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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 누리에 평화

 

공부하던 도중 1986년도 여름방학이었습니다.

상주 학생들은 거개가 다 경험을 쌓기 위하여 다른 지방이나 나라로 파견되는 게 관례였죠.

외국인인 저는 혼자 수도원에 남아 있을 수가 없어 예루살렘으로 순례를 가기로 맘 먹었답니다.

그런데 그렇듯 성수기 때에 갑짜기 티켓을 구하려면 보통 2-3백 파운드(24-36만원)를 주어야 하건만,

여행사를 하는 어느 은인집에 사정 얘기를 했더니, 불가능하리라던 예상과는 달리 137파운드의 가장 싼 티켓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싼 티켓은, 예약했던 분이 임박 날짜에 갑짝스럽게 취소하여 빈 자리가 나는 거랍니다.

그렇게 예루살렘행 첫 순례가 순조롭게 이뤄졌던 거죠.

 

문제는 저녁 6시경에 도착하기로 된 비행기가 2시간이나 연착을 한 데서 발생했습니다.

텔아비브에서 섀룻이라는 합승 택씨를 타고 예루살렘에 도착하니 10시나 된 겁니다.

미리 가기로 서신 약속을 해 놓은 대수도원('산 살바도르')의 대문이 철옹벽처럼 닫혀있는 겄이겠죠.

알고보니 8시 정각이면 늘 문을 닫아, 이후 시간엔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것이 불문률처럼 되어 있다나요.

그렇다고 여관이나 여인숙에 잠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제 경험에 비추어 언감생심!

묘안을 강구해 보았습니다.

       "그래, 이 동네 가까운 호텔이 있을테니, 그 곳에 가 부탁 좀 해 보자!"

낱선 곳에서 겨우 찾을 수 있었던 호텔!-

       "부탁 하나 드려도 될까요? 저 건너 수도원에 전화를 해 주셨음 해서요."

그랬더니,

       "거기는 8시 이후엔 들어갈 수 없는 데죠." "그래도 전화 1통화만...!?"

얼마 후에 수도원에서 전화를 받기는 했는데, 너무 늦어 다른 곳에서 자고 내일 아침에 오라는 단답.

그래서 전화를 바꿔달라 해 직접 통화를 했습니다.

       "이미 서신으로 약속이 된 사람을 연착된 비행기 때문에 좀 늦었기로 딴 곳으로 가라니...전화받는 분은

         저와같은 프란치스칸이 아닙니까?"라는 질문이 정곡을 찔렀던지, 한동안 침묵이 흐르다가,

       "수도원 문 앞으로 오시오."라는 응답이 마지못해 들려오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오랜 수도원의 전통을 깨고 들어갈 수 있었던 거지요.

알고보니 간 밤에 전화 통화를 한 분이 바로 그곳 대수도원의 원장님!

이태리 출신 (바오로)신부님으로 몇 년 전 연로하시어 하느님 대전으로 영면하셨다지요.

 

그렇게 그곳에 머무르면서 순례하던 몇 주 동안 그 원장님과 수도원으로부터 VIP 대접을 아주 잘 받았답니다.

 

하루는 '아브라함'의 무덤이 있는 '헤브론'이라는 옆 도시로 순례를 갔습니다.

가보니 팔레스타인들이 대부분 거주하는 동네였고, 무덤이 안장된 곳은 회교도 사원 내에 있었습니다.

도처에서 기도하는 회교도인들을 의식하면서 구석구석 참배를 하고 나왔지요.

드갈 땐 보이지 않던 총대를 맨 유태인 군인들이 나오는 저에게 "어떻게 들어갔느냐? 묻겠지요. 그리고는

       "이곳엔 함부로 홀로이 들어가면 매우 위험한 곳입니다."

알고보니 크리스찬으로서 그런 곳에 허락없이 들어가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거나 마찬가지라나요.

천진한 어린이처럼 그런 위험에 대한 의식이 전혀 없었던 거지요.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요?"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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