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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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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온 누리에 평화가 오기를...


  가끔 가슴이 먹먹해지면,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란 싯귀절이 떠오른다.
  지금 한창 열기가 더해가는 평창 올림픽을 대하면서도, 마음 속 깊이 살어름판을 걷는 듯한 심정은
나 만이 지니는 그런 느낌은 아닐게다.  올림픽 직후, 남북간 이 나라의 귀추가 어찌될지...사뭇 궁금해지는 거다.  하기사 걱정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평소 사람들이 지니는 걱정이나 염려는 90 몇 프로 이상이 실현 불가능이요 쓸데없는 기우라고 하지 않는가.  

  곧잘 불안하기 짝이없는 현 시국을 걱정하면서, 습관처럼 매일 오르는 인왕산 길을 걷노라니 좀처럼 가실 줄 모르는 한파의 냉기가 뺨을 때린다.  그리고는 거의 같은 길, 장소를 지나치면서 막닥뜨리는 똑같은 바위들하며 나무들을 대하면서도, 내 심성이 그래서인지 늘 새로운 만남처럼 반갑기 그지없다. 
  얼마 전 눈이 내린 직후였다.  성곽길을 따라 걷노라니, 참새들 여러 마리가 눈 속을 헤집으며 뭔가를 열심히 쪼아먹느라 내 앞 길 코앞에서 비켜줄 줄을 모르는 거다.  물론 그런 상황에서 휘- 쫒아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어디 그럴 나인가?  "얘들아, 미안하지만 길을 비켜주지 않으련?"  혼자 말을 중얼거려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럴 경우엔 내가 다른 길을 택하여 휘돌아 갈 밖에...덕분에 아주 가까이에서 휴데폰 카메라로 그들의 예쁜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겨울이면 유난히 손발이 시려운 나로서는, 참새들이나 강아지...들이 차가운 눈밭에서도 끄떡없이 잘 견디는 걸 보노라면, 얼마나 대견스러운지!

  성곽을 따라 휘돌아 걷다보면 어느 지점에선가 양지바른 곳에 매년 이른 봄이면 제일 먼저 피는 여린 풀꽃이 있다.  그 정확한 이름은 식물 도감을 찾아보면 알 수 있겠지만, 아직도 이름은 모른 채 입추가 좀 지나면 어김없이 그자리에 피곤하여, 이맘때면 고대하는 눈길을 주곤 한다.  계속되는 영하 십 몇도를 오르내리는 한파 속에서도 봄은 여지없이 여기저기 마련하고 있으니, 바람을 적당히 맞으며 듬뿍 해바라기를 할 수 있는 장소의 풀잎들은, 신기하게도 진작부터 그 생명의 빛갈이 다름을 눈여겨볼 수가 있다.  참새들에게 말을 건네듯이, 풀잎에게도 다정하게 말을 걸으며 살짝 쓰다듬어 주면 분명 그 응답의 소리가 들려온다.  "맛..님, 며칠만 지나면 저희 꽃들, 인사를 하게 되지요.  늘 관심을 써주시어 반갑고 고마워요!".

  그렇다. 빼앗겼던 들에 봄이 왔듯이, 어김없이 해빙기가 되면 봄이 오고 남북간에도 해빙의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리라 확신한다.  얼마나 많은 마음들과 이산 형제 자매들이 오랜 아픔을 딛고 평화의 그 날이 오기를 갈망하고 기도하고 있는가.  반듯이 하느님과 자연의 섭리대로 따뜻한 봄이 오고 있음을...            

생활나눔

일상의 삶의 체험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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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물고기 형제 자매들 T 평화/ 선 여기 막바지 길가엔 작은 계곡이 있어 오르내릴 때마다 심심치가 않습니다. 우선 조잘거리는 계곡물이 늘 가던 길 멈추게 하며 곧잘 말을 건넵니다. "... 김맛세오 2011.12.13 2584
237 우리는 어떤 그리움으로 만나는 걸까 T 평화가 샘처럼... 오늘처럼 아침부터 비가 촉촉히 내리는 날엔 특히 누군가 그리워집니다. 더우기 이렇듯 비와 더불어 산을 감싸고 있는 안개가 폭은하게 느껴... 김맛세오 2011.11.29 2523
236 웃으시는 예수님 T 주님의 평화 내 방, 눈높이 거리엔 '웃으시는 예수님' 사진이 붙여져 있습니다. 그 밑엔 가장 사랑하는 분들의 사진도 몇 장 있구요. 그래서 잠들 때나 일어날 ... 김맛세오 2011.11.26 3532
235 위령의 달을 보내면서... T 평화/ 선 토요일마다 수녀원으로 미사를 드리려 갑니다. 미사에 가기 전 새벽 6시가 좀 못 되어 저 아래 저수지까지 산보하기 위해 걷습니다. 새벽 하늘에 무수... 김맛세오 2011.11.26 2398
234 "섀(새)가 날아갔다!" T 평화와 선 며칠 전 저의 축일을 축하하려 보나네가 미사에 왔었습니다. 두 살 아이, 보나를 어쩌다가 만나면, 날로 귀여워 가는 모습에 그 표정만 봐도 "아유, ... 1 김맛세오 2011.11.24 2641
233 어미 방아깨비 T 온 누리에 평화 어디 산고(産苦)가 사람 엄마들 만이 겪는 고통일까. 오늘 선배님들의 묘지 주변을 거닐다가 하마트면 밟힐뻔한 방아깨비 1마리가 눈에 띄었다.... 김맛세오 2011.11.21 2874
232 지극히 복된 망중한(忙中閑)의 하루 T 평화와 선 지난 토요일, 언제부턴가 약간의 치매기로 입원중이신 양마리아(OFS) 할머니를 뵈어야겠다는 생각에, 오후에 안성형제회에 갈 일이 있기에, 마침 집... 김맛세오 2011.11.21 2567
231 어느 모녀의 죽음 T 평화가 강물처럼...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 세상살이 욕심을 내려 놓으라는 교훈이겠다. 각양각색의 삶처럼 죽음의 모습도 참으로 다양하다는 생각이 ... 김맛세오 2011.10.28 2705
230 아버지같은 형제님들 T 평화가 온 누리에... 한루까 형제님- 어제가 성루까 축일이라, 수원의 요양원에 계신 루까 형제님을 축하해 드리려 세류동의 형제들과 일부러 찾아 뵈었다. 건... 김맛세오 2011.10.19 2732
229 얼마만인 별들과 달인가! T 평화와 선 지난 6월부터 긴 장마와 태풍으로 근 두 달간의 끊임없는 비,비,비,...! (덕분에 이곳 중정의 계곡은 마를 날이 없어 멋진 폭포와 시원한 물소리를 ... 김맛세오 2011.08.23 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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