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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복음에서는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그리스도라는 것을
제자들이 잘 알고 있었는데
오늘 복음에서는 그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신 예수님께서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질 것이다.”하고 말씀하신 것을
제자들이 알아듣지 못합니다.
그런데 루카 복음은 “그 뜻이 감추어져 있어서
이해하지 못하였던 것이다.”하고 그 이유를 말합니다.
그 뜻이 감추어져 있다니,
그 뜻이 감추어져 있다는 그 뜻이 무엇인가?

제자들이 처음 한 인간 예수님을 만났을 때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심이 인간 예수 안에서 감추어져 있었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놀라운 기적들을 체험하고 난 뒤에는
예수님께서 계속해서 사람의 아들이라고 하시는데도
사람의 아들이심이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심 안에 감추어집니다.
주님으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은 제자들도
그리스도의 신성 안에서 예수님의 인성을 보고
예수님의 인성 안에서 그리스도의 신성을 보기 힘들었으니
보통의 우리 인간이
하느님의 신성 안에서 우리의 인성을 보기 힘들고
우리의 인성 안에서 하느님의 신성을 보기가 힘든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 같아 위안이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감추어진 것을 꿰뚫는 성령의 눈이 아니면
하느님의 그 깊은 사랑을 어찌 알 수 있으며
사랑의 성령으로 하느님의 그 깊은 사랑을 알지 못하면
인간이 되어주시는 하느님 안에 인간성이 숨어 있음을 어찌 알고
하찮은 인간 안에 고귀하신 하느님이 숨어계심을 어찌 알겠습니까?

며칠 전 저를 만나고 간 분이 편지를 보내오셨습니다.
저를 만나러 오실 때
제 전화 목소리가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는 데서부터 얘기가 시작되어
우리 인간이 얼마나 실제와 다른 생각 또는 image를 가질 수 있는지
얘기를 나눈 바 있었지요.
이어지는 그분의 생각을 보내오신 것입니다.

“저는 오늘 굉장히 중요한 사실을 알았습니다.
어떤 이미지, 즉 표상에 대한 생각과
그 표상을 가지고 만든 자기생각.
이 두 가지는 분명 자기 머리 속에서 생성된 생각임에 틀림없지만
엄연히 구별되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생각을 비운다는 것은
물론 넓은 의미를 가진 포괄적인 문제이지만
비워야할 것은 바로 자기가 만든 자기 생각이라는 것이지요.
그것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야말로 허깨비인데,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왜 그렇게 중요하냐면
모든 오해와 그 오해로 인한 상처는 바로 그 자기가 만든
자기 생각 때문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따라서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자기가 만든 자기생각을 버린다는 것이고
그 때 비로소 거기서 진짜로 보고자하는 그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공부는 그렇게 해야 하겠지요.”

자기의 생각과 고정관념을 버려야 사랑케 되고
진정 사랑케 될 때 성령의 눈을 가질 수 있으며
이 사랑의 성령의 눈으로 볼 때
자기도
남도
하느님도 제대로 보입니다,

이 성령의 눈이 없으면
그리스도께서 인간처럼 돌아가신다는 것,
이해하기도 힘들고
오늘 복음의 제자들처럼
차라리 모르는 것이 좋을 정도로
아는 것이 두려운 것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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