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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20 11:07

내 인생의 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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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 누리에 평화를...


 과연 인생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에 대한 확실한 정답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결코 무심할 수 있는 문제이거나 피해갈 수 있는 것은 더더구나 아니라고 본다.  곧잘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여, 내 자신의 역량이나 모든 조건에 비추어 인생의 페이스를 잘 조절할 수는 있을 것이다. 

  평소 등산을 좋아하는 내 경우엔, 매일의 걷기 습관에 따라 산을 타는 내 역량이 어느 정도인가를 대체로 가늠할 수가 있어, 천천히 걸으며 등산을 하면 보통 5-6시간을 걸어도 거의 피곤함을  못느끼지만, 앞뒤좌우를 살필 여유없이 정상을 향해 내달리는 건 참으로 역부족이다.

  일전에 청계산에서의 경험이 바로 그런 경우.  한 번 갔던 국사봉 근처, 성 서루도비코 동굴을 다른 코스로 하여 다시 찾으려니, 참으로 어려웠다.  마침 지나가는 40대쯤의 등산객을 만나 물어보니 청계산 가까이 사는 사람이라 등산로를 훤히 꿰뚫고 있어, 친절하게도 따라 오라며 쾌히 앞장을 섰다.  그런데 등산의 달인인듯 보통 빠른 속도가 아니어서 따라잡기가 무척 힘드는게 아니었다.  숨이 턱에 차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거다.  그렇게 한참을 뒤쫒다가 이내 동굴 가까이에서 헤어졌지만, 평소 늘 세월아 네월아 유유자적 걷는 내 자신의 등산 페이스가 그때처럼 힘겨웠던 적이 또 있었을까!

  물론 예전에도 여러번 형제들과 무리를 지어 등산을 하거나 걸었을 때가 있어지만, 제일 밉살스러운게 바로 앞뒤 재지도 않고 혼자 내달리는 형제였으니까...그렇게 정상을 정복하고 쟁취하려는 강한 욕심은, 모처럼의 시간에 '자연과 하나되려' 내려놓고 비우려는 여유있는 의지와는 너무도 달라 자못 황당하고 언짢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 여행이나 관광을 가면서도, 언제부터인가 "빨리빨리!"라는 수식어나 유행어가 붙은것 역시 어찌보면 급속 고속 성장을 해 온 결과의 폐단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친화적인 과거의 좋았던 많은 유산들을 단시일 내에  잃어버렸고, 급기야는 행복의 원천인 자비나 타인에 대한 배려심에 너무나 못미치는 일상사가 얼마나 많아졌는고.

  이런 맥락에서, 어쩌면 오늘날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문명은 직선이고 고속이지만 자연은 어디까지나 곡선이요 저속이어서 모든 면에서 여유와 편안함을 선사한다.  그런 예로, 어쩌다 명절이 오면, 인간의 향기나 그리움이 한껏 배인 모처럼의 고향 길이 고속도로나 고속철도를 이용해 죽자고 다달으지만, 결국엔 허탈감을 안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가족들이 얼마나 많은가.    


  지지난해에 걷기 피정으로 5명의 형제들이 섬진강 시원에서부터 남쪽 끝 바다와 만나는 곳까지 하루에 평균 6-7시간씩 걸었던 추억이 매우 삼삼하게 떠오른다.  섬진강이란 자연의 처음부터 끝 전부가 곡선으로 유유히 흐르기에, 하느님이 주신 물길따라 걸은 그 길 주변이 얼마나 아름답고 풍성했던고!  자연스런 그 흐름은 바쁜 우리네 일상과는 달리 시간에 쫒기는 초조함이 전혀 없었고 조용한 침묵 속에 시종 느림의 등속이어서 걸으면서 묵상하기에 얼마나 좋았던고!  때로는 섬지강 여기저기에 자연적으로 침적된 하이얀 모래하며 바지락 채첩을 하는 아낙네의 모습 또한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한평생 짧고도 긴 우리네 인생에서, 청계산에서나 섬진강 같은 자연과 닮아야 하는 작고 큰 지혜는, 바로 너나없이 바쁘게 달려가며 살다가 왜 살아왔는가 허탈하게 명(命)을 내려놓는 데서는 결코 얻을 수 없지만, 자연에 동화되어 느림의 삶을 살아갈 때라야 비로서 터득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전자는 자칫 자신에게만 몰두하여 채우려는 마음에 고통과 불행에서 헤어나기 어렵겠지만, 후자는 늘 비우려는 마음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게 되고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다. 


  내 인생의 페이스는 등수에 편승하려 안간 힘을 다하려는 마라토너가 아니라, 자연에 동화되어 나의 길을 천천히 걸어가야 하지 않을까싶다.


생활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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