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이 잉태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에서
천사의 말을 믿지 못한 즈카르야는
벙어리가 됩니다.
그리고 요한이 태어나서 할례를 받을 때,
즈카르야가 아기의 이름을 요한이라고 부르는 순간
다시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10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는 벙어리로 어떻게 살았을까요?
태중의 아기는 수정 후 5개월 정도 지나면
청각이 완성되어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외부의 소리에 반응을 보입니다.
말을 하지 못하고 듣기만 하는 즈카르야의 모습은
마치 어머니 뱃속의 아기처럼 보입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대신
그는 듣는 것에 더 집중했을 것입니다.
아기들이 어머니 뱃속에서
미세한 소리에도 반응을 보이는 것처럼,
즈카르야도 전에 듣지 못했던 소리를
더 예민하게 들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가 들은 소리들에는
물리적인 소리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음성도 있었을 것입니다.
10개월 동안 들으려고 노력했고,
그래서 하느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였던 즈카르야는,
아들의 할례 때 그 말씀에
바로 응답할 수 있었습니다.
요한이라고 쓰는 순간
그래서 그는 다시 말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즈카르야는 어린 요한에게 전해주었을 것이고,
그 말씀을 들으며 성장했던 요한은
성인이 되어 그 하느님의 말씀을 직접 듣기 위해서
광야로 나갑니다.
요한은 참으로 놀라운 일을 많이 했습니다.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라는 명예로운 칭호도 받았고,
교회 안에서 탄생일을 기념하는 유일한 성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가 하느님의 뜻을 찾고
그것을 살아가려고 노력했기에
가능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어떻게 보면
그의 아버지인 즈카르야에게 배웠을 것입니다.
인간이 하느님의 뜻을 모두 알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믿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순간의 실수, 순간의 잘못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도해 보고 다시 노력해 보아야 합니다.
즈카르야가 벙어리가 된 것은
하느님의 벌이라기 보다는,
하느님의 뜻을 찾기 위해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쉽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는 잘 준비해 왔고,
그것을 통해 그의 아들 요한도
하느님의 뜻을 추구하는 사람이 되어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각자에게 맡기신 하느님의 뜻은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그것을 찾아서 살아갈 수 있을 때,
우리도 즈카르야처럼 하느님을 찬미하며
기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