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7.11.20 11:19

내 마음의 고향

조회 수 128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 온 누리에 평화.


 사람은 누구나 한 두군데쯤 마음 속에 품어 둔 고향이 있어, 그 그리움은 그의 삶에 있어서 행복과 직결되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그제와 어제, 1박 2일간 몇 분들의 피정을 함께 해 드리면서 예전 6년간 지냈던 성거산을 오르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거였다.  어디 성거산 뿐이랴!  시간만 나면 자주 가는 동작동 현충원 역시 감수성이 예민했던 어린시절에 산과 냇가, 그리고 한강이라는 자연을 배경으로 한 무대였던만큼 내 그윽한 마음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첫 자리의 고향인 셈이다.

  살아가면서 슬픈 일이나 어려움이 닥칠 때, 찾아보고 마주 할 수 있는 고향이 있다는 건 그리 길지는 않더라도 행복을 느끼게 하는 청량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성거산의 경우도 짧은 6년의 기간이었지만, 그 산이 품고있는 능선들과 계곡들이며 수려한 소나무와 잘 어우러진 참나무며 여러 수종의 나무들과 야생화, 그리고 자신들의 영역에서 평생 벗어나지 않고 살아가는 갖가지 동물들과 새들...등과 어쩌다 마주할 적이면 고향에 상응하는 야릇한 만남의 행복을 느끼곤 하는 것이다.

  마침 올 들어 초겨울을 방불케 하는 추운 날이라, 파르라니 퍔과 손이 시려워 추위를 잘 타는 나는 연신 따스함이 그리웠다.  

  

  길게건 짧게건 한 곳에 머무르고 마음에 익숙해진 고향이 있다는 건, 어쩌면 그 사람의 행복과도 직결되어 있어, 모처럼 찾아 간 성거산의 모든 것들이 그랬다.  우선 수도원에 오르는 길목에 제일 먼저 고향을 찾아 간 반가움처럼 만나는 '천흥리' 저수지를 지나치게 된다.  마침 늦은 오후라 길고 긴 산 허리에 반쯤 걸친 해너미의 모습과 저수지에 비친 산의 영상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6년간 톱 하나로 온통 소나무와 진달래 능선을 전지해 주며 친해진 나무들이, 멀리서도 담박에 알아보곤 반가운 친구를 맞이하는 듯한 손짓을 하는 게 아닌가.

  어쩌다 일이 있어 서울에 다녀 오는 날, 새까만 그믐 밤에 저수지를 지나칠려면 사위가 너무 어두워 얼마나 적막산이었던가!  그럴때면 산을 울리게끔 큰 소리로 가사만 바꿔 산토끼 노래를 부르며 어둠과 친숙해지려 했고, 그럴라치면 용케도 내 목소리를 알아 들었다는 듯 지척 거리에 나타났던 산토끼!...마치 동화 속에나 있을 법한 일들이 일어나곤 했으니...^^ 참으로 신기했음에랴!!!

  그리고 수도원 가까운 주변엔 내 손길이 머물다 간 어린 소나무들도 여러 그루 있었다.  게중엔 애시당초 분재처럼 자라는 어린 소나무들이 있어, 애지중지 관심을 기울였고- 한 번은 어린 소나무를 키우겠다는 지인이 있어, 그중에 1년생 어린 것을 뿌리가 상할새라 그대로 화분에 옮겨드렸다.  그런데 웬걸, 야생성을 멀리해선지 전혀 자라지 못해 비실비실, 어린 솔잎이 노오랗게 변해가고 있어...안스러워 못키우시겠다면 2년 정도 후 내게로 돌아 와 수도원 가까이 여러 소나무 친구들 곁에 다시 심어 주었다.

  그 소나무가 지금은 6-7년생 헌칠하게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어, 갸를 볼 때면 퍽으나 대견한 생각이 들어 가만히 쓰다듬어 주며 미소를 짓게 된다.


  그렇게 어쩌다 성거산엘 가면, 산이 품고 있는 모든 자연 사물들의 추억과 함께 그들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의무가 생겨, 친숙해진 고향처럼 그리움 가까이 다가서는 것이다.  성거산은 그렇듯 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한 고향이랄까...모진 초겨울의 찬바람에도 잊지않고 훈훈함을 선사하는 내 마음의 고향...이렇듯 한 구석 자리해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고!!!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8 '...모든 성인의 통공을 믿으며...' T 평화를 빕니다. 성거산(聖居山)의 가을- 높고 맑은 하늘과 단풍들기 직전의 한껏 푸르름은 마치 내 인생 여정을 반영이나 하듯 맘껏 기지개를 켜는 시원함이다.... 6 2006.09.13 2517
107 우리는 어떤 그리움으로 만나는 걸까 T 평화가 샘처럼... 오늘처럼 아침부터 비가 촉촉히 내리는 날엔 특히 누군가 그리워집니다. 더우기 이렇듯 비와 더불어 산을 감싸고 있는 안개가 폭은하게 느껴... 김맛세오 2011.11.29 2523
106 성당 가는 길 늘 수도원 안의 성당 전례에 참석해 왔던 난, 두꺼운 옷을 입고 성당까지 걸어가야 하는 것이 처음엔 불편함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침 일찍 성당 전... 1 로제로 2008.12.09 2527
105 곤즐박이 새 부부 T 샘물같은 평화 한 차례 새하얀 산벚꽃이 지나간 봄의 자리에 연초록 봄의 이야기도, 어느덧 짙푸러져만 가는 성거산의 모습! 쥐방구리 드나들 듯 유리 문을 여... 1 2010.05.19 2533
104 정(情) T 평화/ 선 거의 매일 별꽃을 대할 수 있던 성거산의 밤하늘과는 달리 서울은 그야말로 '별볼일이 없는' 잿빛 하늘! "풍요롭게도 살 줄 알고 가난하게도 살 줄 아... 4 김맛세오 2012.03.06 2533
103 어느 착한 아일랜드 형사님 T 평화가 강물처럼... 인생 여정에서 저처럼 좋은 인연들을 만난 사람도 드믈 것입니다. 갑짜기 탐정 소설 속에나 나올 법한 잊을 수 없는 추억 하나를 반추해 보... 김맛세오 2012.03.07 2535
102 성모칠고(聖母七苦)...? T 평화/ 선 새해를 맞은 지도 벌써 20여일이 훌쩍 넘어, 오늘도 영하 10도의 매서운 산 속 추위... 금년 겨울처럼 눈이 많이 내리고 강추위가 계속되는 해는 내 ... 2010.01.23 2536
101 정신병원으로 가는 길 정신병원을 다녀왔다. 뽀르찌웅쿨라 행진에도 참석했던 아르센에프의 따냐, 큰 아들(아르쫌)이 친구에게 머리를 얻어맞고,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어 이곳에 입... 2 로제로 2008.11.26 2542
100 인생... T 평화와 선 유난히도 춥고 눈이 많이 내리는 이 겨울! '살아간다는 의미'가 더욱 절실해지는 까닭에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예민해 지기도 한다. 예년 ... 2011.01.09 2542
99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할까요? T 온 누리에 평화가 가득 유난히 길었던 꽃샘 추위가 이제는 물러가는 것이겠지요. 촉촉히 대지를 적시는 봄비로 잔뜩 움크리고 있던 만물들이 파릇파릇 생기를 ... 2 김맛세오 2012.04.11 2543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