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4.06.25 22:11

일상의 작은 기쁨들

조회 수 179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 누리에 평화가 가득

 

오늘은 진종일 천둥번개, 소나기가 오락가락합니다.

이런 날이면 잊을 수 없는 기억이 하나 떠오릅니다.

 

오래 전, 수도회에 입회하기 전에 저는 곧잘 신정동의 외딴 집인 숙부집엘 주말이면 잘 놀러갔지요.

귀여운 꼬맹이 사촌 동생들이 보고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그 아이들이 미국의 롱아일랜드로 이민을 가 모두 시집을 간 중년으로 잘들 지내고 있답니다.

아이들 역시 저를 무척 따라, 오죽하면 "생일 오빠"라는 닉네임까지 붙혀 주었으니까요.

 

그 집엘 가노라면, 오류동에서 왕복 벌판길을 따라 1시간은 걸어야 했고

오늘처럼 천둥번개가 진종일 요란했던 어느 날 저는 일나가신 숙부를 마중나가러 기다란 쇳대 우산을

하나는 쓰고 또 다른 하나는 손에 들고 걸어야 했습니다.

하루 종일 애쓰셨을 숙부께 우산을 전해드릴 수 있다는 기쁨이 전부였다고나 할까요.  

그날 저녁 라디오 뉴스를 들으니, 그 동네 사람이 2사람이나 벼락을 맞아 숨졌다네요.

쇳대 우산을 쓰고 든채 먼 벌판길을 다녀왔어도 아무일 없었던 게 그제서야 너무도 신기했던 겁니다.

더군다나 맹랑하게도 조금도 두려움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지금 그때 일을 생각해 보면,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상적인 일들이 두려움의 대상이기보다는 저에게는 하나의 일상적 기쁨이었죠.

"꽈르릉∼!"하며 연속적으로 치는 천둥번개 속 마중 길이 전혀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숙부를 만나러 가는 기쁨이

퍼붓는 비와 우뢰 소리를 앞서 있었던 거요.

 

*  *  *

 

또 다른 자연에 관한 이야기-

 

그제는 정원에서 갓피어난 예쁜 채송화를 보느라고 쪼그리고 앉았는데,

한 50Cm 거리에서 뭔가 이상한 동물이 여유만만하게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처음엔 "저게 뭔고!" 의아해 했지만, 자세히 보니 옅은 밤색 쪽제비였습니다.

입에다 작은 먹거리를 물고 아마도 새끼에게 주려 제 집으로 향하는 것이었겠죠.

서울이라는 도심지에 쪽제비라니!  그것도 저의 정원, 바로 코 앞에 어슬렁거리며 지나가다니!

 

몇 분 사이에 만난, 서울이라는 도심 속에 출현한 그 동물의 아름다움은 며칠이 지난 지금도 제게 상서로운 감동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듯 느린 동작으로 제 코 앞을 지나갔다는 것은, 사람을 대하기만 하여도 극도로 예민한 동물이기에

저에 대한 신뢰가 앞서지 않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요.

아마도 저는 그 쪽제비를 처음 목격한 거지만, 늘 정원을 배회하는 저를 그 녀석은 많이 보아 익숙해 있을 겁니다. 

 

*  *  *

 

그렇습니다.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기쁨들은 알고보면 전혀 돈이 들지않는 무상으로 주어지는 것들.

작은 채송화에서 예쁘고 화려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나,

모래알 같은 씨앗에서부터 저만큼 무러무럭 잘 자라고 열매를 맺는 방울 토마도며 고추, 상추, 애호박,...등

생명의 환희와 만날 수 있는 온갖 것들은 제가 조그만 관심이나 노력을 기울이면 얻어지는 형언할 수 없는 기쁨들이란 걸...!!!

조그마한 주위를 기울이면, 마음이 편해지고 따뜻해지는...꼼틀거리는 작은 생명들을 엿볼 수 있는 천혜의 소중함들이 지척에

널려있다는 것을...

바쁘다는 핑게로 늘 열려져 있는 하늘이나 구름조차 바라 볼 시간이 없노라 아우성이는 현대인들!

조금만 고개를 돌려보면 얼마나 좋을까요?  무상으로 주어지는 작은 행복들이 지천인 것을...

결코 큰 것에서가 아니라 샘물처럼 길어올릴 수 있는 작은 기쁨들... 그런 행복들...!      

 

 

2166975053A8DCF332944C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1. No Image

    오묘한 자연의 신비 (2) - 도롱뇽과의 동거...?

