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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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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 자리에는 전국에서 오신 많은 분들이 모여 있고
심지어 러시아에서 온 젊은이들도 함께 있습니다.
그리고 1주일을 걸어서 이곳에 오신 분들도 있고
비록 거리는 짧지만 다만 몇 Km라도 걸으시겠다고
이 뙤약볕을 걸어오신 80 넘으신 어르신도 많으십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여기까지 온 이유와 목적은 무엇입니까?
왜 우리는 여기에 모였습니까?
여름의 한 가운데,
다른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놀러 가는데
제일 힘들 때 뙤약볕을 걸어서 여기까지 온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은혜를 받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청하고 받고자 하는 은혜라는 것이 흔히 생각하는
병의 치유가 아니고
돈을 많이 벌게 되는 것도 아니고
승진을 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능력을 받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오늘 청하고 받고자 하는 은혜란
죄 사함의 은혜이고 회개의 은혜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죄 사함의 은혜는 회개하는 사람에게 주어집니다.
회개하지 않고 죄 사함의 은혜를 받으려 함은,
무엇과 같을까,
마치 똥구덩이, 흙구덩이에서 뒹굴다 씻지 않고
깨끗한 새 옷을 입으려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은 정말 깨끗한 새 옷을 입고 싶습니까?
우리는 정말 깨끗한 새 옷을 입고 싶어 하나요?

어떤 사람이 있었습니다.
한 때 그는 죄라고는 모르는 성인들처럼 살고 싶었습니다.
그가 영세를 받고 신자가 된 것은 이런 꿈을 꾸던 여고시절,
동무 따라 성당에 갔다 흰 미사수건을 쓴 사람들을 보고서였습니다.
‘그래 나는 흰 미사수건처럼 일생 깨끗한 영혼으로 살아갈 거야!’
이렇게 그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시집을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수녀원에 들어갈까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집안 식구들이 이를 허용치 않았고
버팅기고 버팅기다 하필이면 상처하고 애 하나 둔 남자를 만났습니다.
홀아비와 어미 없는 아이가 너무도 불쌍하여
이 두 사람을 위해 자기를 내어주기로 하였습니다.
가족의 성화를 뿌리칠 수도 있고
숭고한 사랑에 몸 바치는 것이니
결코 자기의 삶을 더럽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시작한 삶,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사랑할수록 남편이 미워졌습니다.
오롯이 사랑하기 위해 자기 아이를 낳지 않으면서까지 사랑을 주는데도
삐뚜로 나가는 아이가 너무 미웠습니다.
더욱이 무능한 남편 때문에 아등바등 살아야 했고
자기 아이를 갖지 않기 위해 여러 차례 낙태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성당에 갈 때마다 죄의식이 가시를 찌르듯 찔러대
도저히 계속 성당에 나갈 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자포자기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성당에 나가지 않으니 찌르는 고통이 없을 뿐 아니라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래 내가 뭐 특별하다고 죄 안 지으려고 발버둥 치나?
남한테 큰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남들처럼 적당히 죄짓고 사는 것이 사람 사는 것이지
뭘 그렇게 유난을 떠나’하고 자기 죄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한 번 빗장을 푸니 막혔던 둑 터지듯
이 죄 저 죄 다 들어와도 그리 괴롭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지내던 그에게 때가 왔습니다.
남편이 병으로 죽었고
사이가 나빠질 대로 나빠진 아들과 재산을 놓고
갈라져 싸우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가다 성당이 눈에 띄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떤 이끄는 힘이 있어 안으로 들어갔지만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하고
맨 뒤에 그저 생각 없이 앉아있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예고 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소리 없는 눈물이 옷섶에 떨어질 때까지 눈물을 그대로 놔두었습니다.
그 눈물은 눈물샘에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라
가슴에서 나오는 눈물,
마음으로부터 흐르는 눈물이었습니다.
억울해서 나오는 눈물이 아니요,
슬퍼서 나오는 눈물도 아니요,
말할 것도 없이 기뻐서 나오는 눈물도 아닌,
가엾은 자신을 바라보는 회심의 눈물이었습니다.
흰 미사수건을 쓰고 일생을 깨끗하게 살겠다고 다짐하던
여고시절이 떠올라 흘린 눈물이었고,
여고시절에 오늘을 비추어보며 흘린 눈물이었습니다.
그 깨끗한 수건이 걸레처럼 되어버렸습니다.
“걸레가 되더라도
더러운 것을 닦아 주다 걸레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소리가 탄식처럼 새어나왔습니다.
더러운 것을 닦아주다 걸레가 되었다면 사랑이 되었을 텐데
더러운 것과 씨름하다 걸레가 되어 있는 자신이 한심스러웠던 겁니다.
이런 자신이 가엾어 한없이 울고 있는데
그때 마음속으로부터 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내가 너에게 바란 것은
흰 미사수건 같은 네가 아니라 걸레 같은 너였다.
깨끗한 미사수건보다 걸레가 훨씬 거룩하니라.
그러나 이제는 걸레를 빨아라!
걸레는 빨아야 더러운 것을 닦아줄 수 있지 않겠니?”
이렇게 해서 이 자매는 포기하였던 자신의 삶을 영적으로 되돌리고
아들과도 새로운 모자관계를 맺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죄 짓지 않기 위해 죄 될 곳은 전혀 가지 않는 사랑 없는 깨끗함보다
더러움을 씻어주다 더러워진 사랑의 걸레가 더 거룩합니다.
그러나 걸레는 끊임없이 빨아야 합니다.
빨지 않는 걸레는 이제 더 이상 걸레가 아니라 쓰레기입니다.
끊임없이 자신을 빨음으로써
자신을 깨끗하게 하고 남도 깨끗하게 하는 것이 걸레입니다.

