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평화를 빕니다.
원수를 사랑한다고 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며 어쩌면 평생을 두고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숙제가 될 수가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고 해를 입힌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단 한명이라도 없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원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수라고 해서 꼭 굳이 나에게 해를 입힌 타인이라고 규정해 둘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고 싶은데 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거나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 사람에 대해 미운마음이나 분노가 일어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는 관심도 없는데 그 사람이 나에게 알아주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주더라도 나는 아무렇지도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원수는 타인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이며 우리가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우리의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고 미워하는 원수를 만들기도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행동이나 나를 화나게 만든 그 사람의 말에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에 바라고 무엇에 인정받고 싶었고, 무엇에 갖기를 원했는지를 먼저 살펴보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타인으로 규정해둔 원수는 없습니다. 나를 괴롭히는 타인이라는 원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내가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 그 외에도 여러 가지로 바라는 나의 마음이 원수를 만들어 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하느님께서 누구에게나 똑같이 비를 내려주시고 햇볕을 비추어 주시는 것과 같이 그렇게 똑같이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진정 우리가 어떠한 누구에게 바라는 마음이 없이 살아간다면 우리도 하느님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 같이 우리도 하느님처럼 완전하게는 되지는 못할 지라도 그 완전함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오늘 지금 나에게 원수가 누구인지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나에게 해를 입힌 사람이 있다면 그래서 용서할 수도 없는 사람이 있다면 그와 동시에 내가 그토록 무엇을 바라고 원하는 것이 많았는지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