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239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 선

토요일마다 수녀원으로 미사를 드리려 갑니다.
미사에 가기 전 새벽 6시가 좀 못 되어 저 아래 저수지까지
산보하기 위해 걷습니다.
새벽 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차가운 초겨울 공기에 흠뻑 취해선지
그 맑음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북두칠성과 함께 밤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들을 보며 밀어를 속삭일 때마다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으며 사랑할 수 있는 내 자신의 존재감에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절로 감사 기도를 드리게 됩니다.

내리막 길 양 쪽으로 빽빽히 들어찬 나목들을 의식하면
무엇보다도 한겨울에 잔뜩 채비 차리는 인고(忍苦)의 모습에
차라리 그 거룩한 면전에 숙연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리곤 엊그제만해도 곱고 화사했던 단풍들 빛갈들의 추억이
새삼스러워져 내 인생 여정을 다시금 반추하게 됩니다.
내 인생 역시 고왔던 추억들이 얼마나 많았던가...하는...

한편 질서정연한 자연의 행보에 비하면 시간에 얽매어 살아가는
우리네 속 사정엔 낙엽처럼 떨구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자연의 일부분이면서도 자연이지 못하게 살아 온 부끄러움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낙엽을 통해, 별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한 초겨울 날씨에
연못의 비단 잉어들도 물밑 동면에 들어가는지 아예 먹는것도 접어두고
바닥에서 거의 미동도 하지 않는 걸 보면, 곰같은 동물 만이
겨울 잠을 청하는 것이 아니가 봅니다.
나목들 역시 낙엽을 훌훌 떨어버리는 것은 최소한의 생명을 유지한 채
동면에 드는 것일 테지요.

이렇듯 겨울나기를 위한 자연의 갖가지 동면(冬眠)처럼,
내가 자연이고 자연이 나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내 인생 여정 역시 어디만큼 와 있을까도 고려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동면이 아닌 영면(永眠: 영원히 잠드는)을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람아, 너는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가야 함을 생각하라."
아무것도 남김없이 떠날 적에
죽음에서 부활로 옮아가는 절묘한 이치를
자연의 질서 앞에서 깊이 깨닫게 됩니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8 퐁퐁 샘솟는 연못 T 평화가 샘물처럼... 요즘 성거산엔 리모델링 작업으로 무척 조용하던 주변이 어수선하기 짝이 없고, 덩달아 해야할 일이 많아 코눈 바꿔 뜰 새가 없다. 그런던... 1 2008.06.22 1661
377 구절초의 계절이 돌아 왔군요! T 평화가 강물처럼... 어제, 서울 제기동에서의 지역회의가 있어 모처럼의 외출을 하고 새까만 밤에 돌아왔다. 날씨가 흐려서 걸어 올라오는 길이 매우 깜깜했지... 2008.09.25 1661
376 포르치운쿨라 행진 3일째 소식 나눔 도보순례 목적ᆢ기억과 회개 도보순례 장소ᆢ고당공소~ 마명리 아름다운 고당공소... 공소 신자들과 함께 주일미사를 드렸다. 신자수가 40명쯤 ... file 홈지기 2015.07.21 1670
375 연약함과 십자가 T 평화가 강물처럼 공사가 한창 마무리 단계에 있는 이곳, 비는 별로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부터 철철 내리는 빗소리...! 농사짓는 분들에겐 ... 1 2008.06.05 1672
374 [re] 깊어가는 가을 산 http://blog.daum.net/god-nim맛세오 수사님, 저는 수사님께서 제가 정동회관에서 결혼할 때 사회를 봐 주셨던 사람입니다. 벌써 28 년이란 세월이 흘렀군요. 그 ... 아녜스 2009.10.24 1685
373 봄나물의 수난 T 온 누리에 평화 오래 전 유학 시절의 일이다. 같은 동네에 한국인 신자 가족이 있어 주일이면 우리 수도원으로 미사를 오 곤 했다. 미사를 마치고 '고사리' 얘... 2008.04.23 1696
372 인왕산 호랑이...? T 평화/ 선   이렇듯 가까운 곳에 마음만 먹으면 기꺼이 산책이나 등산을 할 수 있는 산이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지요. 바로 지기지우(知己之友)와 같은 ... 2 김맛세오 2015.02.16 1709
371 워싱톤 자매님 T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 그리고 선. 요즘 며칠간 즐거운 비명 속에 지냈다고 할까. 그제 2일 저녁엔, 요한이 엄마와 세레나 자매님이 내 생일 전야제를 마련해 주... 2008.10.04 1711
370 그때 나는 죽었습니다. 마음은 원한다. 돈, 유명세, 힘..등을 심지어 '천국(天國)'도 원한다. 그러나 마음이 원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것은 '죽음'이다. - 물론 자살하는 사람도 있지만... idiot 2008.10.24 1734
369 좋은 인연(因緣), 작고 큰 복(福) T 평화가 강물처럼... 어젠 모처럼 시간을 내어 팔당에 다녀왔습니다. 1976년도에 영면하신 사랑하는 할머니의 화장 관계로 천주교 공원묘지의 소장... 김맛세오 2014.08.12 1736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