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기도할 때에 빈말을 되풀이 하지 마라.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오늘 주님께서 기도할 때 빈말을 되풀이 하지 말라고 하시는데
빈말이 무엇입니까?
그럴 의지가 없는 말이 빈말의 대표지요.
예를 들어 ‘언제 한 번 식사나 같이 합시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참말인 경우도 있지만 빈말인 경우가 많고
이런 말을 믿고 기대했다가는 그러니까
나는 원하는데 그는 원치 않을 경우 헛물만 켜게 되는 거지요.
그런데 누구에게 빈말을 할 경우 말이 빈말이라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가 빈말의 상대라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누구에게 빈말을 합니까?
잘 알고 있고 지나칠 수 없는 사람 그러나
만나고는 싶지 않은 사람에게 빈말을 하지요.
그러니까 빈말을 한다면 하느님도 그런 분이겠지요?
그럴 겁니다.
우리는 기도를 할 때 하느님을 ‘주 하느님’이라고 합니다.
하느님이 우리의 주인님이라는 고백인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주님, 주님’한다고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실행할 때에 하느님은 우리의 주인이시고
그 때에야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가는 거라는 말씀이지요.
그러니까 우리가 청할 것이 있을 때는 필요하니까 ‘주님,
제 청을 들어주시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고 하고는
다른 때에는 아주 습관적으로 주 하느님이라고 하지만
그 말은 빈말이고 실제로 행동할 때를 보면
내가 나의 주인이고 그래서 내 맘대로 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또 다른 빈말이 있습니다.
바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입니다.
하느님이 우리 아버지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이 빈말이 아니고 참으로 우리의 아버지시라면
오늘 가르쳐주신 뒤의 내용은 하지 말라고 해도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느님께서 정말 나의 아버지시라면
내 이름이 아니라 아버지의 이름이 빛나게 할 것이고,
내 왕국을 만들지 않고 아버지의 나라를 이룰 것이며,
뭐를 하든 내 뜻대로가 아니라 아버지 뜻대로일 겁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나의 아버지일 뿐 아니라 우리 아버지라면
일용할 양식을 청할 때 내 입에 들어갈 양식만 청하지 않고
형제의 입에 들어갈 양식도 같이 달라고 청할 것이고,
형제가 내게 아주 잘못을 했어도 아버지 생각해서 용서하고,
그런 다음 제 잘못도 용서해 주십사고 청할 것입니다.
사실 오늘 주님이 가르쳐주신 기도를 할 때
뒤의 기도는 하지 않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만
빈말이 아니라 참말로 기도를 해도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빈말이란 입술로만 그런 겁니다.
그 말에 의미가 없습니다.
그 말에 사랑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 말에 그럴 의지가 없습니다.
근자에 허언증 환자라는 말이 유행해서 그런 병이 있나 생각해봤습니다.
허언虛言이라는 말이 빈말의 한자어이고
그런 빈말과 흰소리를 자주 하면 허언증이 되나 본데 내가 그 허언증,
그것도 하느님을 상대로 하는 허언증 환자가 아닌지 돌아보는 오늘입니다.
형제회 안에서는 그냥 밥을 먹게 됩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감사합니다.
하는 말은 없어야 겠다고
살피며 오늘을 준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