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이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포르치운쿨라 행진을 시작하는 우리에게
너무도 딱 맞는 말씀이고, 제게는 하느님의 섭리로 느껴집니다.
독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떠나 가나안까지 가는 탈출기이고
복음은 주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밀밭 사이를 지나는 얘기이니 맞춤이지요.
그리고 오늘 독서와 복음의 공통점이 가면서 먹는 것입니다.
이는 앉아서 편하게 먹고, 즐기면서 먹는 것과 다른 겁니다.
오늘 탈출기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그것을 먹을 때는 허리에 띠를 매고 발에는 신을 신고 손에는
지팡이를 쥐고 서둘러 먹어야 한다. 이것이 주님을 위한 파스카 축제다.”
이것이 이번 우리 행진의 지침입니다.
옛날 우리가 농사지을 때, 아주 바쁠 때는 그야말로 신을 신은 채
서둘러 먹고 씹으면서 일하러 나가곤 했는데 이렇듯이
우리는 먹으러 가는 것이 아니고, 그것도 맛 집을 찾아 가는 것이 아니라
먹으면서 가는 것이고, 가기 위해서 먹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행진을 하는 것은 더 늙기 전에 이런 경험 한 번 하고,
극단적인 어려움을 통해서 나를 더욱 담금질하거나
느슨하고 안주하는 나의 삶을 다잡고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물론 이런 것이 우리 행진의 동기와 목적이 되더라도 손색이 없지만
우리의 더 큰 목적은 파스카의 인생, 곧 천국을 향한 나그네와 순례자,
복음선포를 위한 순례자와 나그네라는 우리의 정체성을 살기 위해서입니다.
지금까지 이 순례의 목적을 보았다면
이제는 어떻게 순례를 할 것인지를 보겠습니다.
내일 막달라 마리아의 축일을 지내지 않는다면 연중 15주 토요일 독서로
탈출기 13장을 읽을 텐데 이 13장엔 구름기둥과 불기둥 얘기가 나오지요.
어디로 가고 언제 가는지 이스라엘 백성이 구름기둥의 인도를 받았듯이
우리도 언제 어디로 가고, 어떻게 갈지는 구름기둥이요 불기둥인
성령의 인도를 받아서 가면 됩니다.
그리고 프란치스코는 세상을 돌아다닐 때 다음과 같이 하라고 권고합니다.
“나는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나의 형제들에게 권고하며 충고합니다.
형제들은 말로써 논쟁을 벌이거나 다툼하거나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이와 반대로, 모든 사람들에게 예의바르고 정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온유하고 화목하며 겸양하고 양순하고 겸허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득이한 사정이나 병 때문이 아니면 말을 타서는 안 됩니다.
어느 집에 들어가든지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하고 인사하십시오.
그리고 거룩한 복음에 따라, 차려 주는 음식을 먹어도 됩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는 섶을 지고 불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가는 곳은 우리를 환영하는 사람보다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생명과 평화’, ‘신재생 에너지’, ‘탈 원전과 화력발전’, ‘에너지 절약’이 이번
우리 행진의 구호인데 이 지역 대부분이 원전과 화석연료의 찬성지역이지요.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프란치스코는 싸우지 말라고 합니다.
우리는 생명을 얘기하되 평화롭게 얘기하는 겁니다.
우리가 가는 길의 성당들이 우리를 환대치 않아도
우리는 판단하고 단죄하거나 서운해 하거나 분노해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우리들 간에도 판단하고, 논쟁하거나 다투지 말아야 합니다.
생명과 평화를 얘기할 우리가 먼저 평화를 이뤄야 하지 않겠습니까?
마지막으로 우리는 안식일의 주인답게 당당해야 합니다.
안식일의 주인은 하느님이시지만 또한 사람의 아들이라고도 하시니
우리도 사람의 아들처럼 그리고 다윗과 프란치스코처럼 주인답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을 당당하게 먹어도 됩니다.
다윗은 성전의 사제들의 음식을 자기 음식인 양 먹었고,
프란치스코도 필요한 경우 사람들이 차려준 것은 물론이고,
차려주지 않고 밭에 있는 것까지 마치 자기 것인 양 먹었습니다.
프란치스코에게 모든 것은 하느님이 주인이기에
내 것도 네 것이고, 네 것도 나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길 가다가 포도밭의 포도를 서리해먹었습니다.
그러나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은 감사드리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차려주는 것은 하느님께서 사람들을 통해 차려주는 것이니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하느님 것을 자기 것 삼지 않고
하느님 대신 주는 분들에게도 감사드려야 하겠습니다.
잘 다녀 오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