은혜를 받기 위한 우리의 지극 정성으로
우리는 한 여름 뙤약볕을 걸었고
은혜를 받기 위한 우리의 정화의 행위로
어제 우리는 모두 고백성사를 봤고
오늘 우리는 미사 시작을 성수예절로 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주님께서 우리의 정성과 뉘우치는 마음을 어여삐 보시고
당신 십자가 희생의 피로 우리 죄를 씻어주시리라 믿으며
죄 사함의 주님 은총에 대한 응답으로
이제는 더 이상
빛보다 어둠이 편안하다고 어둠에 안주하거나
더러움이 나의 곳집이라고 더러움에 체념하지 말도록 합시다.

이렇게 할 때
이번 포르치운쿨라 축일 행사는 돌아가시면서까지
“형제들이여,
지금까지 우리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으니
이제 다시 시작합시다.” 하시며 모범을 보여주신
아시시의 회개자 우리 사부 프란치스코의 회개운동을
이제 이곳 한국에서도 이어가는 회개운동의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포르치운쿨라 성당,
그곳은 프란치스코가 회개생활을 시작한 곳이요
자기 회개생활을 마감한 곳입니다.
그러하기에 포르치운쿨라는 우리의 못자리요 우리의 고향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포르치운쿨라로 행진함은
프란치스코처럼 회개생활을 시작하겠다는 다짐입니다.
그러나 이런 다짐 없이, 그래서
회개의 의지와 노력 없이 죄 사함의 은혜만을 우리가 구한다면,
거듭 말씀드립니다, 그것은 오물 범벅인 채 비단 옷 입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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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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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마니또 2008.08.03 06:56:34
    신부님~저는 깨끗한 새옷을 입고싶습니다. 주님! 오늘도 저 장마비같은 은총으로 우리를 깨끗이 씻어주소서.신부님! 무척 수고 많으셨습니다. 마음으로 그 길을 함께 걸었습니다.
  • ?
    홈페이지 다솜 2008.08.03 06:56:34
    수많은 사람들의 ㅍ뽀루치운쿨라의 참여는 빈가슴을 채우고 싶은 갈망이었습니다 이것을 채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행사는 정말 필요한것을 알아서 풀어주신 신부님의 신자들에 대한 관심에서 사랑에서인것 같습니다 -형제들이여 다시 시작합시다-돌아오는차안에서 이말씀을 다시 외쳐보았습니다 세상속으로 들어가기전에--
  • ?
    홈페이지 소화 2008.08.03 06:56:34
    죄 짓지 않기 위해 죄 될 곳은 전혀 가지 않는 사랑 없는 깨끗함보다
    더러움을 씻어주다 더러워진 사랑의 걸레가 더 거룩합니다..

    신부님~저는 세파에 시달린 너덜너덜해진 걸레입니다..
    더이상 쓰레기가 되지않기위해 깨끗한 걸레가 되렵니다.
    신부님의 혼신을 다한 강론 말씀 앞에 서니 절로 눈물이..
    깨끗이 회개하고 새로이 시작하렵니다..
  • ?
    홈페이지 뭉게구름 2008.08.03 06:56:34
    "지금까지 우리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으니 이제 다시 시작합시다."
    사부님! 감사드립니다.

    정말 이제까지 한 것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래도 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다행이고 감사드립니다.
  • ?
    홈페이지 수선화 2008.08.03 06:56:34
    -포르치운쿨라는 우리의 못자리요 우리의 고향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포르치운쿨라로 행진함은
    프란치스코처럼 회개생활을 시작하겠다는 다짐입니다.-

    어제의 행진은 행진을 위한 행진이었던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입니다.
  • ?
    홈페이지 마중물 2008.08.03 06:56:34
    오늘 로스앤젤레스 주교좌 성당을 다녀왔습니다. 천사들의 성마리아가 주보이지요. 여긴 8월 1일이라 별다른 주보축일 준비가 없어보였습니다. 한쌍의 새 부부가 탄생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의 죄사함의 은총을 경축하는 날 들이 되길 함께 기도합니다.

말씀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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