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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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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madon.jpg


제   목 : 초원의 성모 (Madonna of the Meadow :1505)

   가 : 죠반니 벨리니 (Giovanni Bellini : 1430- 1516)

   기 : 목판 템페라 (67.3cm × 86.4cm)

소재지 : 영국 런던 국립 미술관 


작가는 화가의 집안에 태어나 어릴 때부터 종교화의 여러 전통 기법에 대한 이해를 진작부터 키울 수 있었다. 당시 명망을 떨치던 화가였던 그의 아버지와 처형으로부터 탁월한 기법을 익히면서, 중세기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시기를 잘 소화한 작가였다.


르네상스 운동은 작가가 활동하던 14세기에 이탈리아 피렌체와 베네치아에서 시작하여 16세기에 유럽 전역으로 퍼진 예술의 풍조이며 이것은 예술만이 아니라 문학이나 심지어 건축으로도 표현되면서 신 중심의 편협한 사고방식에 폐쇄되어 인간적인 가치를 등한시하던 유럽 사회에서 인간 가치를 일깨운 대각성 운동으로 볼 수 있다.


중세기는 신앙을 심화시킨다는 좋은 의도에서나마 너무나 신적인 것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과정에서 인간적인 것을 등한히 하면서 삶의 균형이 상실되어, 종교가 인간 계발에 역행하던 시기였다.


이때 그리스 로마 문화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시작된 운동이 바로 르네상스 운동이고 이것은 예술 표현에서도 큰 혁신을 가져오게 되었다. 먼저 신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제작되던 성화의 표현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후광을 달고 있는 성인들과 천사들의 옹위를 받던 것에서 탈피해서 일상생활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인간들, 심지어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던 동네 사람들이 익히 알 수 있는 그런 인물들을 등장시킴으로서 성화가 인간의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하느님을 표현하는 것을 더 중요한 사명으로 여기게 되었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원근법을 사용해 평면적 표현의 한계 보다 훨씬 더 생동감 있는 표현을 하는가하면 등장인물이 감정을 표현함으로서 훨씬 더 인간적인 호소력을 지니게 만들었다.


그전까지의 인물 표현은 하느님의 불변성을 표현한다는 관점에서 경직되고 근엄한 표현이 전부였으나 르네상스가 시작되면서 인간적인 면모의 가치를 강조하면서 표현에 있어서도 인간다운 감성적 표현을 강조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인간적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신을 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르네상스 정신을 극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우선 성화이면서도 작가가 살던 전원의 풍경을 바탕으로 도입하면서 성모자의 내용이 천상의 사건이 아니라 작가가 몸담고 활동했던 베네치아 공화국의 사건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종교화를 많이 그렸는데, 다른 작가들이 추종할 수 없는 탁월한 기법으로 성화에 대한 의미 있는 생동감을 주었다.


1.jpg


아기 예수님을 안으신 성모님께서 초원에 앉아 계신다. 베네치아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극히 일상적인 장소이다. 다만 성모자를 원근법적인 표현으로 처리함으로서 성모자의 배경에 전원 풍경의 마을이 등장하는 것처럼 처리했다.


마치 전원 풍경이라는 무대 위에 성모자가 앉아 있는 것으로 표현하면서 일상의 삶 안으로 성모자를 끌어들임으로서 훨씬 더 생동감과 친근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한 폭의 풍경화에 성모자가 등장한 것 같은 좀 이질적인 모습으로 드러나지만 이것이 다른 작가가 표현하지 못했던 대단한 신앙의 내용을 표현하고 있음을 즉시 발견하게 된다.


보통 성모자의 모습은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더 없는 친근감 속에 드러나는 사랑을 표현하는 게 보통인데, 여기엔 좀 엉뚱한 표현이 있다. 이 엉뚱한 표현이 현대인의 시각으로 봐도 대단히 예언적인 과감한 표현이다.


성모님이 안고 계신 아기 예수는 아무리 봐도 생기 있는 어린 생명이 아니라 자세히 보면 죽은 아기이다. 한마디로 성모님은 죽은 예수님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성모님의 모습 역시 아들을 안은 행복한 어머니의 모습이 아니다 죽은 아들을 껴안은 어머니의 슬픈 모습이다. 이것은 누가 보더라도 엉뚱하고 생경스러운 모습이지만 작가는 풍경화를 통해서 대단한 신앙 표현을 하고 있다.


루카 복음에 보면 성모님이 아기 예수를 봉헌하기 위해 성전에 갔을 때 성전을 지키던 시메온 예언자를 통해 다음과 같은 아들의 미래를 듣게 된다.


