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51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평화와 자비


  지난 세월 중에서 작건 크건 잊을 수 없는 일들이 참으로 많다.

  특히 남보다 지난 추억들을 유달리 많이 기억하고 있어, 회자에 떠올리는 이야기가 적지않아

걸핏하면 형제들이 "그건 몇 년 전 일이죠?" 혹은 "그 일은 1년, 5년, 10년,...몇 년짜리죠? 라는 우스개 소리를 주고 받기도

하니까.  그만큼 남보다 잊지않는 기억들이 많다는 뜻일 게다.


  큰 사건이야 물론 잊을 수도 잊어서도 안되는 일이 있지만, 유독 스쳐지나가는 작은 일조차도 잘 잊지 않는 걸 보면

뇌의 구조가 명석하기보다는 특별한 기억력의 소유자임에는 틀림이 없으렸다.


  오늘은 얼핏 스쳐가는, 그러면서도 자주 수채화처럼 떠오르는 '소나무 길'이 떠오른다.

  어딘고 하니 오래 전 공부하던 시절의 '영국, 캔터베리'라는 곳이요, 제일 높은 언덕에 위치한 수도원에서 외출하여

읍내를 향하여 내려가는 길목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담한 집들과, 유독 봄철이면 자그마하고 예쁜 꽃들이 아기자기하게

심겨져 있는 전형적인 영국식 정원들이 바로 그곳이다.  그리고 지나가야 할 한 동리에 제법 키 큰 소나무들 군락지가 있어,

그 거쳐가야 할 작은 동네의 길 이름이 'Pine Lane(좁은 소나무 길)'이요, 주소지도 그렇게 명명한 곳이다.  lane이라는 단어가 의미하 듯이, 울타리, 담, 집 등의 사이에 있는 '좁은 길'이란 뜻.

  난 그 길을 지나칠 때 마다, 아담한 집들과 정원, 그리고 그 안에 가꿔진 꽃들을 구경하면서 좌우로 길을 터준 키높은 소나무군들이 그렇게 정겨울 수가 없었다.  마치 꿈 속에나 그려지는 수채화같은 소담스런 정경이, 그 곁을 지나는 나의 현실과 맞아떨어졌으니까.  그렇듯 작은 기쁨의 순간들은 결코 소유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요, 늘 바쁘게 돌아가 한가한 시간마져 빼앗겨버리는 현대인들에게는 더더구나 느끼기 어려운 행복인 것이다.  작은 기쁨이나 행복은, 다투어 시간을 쟁취하려거나 많은 걸 소유하려는 부자들에게는 결코 주어지지 않는 것들이다.


  '소나무 사잇 길'을 걸으면서 내 정서와 맞아 떨어져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않고 떠지는...그건 바로 사소한 기쁨들을 간과하지 않는 절제의 습관에서 나온 것임에 틀림없으려니, 수도원에서 읍내를 오르내리는 그 길을 마다하고 그때마다 비싼 차비를 들여 영국 특유의 빨간 2층 뻐스를 탔더라면, 정겨운 그 소나무 길이 내 눈에 익었을리도 만무하고, 집집마다 가꾸어진 아기자기한 정원의 꽃들이 눈에 들어 올 리가 없었을 테니까.   하면 작고 아름다운 것들은 대체로 돈이 안든다는 것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매일같이 대하는 하늘이나 공기, 자연은 전혀 돈과는 상관없는 기쁨이요 아름다움이잖는가! 

  반대로 돈...그것도 씀씀이가 헤픈 강남 어떤 부촌의 술집이나 밥값보다도 비싼 커피 한 잔의 값이 넘치는 곳에서의 우상!

