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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가 강물처럼...

 

어젠 모처럼 시간을 내어 팔당에 다녀왔습니다.

1976년도에 영면하신 사랑하는 할머니의 화장 관계로 천주교 공원묘지의 소장을 만나러...

세월이 이만큼 흘러, 화장 모시는 관계로 9월 26일이면 롱아일랜드에서 지내시는 막내 숙부(모) 내외도 오시기로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절차대로 처리하는 비용이 자그만치 2백만원 가까이 든다고 하니,

가난한 집은 화장 모시기도 꽤 어려운 거구나 새삼 우울해지는 겁니다.

 

그래서 상세한 상담을 하러 묘지 소장님을 찾아 간 거지요.

여하튼 세시풍속 절차대로 장례도 아닌 화장을 모시는 일에 서류관계로 여러번 왔다갔다해야 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으니, 제가 돈을 쓰는 건 아니지만 머리가 좀 복잡해지는 겁니다.

 

"할머니..."하면,

제 인생에서 엄마와 함께 가장 좋고 큰 인연으로 다가오는 분.

이제 9월에 화장을 모시면 더 이상 팔당에 올 일은 없겠구나 생각하니,

그동안 1년에 2번 이상은 꼭 찾아뵙던 성묘와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팔당 호수의 모습도

끝이려니...사랑하는 할머니와의 '좋은 인연' 한자락이 끊어지는 것만 같아 서글퍼지는 겁니다.

 

제가 얼마 후에 저 세상에 간다면,

다시 재회하게 될 할머니나 엄마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까요?

지난 세월이 층층구만층이니, 어릴 때의 모습일지 아니면 돌아가셨을 때의 모습일지...

세상의 잣대로 상상한다는 것이 때로는 재밋기도 하거든요.

성서에서 비추이는 건, 이승과 저승이 우리네 생각하는 것과 전혀 같지 않다고 말씀하죠.

그렇다면 상상하는 자체가 구체적일 수가 없고 그저 막연하게 웃어넘겨야 할 일이지요.

 

어쨌던, 소장님과 이야기하다가 스쳐가는 인연을 잠깐 떠올려 본 거랍니다.

 

"소장님, 그럼 말씀대로 그 비용이 다 드는 것이려니 그대로 절차를 밟겠습니다."하며

막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 찰라에,

소탈하신 소장님이 웃음을 띄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지금까지의 말씀과 표정을 보아하니, 번거롭게 화장터에 따로 예약을 하거나 가실 필요없이 제가 이곳 묘지에서 다 처리해 드릴테니(그것도 상상을 불허할 파격적인 비용으로) 지금까지의 염려일랑 다 내려 놓으십시오.  그냥  29일에 가족들이 오시기만 하면 다 처리해 놓겠습니다." 하시는 거겠죠? 

 

그렇게 소장님과의 첫 만남의 인연은,

참으로 감사해야 할 좋은 인연으로 다가왔던 겁니다. 

 

만남 자체가 작고 큰 인연으로 다가온, 그래서 살아가면서 복된 인연으로 맺어진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요!  먼 행로의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서, 감사의 로사리오 반 졸음 반...

할머니가 오랜 세월 팔당 묘소에 안장되신 인연도

저에겐 더없이 흐뭇하고 늘 감사드려야 할 인연이었으니까요.

 

"할머니, 이승의 끝자락에서조차 저는 늘 할머니의 미소가 떠올라 편안하답니다.    

그 많던 손자 손녀 중에서 저는 단연코 당신의 사랑받는 으뜸 손자이지요. 

하늘나라에서조차 늘 사랑하는 현재진행형 이런 사랑이 어디 또 있겠나요?"


생활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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