    T 온 누리에 평화   도롱뇽하면, 가끔 판도라의 시간 속에서 기쁘고 무서워했던 성거산의 추억, 그 시절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도롱뇽에 대하여 도마 위에 가장 많이 올랐던 것은, 아마도 수년 전, 천성산인가(?)에서 산허리를 관통하는 터...
    Date2015.01.26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91
    Read More
  2. No Image

    오묘한 자연의 신비! (1)

    T 온 누리에 평화   얼핏 지나간 옛 일이 떠집니다. 천안 근교 깊은 산 속, 성거산 수도원에서 지냈을 때(2006∼2012년)의 일이죠.   어느 할아버지가 손뼘만한 크기의 작은 무궁화 묘목을 적잖이 가져다 주셨습니다. 수도원 건물을 리모델링한 직후라 무...
    Date2015.01.19 By김맛세오 Reply0 Views1283
    Read More
  3. No Image

    매일이 어제만 같아라!

    T 평화를 빌며.   어제는 참으로 기분 짱인 날이었습니다. 대전 대흥동 주교좌 성당에서 우리 형제들 3명(사제2/ 부제1)이 서품을 받았거던요.   원래 저는 업무상 자리를 비울 수가 없어 그곳 서품식에 참석한다는 건 언감생심! 그러나 주님께서 제 속 ...
    Date2015.01.13 By김맛세오 Reply0 Views1527
    Read More
  4. No Image

    내 인생의 소중한 인연들

    T 온 누리에 평화   아마도 살아가면서 인간관계나 하는 일에 있어서 많이 회자되는 것 중의 하나가  인연(因緣)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애초에 불교에서 나온 용어로,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인 인(因)과 간접적인 원인인 연(緣)을 아울러 이...
    Date2014.12.16 By김맛세오 Reply0 Views1530
    Read More
  5. No Image

    겨울 새들아, 춥지않니!?

    T 평화 & 선   이렇게 날씨가 추운 날에 외출이라도 하면, 체질적으로 추위를 많이 타 우선 손발이 시려워 4계절중 겨울은 제발 '빨리가라...'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러나 어쩌랴?  "추위야 더위야, 주님을 찬양하라.  얼음과 눈들아, 주님을 찬...
    Date2014.12.08 By김맛세오 Reply0 Views1385
    Read More
  6. No Image

    입을 복, 먹을 복

    T 평화가 강물처럼...   어린시절, 저희 집 마루 선반 위엔 거의 늘 꿀단지가 올려져 있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가짜 꿀이 아니어서 혀가 얼얼할 정도로 당도가 높은 진짜 자연산 꿀이었던 거죠. 그런데 저는 워낙 먹는 데 신경을 쓰는 아이가 아니라, 할...
    Date2014.12.08 By김맛세오 Reply0 Views1464
    Read More
  7. No Image

    수리산 다람쥐

    T 평화와 선   오래 전, 그러니까 한 20년 정도는 되었을 겁니다. 그 시절에는 쉬는 날이면 서울에서 가깝고도 먼 산을 얼마나 많이 찾아 등산을 했었는지...!   그날은 파스칼 형제(수사)님과 둘이서 가까운 산본의 수리산을 택하였습니다. 등산이라 하...
    Date2014.12.02 By김맛세오 Reply0 Views1549
    Read More
  8. No Image

    시월 상달이라...!?

    T 온 누리에 평화   시월을 연중 가장 좋은 달이라 하여 상달(上月)이라 하던가요? 그래서 자고로 세시풍속에 의한 행사(감사제, 풍물놀이...등)도 가장 많은 달이기도 합니다. 아닌게 아니라 풍성한 햇곡식하며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서로가 오가는 일이 ...
    Date2014.10.30 By김맛세오 Reply0 Views1767
    Read More
  9. No Image

    예쁜 해골...?

    T 온 누리에 평화   아니 뭔 말인고?  세상 천지에 해골이 예쁘다니...?   그랬다.  며칠 전인 월요일에 영면하시어 팔당 천주교 공원묘지에 모셔진지 38년째 되는 할머니의 유골을 거두어 수목장을 지냈다. 그런데 보통 섬찍하게 여겨지는 해골이, 나의 ...
    Date2014.10.02 By김맛세오 Reply0 Views1593
    Read More
  10. No Image

    사랑하는 울 엄마

    T 온 누리에 평화     "엄마!  엄마보다 내가 먼저 죽겠네!"     그랬다.  살아계셨던 꼭 12년 전에, 나는 엄마에게 몹쓸 말을 내 뱉었다.     엄마는 그 해, 아파트 층계에서 발을 헛디디시어 굴러 떨어지신 바람에, 평소 건강하셨던 분이 뇌수술을 받...
    Date2014.09.15 By김맛세오 Reply0 Views1622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53 Next ›
/ 53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