 재회하게 될 할머니나 엄마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요?

지난 세월이 층층구만층이니, 어릴 때의 모습일지 아니면 돌아가셨을 때의 모습일지...

세상의 잣대로 상상한다는 것이 때로는 재밋기도 하거든요.

성서에서 비추이는 건, 이승과 저승이 우리네 생각하는 것과 전혀 같지 않다고 말씀하죠.

그렇다면 상상하는 자체가 구체적일 수가 없고 그저 막연하게 웃어넘겨야 할 일이지요.

 

어쨌던, 소장님과 이야기하다가 스쳐가는 인연을 잠깐 떠올려 본 거랍니다.

 

"소장님, 그럼 말씀대로 그 비용이 다 드는 것이려니 그대로 절차를 밟겠습니다."하며

막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 찰라에,

소탈하신 소장님이 웃음을 띄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지금까지의 말씀과 표정을 보아하니, 번거롭게 화장터에 따로 예약을 하거나 가실 필요없이 제가 이곳 묘지에서 다 처리해 드릴테니(그것도 상상을 불허할 파격적인 비용으로) 지금까지의 염려일랑 다 내려 놓으십시오.  그냥  29일에 가족들이 오시기만 하면 다 처리해 놓겠습니다." 하시는 거겠죠? 

 

그렇게 소장님과의 첫 만남의 인연은,

참으로 감사해야 할 좋은 인연으로 다가왔던 겁니다. 

 

만남 자체가 작고 큰 인연으로 다가온, 그래서 살아가면서 복된 인연으로 맺어진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요!  먼 행로의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서, 감사의 로사리오 반 졸음 반...

할머니가 오랜 세월 팔당 묘소에 안장되신 인연도

저에겐 더없이 흐뭇하고 늘 감사드려야 할 인연이었으니까요.

 

"할머니, 이승의 끝자락에서조차 저는 늘 할머니의 미소가 떠올라 편안하답니다.    

그 많던 손자 손녀 중에서 저는 단연코 당신의 사랑받는 으뜸 손자이지요. 

하늘나라에서조차 늘 사랑하는 현재진행형 이런 사랑이 어디 또 있겠나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8 라스베가스에서의 별난 경험 T 평화/ 선   2006년도 여름이었으니 꼭 8년이 지난 일이네요.   그해 저는 '안식년'을 보내고 있어, 좀 여유가 있던 터라 우연히 발동이 걸려 L.A에 갈 기회... 1 김맛세오 2014.06.09 2012
377 러시아 음악을 듣다가... 예전 ‘모래시계’ 드라마 주제곡으로 유명했던 러시아 음악 ‘백학(쥬라블리)의 가사내용을 올립니다. 잔잔히 흘러나오는 음악과 가사를 듣고 있노라면 시베리아의 ... 로제로 2008.11.08 2150
376 루까 수사님 축일에... T 평화가 수사님과 함께. "쩌,쩌,쩌...맛..!" 루까 수사님의 불호령과 함께 쥐구멍이라도 찾아야 했던, 까마득한 지원기 시절...수사님은 철없어 길들여지지 않은... 2 2007.10.21 2950
375 리보 또르또의 형제들 T 평화/ 선 오늘 얼핏 리보 또르또(Rivo-Torto)가 떠올려지는 건 웬일일까요. 영(靈)의 타임머쉰이라도 타고 성프란치스코와 그의 초기 형제들이 살던 ... 김맛세오 2012.11.22 3277
374 마(魔)에 시달리는 어느 자매 이야기 T 온 누리에 평화가...   한 생을 지내면서 어느 경우엔 참으로 신비로운 만남도 다 있으니, 오늘 올리고자 하는 경험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역시 2012... 김맛세오 2018.01.09 1405
373 마리나 할머니, 잘 지내시죠? 마리나 할머니, 잘 계시죠?작성자김 맛|작성시간10:21|조회수13목록댓글 5글자크기 작게가글자크기 크게가 T 온 누리에 평화   얼마 전 마을에서 90세 잔치를 하... 김맛세오 2021.02.14 840
372 마음 씀씀이에 달려있는 것을... T 평화/선 평소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을 좋아한다. '모든 것이 마음에서 만들어진다'라는 의미이니, 똑같은 일, 상황에서도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느냐... 2010.01.28 1987
371 마음 아팠던 성지순례길 T 평화를 빕니다.     며칠 전 약속이 되어 안양의 수리산 성지를 다녀왔지요.  창박골이라고 하고 병목안(병의 목처럼 좁혀진 지형이라 하여 지어진)이라는 곳... 김맛세오 2015.07.21 1638
370 만남- 워싱턴 D.C T 평화가 강물처럼... 갑짜기 쌀쌀해진 날씨 탓일까... 작년 여름에 있어던 따스한 만남이 떠올려진다. 하기사 절기상 24일이 상강(霜降:서리가 내림)이려니 추수... 2007.10.21 2022
369 만물은 함께 나누어야 할 형제 자매 T 온 누리에 평화를 빌며...   며칠 전 정원에 있는 키 큰 은행나무 전지 작업이 있었다.  그런데 높은 가지 사이에 까치 한 쌍이 집을 짓느라 몇 날 며칠 분... 김맛세오 2017.03.14 1180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