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온 너의 백성이 타락하였다.”
“주님, 어찌하여 당신께서는 큰 힘과 강한 손으로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신 당신의 백성에게 진노를 터뜨리십니까?”
오늘 탈출기의 얘기를 읽으며 저는 속으로 웃었습니다.
하느님은 모세에게 “너의 백성”이라고 하시고
모세는 하느님께 “당신의 백성”이라고 합니다.
우상숭배와 온갖 못된 죄를 짓는 이스라엘 백성을 놓고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네 백성이니 네가 책임져라,
모세는 하느님께 당신 백성이니 당신이 책임지시라 하는 것 같습니다.
누가 옳습니까? 누가 옳다고 여러분은 생각하십니까?
같은 인간이라 편드는 건지 모르지만 저는 모세가 옳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렴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끌고 나왔습니까?
오늘 모세의 호소처럼 하느님께서 당신의 강한 손과 팔로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데리고 나오신 것이지
어찌 모세가 당신 없이 이스라엘을 데려내 올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모세는 당신의 능력이 이스라엘 백성을 끌고 나올 수 있었고,
당신의 사랑과 자비가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에서 끌고 나온 거라고
하느님의 능력과 사랑에 기대어 용서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스라엘 백성이 이럴 줄 몰라서 끌고 나오신 것이고
그래서 신이 되어가지고 인간처럼 후회나 하고 계시는 겁니까?
그럴 리 없습니다. 하느님은 다 알고 계셨습니다.
오늘 주님께서도 난감해 하시며 이렇게 한탄하시지 않습니까?
“너희에게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
“너희는 또 그분의 말씀이 너희 안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그분께서 보내신 이를 너희가 믿지 않기 때문이다.”
“너희는 나에게 와서 생명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다.”
“너희는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하느님 사랑을 배신하는 인간.
이보다 더 나쁜 하느님 사랑을 우습게 여기는 인간.
하느님의 아들이신 분도 어쩔 수 없는 이런 인간을
같은 인간인 모세가 어떻게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사실 우리도 자식들 때문에 모세처럼 속 터집니다.
하느님을 열심히 믿기를 바라는데 이놈의 자식들이
도대체 하느님을 개떡같이 여기고
성당에를 좀 나가라고 해도 영 말을 듣지 않습니다.
이런 자식에게 부모인 우리는 두 마음입니다.
당신의 자비로 이런 자식들을 벌하지 마소서!
벌을 줘서라도 정신 차리고 올바로 돌아서게 하소서!
두 마음이지만 실은 다 사랑이지요.
그래서 하느님의 아들이 오셔도 안 되고,
무슨 말을 해도 안 되는 하느님 백성을
모세는 이런 부모의 마음으로 고발하고 단죄하며
그래서 오늘 주님께서는 고발하고 단죄하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너희를 변호하던 모세라고 얘기하십니다.
“너희를 고소하는 이는 너희가 희망을 걸어온 모세이다.”
호소로서 안 되면 벌/고통을 주십사고 얘기할 수밖에 없는데
주님께서는 네가 죄지었으니 네가 벌/고통을 받으라고 하지 않으시고
당신도 십자가에서 고통을 당하시며 저들을 용서하시라고 빌으시지요.
그러니 우리도 ‘그래! 본래 내가 이런 족속이야!’라고 하며 뻗대지 말고
우리를 향한 주님의 안타까움과 사랑의 호소를
오늘만이라도 알아드리는 하루가 되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