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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토마 사도에게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하십니다.
그렇다면 보지 않고서는 믿지 못한 토마 사도,
보고서야 믿게 된 토마 사도는 불행한가?
이 질문은 아주 중요합니다.
왜냐 하면 토마 사도는
종종 믿기 어려워하는 우리를 대표하는 사도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토마 사도는 진정 행복한 분이고,
그래서 토마사도와 비슷하다 생각하는 우리에게
큰 도전을 주시는 분입니다.

토마 사도가 진정 행복한 이유는 결과적으로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이라는 신앙 고백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모든 신자들이 해야 할 신앙 고백의 모범입니다.
이렇게 고백하는 토마 사도의 하느님은 토마 사도에게
그저 하느님이 아니라 주님이시고
어느 동네 똥개처럼 계시는 하느님이 아니라 나의 주님이십니다.
이 하느님은 이제 토마 사도에게 있어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분이 아니라 꼭 계셔야 할 분이고,
있어도 없어도 별 것 아닌 그런 분이 아니라
내 인생을 좌우하는 분이고,
행복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느님 없이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데
토마 사도는 그렇게 행복을 추구하다 오히려 불행해진 사람들에게
하느님으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서 보듯이
토마 사도가 처음부터
이런 믿음과 행복의 경지에 오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토마 사도도 우리처럼 보지 않고 믿기 어려웠습니다.
이 면에서는 토마 사도가 우리와 마찬가지였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용기입니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현재의 자기를 직시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실상 우리는 보지 않고 믿기 어렵고,
그래서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하고 고백하지 못하면서도
하느님을 믿는 양 두루 뭉실 넘어갑니다.
그래서 언제 토마 사도처럼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하고 고백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토마 사도는 다른 제자들이
“우리는 주님을 뵈었소.” 하고 말할 때
자기의 불신앙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다른 사도들이 보고서 믿게 되었는데
자기는 보지 않고서 믿을 수 있는 것처럼
믿는 분위기에 그냥 휩쓸려 넘어가지 않습니다.
자기의 불신앙을 용기 있게 그리고 솔직히 드러냅니다.
그리고 결점 많은 야곱이 그래도 끝까지 하느님과 씨름하듯
자기의 불신앙을 끝까지 붙잡고 씨름합니다.
그래서 마침내 하느님을 주님으로 만나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토마 사도의 위대함이며
우리가 배워야 할 점입니다.

저는 오늘 토마 사도를 보며 저 자신한테 탄식을 합니다.
아, 나는 얼마나 믿지 못하는지!
아 나는 얼마나 나 자신한테도 믿음 없다고 말할 용기가 없는지!
아, 나는 얼마나 나 자신한테도 솔직하지 못하는지!
아, 나는 얼마나 더 나 자신마저 속이며 살아야 하는지!
아, 나는 언제 가야 토마 사도처럼 하느님을 나의 주님이라 고백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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