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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25 16:19

여한이 없는 삶

조회 수 1317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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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평화가 온 누리에...


  평소에 늘 형제들에게는 기쁘게 살아야 한다고 권고했음에도, 실상 혼자 있을 때는 십자가상 예수님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여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는 프란치스코 성인!  얼마나 십자가 고통에 동참하였으면, 그로인해 말년에는 심한 눈병을 얻어 앞을 보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단다.


  최근 며칠동안 음식이 안좋았는지 설사는 하루만에 멎었지만 명치 끝이 간헐적으로 통증이 오는 것이다.  병원엘 가야 한다고 하면서도 자연적으로 났기 만을 바라고 있으니 참 미련도...!

  이런 상태에서 오늘 미사 중에 제대상 십자가를 바라보며, 예수님의 고통이 어떠하셨을꼬 심히 공감이 가지는 거다.  그리고는 며칠 전 갑짜기 50 몇세로 타계했다는 춘천 교구 사제며, 잘 알고 지내던 전주 교구 신부님이 많지도 않은 나이에 갑작스런 뇌졸증으로 현재 식물인간처럼 요양원 신세를 지고 계시다는 슬픈 소식...어디 그 뿐이랴!  그리 고령이 아니심에도 최근 경미한 치매로 홀로 외출이 불가해지신 잘 알고 지내던 수녀님이며, 홀로이 남매를 잘 키운 착하디 착한 자매 한 분은, 혜화동 성당에서 성가 합창 연습을 하고 나오다 빙판 길에 넘여져 1년 가까이 식물인간으로 지냈고, 겨우 깨어나 이제는 어느 정도 거동을 할 정도로 회복은 되었지만 예전같이 성하게 지내지 못하는 안스러움...등, 이런저런 주변의 생각들이 떠올랐다.


  하기사 생노병사(生老病死)라는 궁극적인 인생사에 대하여는 인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리라.  오히려 지금까지 주어진 모든 것에 대하여 감사해야 할 뿐.  그리고보니 내 나이 이 정도로 잘 지내온 것만 하여도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크나 큰 은총이 아니겠는가.  조금만 귀를 기울여도 넘쳐 흐르는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예민함에, 스치는 바람 소리에도 절로 비발디의 사계처럼 들리는 아름다운 나무와 잎들의 속삭이는 악기 소리!   그 뿐이겠는가?  숲 속 새들의 노래며 계곡의 여울물 소리...그들을 품고있는 크고 작은 산(山)들의 신선한 자태!  매일 뜨고 지는 태양과 달과 총총한 별들은 우리의 사고를 초월한 신비한 세계요, 사실 자연과의 통교는 사람의 언어로는 불가하겠지만 오감(보고 느끼며 맛을 보는...)을 통해서는 가능한 것들이다.      

  아마도 우리는 조금만 도시를 벗어나도 주어지는 주변의 자연 벗들이 하느님의 친구들이라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하며 지낼 때가 얼마나 많은가. 도심지의 인간적인 풍요로움 속에 풍덩 빠져 살기에 바쁜 사람들은 그만큼 자연과 멀어져 눈이 멀고 귀가 막혀 결국에는 하느님의 소리에도 멀어져 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또한 지금까지 지내오면서, 함께 지내는 수도원 가족들이며 몇몇 아는 분들...더우기 나를 지금까지 존재하게 하신 가족의 옛 어른들...생각해 보면 온갖 관계 속에서 잘 어우러진 자연과 인간에 감사드려야 할 것들이 참으로 많음에랴!  단 일회적인 삶이지만 당장 내려놓는다 해도 여한이 없다.

  오히려 이 세상에 던저져 지금까지 누렸던 모든 것들이 자랑할 만한 호사를 누린 건 아니지만, 감사해야 할 은총들이 아니겠는가.  마침 온갖 꽃들이 피는 봄철이라, 가깝고도 먼 곳을 수시로 왕래하면서 그 아름다운 감탄들을 앵글에 담기도 하고, 혼자 보기가 아까와 이웃들과 공유하기도 하고...어쩌면 시대를 잘 태어나 여느 왕들이 누린 호사보다도 더 나은 자유요 누림이 아니던가.  적지않은 세월 가꾸어 온 정동 한복판의 정원(크지도 작지도 않은)만 하더라도, 늘상 나를 활기있게 하는 여운을 선사해 주곤 하여 함께 행복하였다.  가까운 벗, 경희궁이며 인왕산 오름 길은 얼마나 친근했던고!  걸핏하면 달려가 어미의 내음처럼 고향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동재기(현충원) 또한 나의 가장 가까운 근린 벗이었다.      


  하기사 인생무상(人生無常)을 절실하게 느낄 때, 그 무상함이야말로 허무에로의 절망이 아니라 살아 온 것에 대한 총체적인 아름다움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프란치스코 성인같은 분은 죽음을 세상 삶의 끝이요 절망이 아니라, 영원한 하느님 나라로 가는 통로요 사랑하는 자매로 기꺼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루를 살아도 여한이 없는 삶!  창밖의 꽃들이 봄바람에 시샘하듯 넘실대며 춤을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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