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온 누리에 평화
'해만 온전히 바라보고 핀다'하여 '해바라기'이라 부르는 것이리라.
영어로는 'Sunflower'라고 하니 우리 말로 직역하면 '태양(해)꽃'이라야 하겠는데,
'해바라기'라고 하니 영어보다 더 정감적인 이름으로 다가온다.
세상에 모든 나무나 식물들이 햇볕을 받는 정도가 다를 수 있어
온전한 양지 식물이 있는가 하면 음지 식물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해를 바라보며 자라고 꽃을 피우기는 매양 한가지다.
오래 전부터 가끔 찾아 뵙는 온양의 (독거)할머니 집에는 꽃잎이 무지 큰 특이한 나팔꽃이 해마다 잘 피우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나도 그 씨앗을 얻어다가 정원에 심었는데,
올 해는 뒤늦게 심어 이제야 꽃송이를 피우기 시작하였다.
나팔꽃 세 그루중 하나는 정원으로 향한 도서실 창가 밑에 심어,
도서실에서 보는 이들이 멋진 나팔꽃을 감상하게 할 요량으로
창가 아래로 옮겨 심어 이제는 제법 덩굴을 세차게 뻗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자라는 방향을 서동방향으로 줄을 쳐 감아주었더니, 얼마큼 자라다가 이내 끝줄기가 감지를 못하고
자꾸만 반대 방향인 동서쪽으로 향하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 해가 매일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니, 나팔꽃도 해가 가는 방향으로 자라고픈 게다.
자연 현상을 거슬러 나는 서쪽에서 도서실 창가쪽인 동쪽 방향으로 자라주길 바라니,
결국 나팔꽃은 참다못해, "왜 나를 자꾸 해가 가는 반대 방향으로 가게 하지요?"라고 언짢아 하는 게 아닌가?
참으로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나팔꽃의 자연 의지를 헤아려 주지 못하고
뒤늦은 오늘 아침에서야 자라는 덩굴을 해가 가는 방향인 동에서 서쪽으로 다시 감아 주었다.
그 옆이나 위아래로 덩굴을 뻗어나가는 오이나 방울 토마토, 애호박 덩굴도 마찬가지.
커다란 잎이 다른 것을 가려 햇볕을 보기가 어려워지면,
즉시 새 줄기나 달리는 열매에 영향을 주어 잎이 누렇게 뜨거나 자라는 열매에 지장을 준다.
해를 향해 꽃과 열매를 키우는 해바라기꽃 만이 해바라기가 아님을...
키작은 채송화는 또 어떠랴!
그 어떤 것보다도 가리움없는 햇볕이 쨍해야 예쁜 꽃을 잘 피운다는 걸.
이 아침, 해바라기 나팔꽃의 교훈에서
신앙 역시 오롯이 하느님을 향한 열정이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자못 깊어지는 게다.
해바라기!
우리 모두 해를 향해, 해를 바라보며, 자라고 튼실해지는 '해바라기'여야 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