자랑스럽게 여기기 쉬운 문명이라는 미명하에 매일 곳곳에 산더미처럼 쌓여져만 가는 쓰레기 더미들은, 얼마 전 가 보았던 제주도의 넓디 넓은 바닷가에도 여지없이 널브러져 있었고, 얼핏 눈길이 스쳐간 오늘 신문엔 북극 빙하가 거의 다 녹아가 진작부터 지구에 적신호가 켜져 있음을 알리고 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지구가 곧 멸망할지언정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심정으로, 요즈음 내 작은 정원의 텃밭에서 자생한 오이, 애호박, 채송화,...작고도 어린 생명들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고 있다.  얘들을 바라보며 매일 물과 거름을 주면서, 보이지 않는 교감들과 함께 기쁨으로 다가온다.


  내 기억 속의 'Pine Lane(소나무 길)'이여!  하많은 시간이 흘러도 너는 내 작은 마음 속 풍요로움!

  정원의 꼼틀거리는 온갖 생명들과 결코 무관하지 않기에, 오늘도 너와함께 기쁨이란 작은 샘을 퐁퐁 길어 올리고 있나보다.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8 연약함과 십자가 T 평화가 강물처럼 공사가 한창 마무리 단계에 있는 이곳, 비는 별로 달갑지 않은 손님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부터 철철 내리는 빗소리...! 농사짓는 분들에겐 ... 1 2008.06.05 1672
407 퐁퐁 샘솟는 연못 T 평화가 샘물처럼... 요즘 성거산엔 리모델링 작업으로 무척 조용하던 주변이 어수선하기 짝이 없고, 덩달아 해야할 일이 많아 코눈 바꿔 뜰 새가 없다. 그런던... 1 2008.06.22 1661
406 늘 하늘 엄마께 감사를...! T 평화와 선. 며칠 전 카메라가 고장이 나 마침 휴일을 택해 남대문 수리점엘 갔었다. 그런데 처음 수리비가 6-7만원이라 안도했었는데 내 분수엔 맞지 않는 거금... 1 2008.06.27 1869
405 성거산 다람쥐 T 온 누리에 평화가. 손자 사랑이 많으셨던 할아버지는 가끔 쳇바퀴 돌리는 다람쥐를 사다 주시곤 하셨다. 신나게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를 보노라면 어린 눈에 ... 1 2008.06.29 1913
404 자연과 인간의 기막힌 조화 T 평화와 선 참으로 오랫만에 컴 앞에 앉아 본다. 그동안 지난 3월 8일부터 시작한 공사로 정말 공사다망했거니와 낡은 콤퓨터가 시도 때도 없이 고장을 일으켰으... 3 2008.09.05 1812
403 구절초의 계절이 돌아 왔군요! T 평화가 강물처럼... 어제, 서울 제기동에서의 지역회의가 있어 모처럼의 외출을 하고 새까만 밤에 돌아왔다. 날씨가 흐려서 걸어 올라오는 길이 매우 깜깜했지... 2008.09.25 1661
402 사랑스런 물매화꽃 T 온누리에 평화가... 갑짜기 기온이 뚝 떨어져 온 천지가 냉냉하다. 덕분에 늦더위가 계속이라던 아우성도 쑥 들어가버리고 성큼 가을이 짙어감을... 방에서 서... 2008.09.27 2427
401 소화(小花) 데레사 성녀를 생각하며... T 온누리에 평화가. "작은 꽃"이란 별명이 붙을만큼, 하느님께 당신의 어린이같은 작은 영성을 꽃피우셨던 성녀, 생각만해도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예쁘셨을꼬... 2008.10.01 1951
400 워싱톤 자매님 T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 그리고 선. 요즘 며칠간 즐거운 비명 속에 지냈다고 할까. 그제 2일 저녁엔, 요한이 엄마와 세레나 자매님이 내 생일 전야제를 마련해 주... 2008.10.04 1711
399 바보 有感 바보는 바보다. 내가 보매, 암만 생각해도 예수는 바보다. 그는 그렇게 죽지 않을 수도 있었다. 대제사장 앞에서, 빌라도 앞에서 그는 챤스가 많았다. 근데, 그는... idiot 2008.10.04 1763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