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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때가 되자 예수님의 제자들은 호수로 내려가서,

배를 타고 호수 건너편 카파르나움으로 떠났다.

이미 어두워졌는데도 예수님께서는 아직 그들에게 가지 않으셨다.”

 

오늘의 복음 묵상은 왜 저녁때가 되어 출발했을까?’로 시작했습니다.

정말, 제자들은 왜 낮에 출발하지 않고 밤에 출발했으며

왜 예수님 없이 자기들끼리만 출발했을까요?

 

마태오와 마르코 복음에서는 늦게 출발하는 이유와

예수님 없이 따로 출발하는 이유가 나름대로 나와 있는데

요한복음에는 그 이유가 전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충분히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분명히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 인생의 전체 여정 중에는 낮에 떠나는 여정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밤에 떠나는 여정 그러니까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떠나야하는 여정도 있고

순풍에 돛달고 가는 여정도 있지만 역풍을 만나는 여정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설상가상입니다.

낮에 풍랑을 만나도 어려움을 이겨내기 힘들고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데

한밤에 풍랑을 만났으니 그 어려움이 가중되어 이겨내기 참 힘들겠지요.

하여 이런 여정은 떠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떠나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튼 밤에 떠난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데도 떠난다는 뜻입니다.

목적지가 보이지 않고,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위로자가 보이지 않고,

도우미가 보이지 않고,

구원자가 보이지 않고,

그래서 아무런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것이 개인적인 차원이라면 공동체적인 차원도 있습니다.

실제로 제자들은 같이 한 배를 타고 떠난 것이고,

같이 역경을 맞이한 것인데 그렇지만

예수님과 같이 역경을 맞이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예수님과 같이 한 배를 타고 떠났으면 이런 역경도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 요한복음에서는 그 이유가 뭔지 알 수 없지만

제자들이 예수님 없이 자기들끼리 떠났습니다. 그것도 밤에.

같이 가셔야 한다고 초대하거나 졸랐어야 했는데 그러지들 않은 겁니다.

 

아무튼 예수님 없이 자기들끼리 갔습니다.

예수님 없으면 자기들끼리라도 서로 사랑하고

힘을 합치면 될 텐데 또한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중심을 잃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계시면 중심이 되어주셨을 텐데

안 계시니 서로 자기가 중심이라고 우겨댄 겁니다.

 

공동의 목적지도 잃었습니다.

카파르나움으로 간다고 떠났지만 거기로 가려면

이리 가야 한다, 저리 가야 한다고 서로 주장이 엇갈린 겁니다.

 

그래서 제각기 노를 열심히 저었지만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고

서로에게 힘을 빼고 뺏겨서 기진맥진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그들에게 주님께서 나타나십니다.

 

다른 복음에서는 새벽녘에 나타나신 걸로 되어있지만

요한복음에서는 그런 얘기가 없고 단지 예수님께서

물위를 걸어오실 때 두려워하고 있었다고 얘기합니다.

 

한낮이었으면 예수님임을 바로 알고 두려워하기는커녕

이제는 살았다고 반가워하고 기뻐했을 텐데

한밤이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에 그저 두려워만 합니다.

 

두려움에 사로잡힐 때는 주님도 낯설고 두렵게 느껴지기 때문인데

그렇지만 이 때가 또한 주님께서 당신현존을 드러내시는 때입니다.

두려울 때가 구원자가 가장 필요할 때이고

그래서 구원자를 가장 강하게 찾을 때이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때 구원자이신 주님께서 나타나셨고

주님을 배 안으로 모셔 들이려 했지만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릅니다.

다른 복음에서처럼 같이 배에 타시지도 않고 바람이 멎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목적지에 다다랐다는 얘기입니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노를 젓다보니 이미 목적지에 와 있던 것인데

어두워서 또 두려움에 휩싸여서 이미 와 있는 줄 몰랐다가

주님께서 나타나시어 두려움이 사라지고 안심을 하게 되니 알게 된 겁니까?

 

그런 뜻일 수도 있지만

주님이 함께 계시면 그곳이 목적지라는 뜻이 아닐까요?

그러니 오늘의 우리도 주님이 함께 계시는 것이

우리의 목적지가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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