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2017.12.30 08:52

작은 이모의 생신

조회 수 15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T평화와 선


  "이모, 오늘 생신 축하드리구요, 무슨 약속 있으셔요?  없으심 제가 점심 사드릴테니, 이모 집 가까운 곳으로 나오실래요?"


  사실 큰 이모가 파킨스 병으로 칩거하신 이후 몇 년 동안은 내 쪽에서 전화라도 하기 전엔

두 분과 함께 만날 일이 거의 없었다.  이렇듯 가까운 친척간에도 만날 일이 거의 없는 요즘의 대세를...하기사 얼마 전의 내 생일엔 큰 이모가 건강이 좋으셨던라면(노래방에도 함께 가셨을 테지만) 그렇지 않았겠지만, 축하의 전화 한 통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옛과 지금의 너무나 달라진 대세이려니, 인간관계에 있어서 남이 나에게 관심 써 주기를 바라는 건 언감생심이랄까.

  그렇게 이모와 약속을 해 놓고, 이왕이면 의정부의 세째 외숙부께도 알려드리고 싶어 전화를 드렸다.  "외숙부, 오늘 작은 이모 생신인거 알고 계신가요?" 하고 여쭈니까, "그러니?  깜빡 모르고 있었는 걸. 알려주어 고맙구나!  그럼오전 병원 진료갔다가 나도 범계역으로 가마." 

  그랬다.  평소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많으시고 잘 챙기시는 편인 외삼촌이 바로 밑 여동생의 생일조차도 그냥 지내치실 뻔 하다가 조카의 전화로 알게 되신 걸, 전화상의 느낌으로도 퍽 고마와 하시면서 숙모와 함께 기꺼이 참석하신단다.  연세가 80이 다 되시어선지 예전과는 퍽으나 사고의 능력이 떨어져가시는 듯한 외삼촌!


  약속 시간에 맞추어 범계역으로 나가니, 딸네미를 앞세워 작은 이모가 먼저 나와 기다고 계셨고 매우 반갑게 맞이 하셨다.  얼마 후 먼 거리인 의정부에서 승용차로 오신 외삼촌 내외와 합세, 바로 옆 예약이 된 음식점으로 향했다.  그렇게 모처럼의 이모 생신 축하 자리에서 오랫만에 뵙는 어른들의 모습이 얼마나 흐뭇하고 화기애애했던지! 


  그런데 건장하시던 외삼촌의 뒷모습이 무척이나 왜소해지셨다.  예전에 엄마가 그러셨던 것처럼...외삼촌도 세월에 이기는 장사가 없는 것처럼, 그토록 장대해 보이시던 분이 어쩌면 그리 작아지셨을꼬!  더군다나 최근 평생 내가 달고 사는 어지러움증을 외삼촌도 지니게 되시어 자주 힘드시단다.  그 병이라면 운전하시는 것도 매우 위험한데, 여전히 승용차를 운전하신다. 


  그렇게 오랫만에 한 자리를 마련한 에니메이터 역할을 내가 한 것이지만, 정작 점심값은 작은 이모 딸이 내었고, 그래도 잘 사시는 외삼촌이 그에 상응한 이상의 돈을 이모에게 생일 선물로 건네주시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커피집으로 모시려 했지만, 너무 사람이 많아 대신 축하 치즈 케잌을 사드리고는 모두 함께 가까운 이모 집으로 향했다.  

  케잌을 자르며 생신 축하 노래를 불러드리면서, 차를 나누며 한동안 이런저런 지난 이야기들을 나누니 행복이 따로 없었다.  그렇듯 작은 관심이야말로 한 세상 살아가면서 지닐 수 있는 행복인 걸...평소 인간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하느님께서 지긋이 미소지으시는 그런 바램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흐뭇한 작은 이모의 생신 자리였다. 

  또한 어른들이 오래오래 건장하게 지내시어 모처럼의 자리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순식간에 지나갈 이 세상 짧은 삶에서, 얼마나 큰 기쁨이요 감사할 일일런가!  행복이란 무슨 큰 일에서보다 오히려 작은 관심에서 퐁퐁 길러낼 수 있는 샘같다는 걸...^^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 짧은 만남 긴 여운- 온야떼의 수녀님들 T 가득한 평화 지난 여름, 8월 바스크와 스페인에 순례할 행운의 시간을 가졌었다. 마침 든든한 안내자 우요셉 신부님이 거기에 계셨기에 내 발길은 진작부터 그 ... 2007.02.08 2505
57 김장은 했누...? T 평화/ 선 지난 김장철이었다. 김프란...형제, 왈: "형제님, 오늘 김장독 좀 함께 씻을라요? 맛..형제: "우리 김장은 언제 할껀대요...!?" 김프: "헛,허..., 김... 1 2007.02.05 2431
56 한 겨울 이맘때면... T 평화가 강물같이. 나 어릴 땐, 동작동에서 바라다 본 한강이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어쩌면 흘러가버린 과거를 기억하는 건 영영 되돌릴 수 없는 허구일런지도 ... 2 2007.01.31 2390
55 한겨울 개구리라니...!? T 평화와 선. 계곡이라야 비가 많이 올 때나 계곡 구실을 할까? 간헐적으로 어쩌다 물이 고여있는 수도원 옆 계곡. 신기한 것이 다른 계곡엔 빙판이 졌는데도 그... 1 2007.01.25 2342
54 남원 아이들 T 평화가 강물처럼... 얼마 전, 벼르고 벼르던 남원 아이들이 성거산엘 다녀갔다. 실은 아이들이 아닌 중년의 어른이지만, 난 맘 속으로 그 애들에게 만은 그렇게... 1 2007.01.23 2190
53 감기와 함께 여행을... T 평화/ 선 서원식과 회의가 있던 정동에서의 몇날, 첫날부터 얇은 이블 덕으로 홈빡 감기에 들고 말았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콧물과 재채기,가벼운 기침... 그... 1 2007.01.22 2160
52 쥴리아 할머니,오래오래 건강하셔요! T 평화를 빕니다. 할머니- 조선 이씨 왕가의 마지막 며느님이라는 소개를, 예전 몇 편의 글에 올렸다가 웬 이상한 스토커를 만나 급기야는 지워버릴 수 밖에 없었... 2007.01.03 2312
51 세밑과 생일오빠 T 평화가 강물처럼... 2006년도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매년 성탄과 연말연시 이맘때면 사촌 여동생들의 어릴 적 생각이 난다. 그녀석들이 붙혀준 내 닉네임... 2 2006.12.30 2177
50 성거산에서의 첫 성탄 T 축, 성탄! 지극히 가난하시고 하느님 아드님이시면서도, 스스로 겸비(謙卑:겸손하고 비천함)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시어 그것도 말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님! ... 2 김맛세오 2006.12.26 2192
49 부산, 봉래동 성당 T 평화를 빌며... 지지난 주일 대림절 특강을 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좀체로 가기 힘든 부산엘 다녀왔다. 사실 어쩌다 무슨 강의를 한다는 게 나로서는 무척 부끄... 2 2006.12.20 3323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42 43 44 45 46 47 48 49 50 51 52 Next ›
/ 52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