“보십시오, 이 아기는 이스라엘에서 많은 사람을 쓰러트리기도 하시고, 일어나게도 하시며 또 반대를 받는 표징이 되도록 정해졌습니다. 그리하여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 많은 사람의 마음속 생각이 드러날 것입니다.” (루카 2:33-34)


초원에서 아기 예수님을 안고 계신 성모님의 슬픈 표정, 행복해 보여야 할 아기 예수님이 죽은 아기의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은 바로 예수님이 인류 구원을 위해 받아 들여야 할 십자가의 죽음을 예언하는 것 같다.


또한 성모님은 한 인간으로 하느님의 구원사업에 동참한 탁월한 존재임을 표현하고 있다.


그전 시대부터 피에타(Pieta)라는 주제로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신 예수님을 품에 안고 애통하는 성모님의 모습의 작품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는데,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성모자의 어린 시절에 있었던 사건으로 끌어올리면서 구원사적인 의미를 더 심화했다.


2.jpg


중세기 성화의 대부분은 신심적 차원의 일방적 강조가 보통인데 비해 이 성화는 세상 풍경의 한 가운데 성모자가 앉아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게 배치했다. 이 배경 안에는 농촌의 일상 삶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많은 것이 등장하면서 성모자의 모습이 천상적인 존재로서의 거리감 보다는 우리 일상 안에 함께 하시는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작가는 과거처럼 십자가 주변에 모인 성모님이나 사도 요한을 등장시켜 신앙의 내용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당 시대 사람들이 살고 있던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설명함으로서 신앙의 내용이 과거에 대한 기억이 아니라 오늘 삶의 현장에서 체험되고 실천되어야 할 것임을 알리고 있다.


먼저 밭을 경작하기 위해 소를 부리던 농부가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힘겨운 일을 하다 잠시 쉬는 전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휴식의 모습이다. 그 옆의 높은 나무엔 좀 생경스럽게 까마귀가 앉아 있다. 높은 나무에 외로이 앉아 있는 까마귀의 모습은 평화스럽지도 않고 외로워 보이는데, 이것은 상징적으로 죽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인간의 종말은 죽음으로 끝난다는 코헬렛의 지혜를 표현하고 있다. 지금 열심히 일하며 오늘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멋진 내일을 기대하는 농부 역시 죽을 운명 임을 새삼 알려주고 있다.


더 나아가서 예수님의 수난을 예고하기도 한다. 죽은 아기처럼 생기 없는 모습으로 성모님 품에 안겨 있는 아기 예수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죽음으로 나아가는 존재임을 알리고 있다. 평범한 풍경 안에서도 신앙의 핵심인 그리스도 죽음의 의미를 심원하게 제시하고 있다.


나무 아래에는 흰새가 독사와 격투을 벌리고 있다. 독사는 악마의 상징이며 흰 새는 선의 상징이다. 이 세상엔 어디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영적인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은 항상 세상 악에 대한 민감하면서도 완강한 거부와 저항의 자세를 지녀야 함을 알리고 있다.


영적 삶이란 어떤 면에서 악과의 투쟁임을 알리고 있다.


3.jpg


농부들이 일하는 저편에 큰 성채가 있으며 그 앞에 소 두 마리를 부리며 일하는 농부의 곁엔 양이 한 마리 있는데 이것은 바로 이 농부의 생계 공간으로 볼 수 있다. 중세 농부들은 낮이면 이렇게 바깥에서 일하다 저녁이 되면 성안으로 들어가서 살아야 했는데, 농부의 앞쪽으로 성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중세를 봉건 시대라고 하는데, 이것은 중세기 전쟁이 많던 시절에 적들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성이 필요했고 서민들은 봉건제후에게 복종하고 세금을 바치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었기에 오늘도 이태리를 여행하다 보면 산위에 세워져 있는 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성벽은 서민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공간임과 동시 신앙의 차원에서는 하느님의 보호를 상징하는 것이다. 어떤 어려움과 위기의 순간에도 하느님께 의탁하면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상징이 바로 성이다.


“당신은 정녕 나의 바위, 나의 성채이시오니 야훼 그 이름의 힘으로 나를 이끌고 데려가소서.”(시편 31:3)

“이 몸 의지할 바위 되시고 내 목숨 구원하는 성채 되소서. 나의 바위, 나의 성채는 당신이십니다.”(시편 71:3)


작가는 목가적인 풍경 안에서 신앙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은유적 표현을 잘 이용해서 풍경화의 형식을 통해 종교화의 내용을 완벽히 담았다. 이 작품은 작가가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을 적극 믿은 전형적인 르네상스 인임을 강조하고 있다.


작가는 성모님을 모든 것이 피어나는 땅의 상징으로 표현하면서 성모님의 모성을 강조하고 있다. 성모님이 땅에 앉아 계시는 것은 겸손의 상징이며 푸른 초원은 중세기 신비 문학에 자주 등장하는 “닫혀진 정원(hortus conclusus)의 표현이다. 이것은 중세기 시문학 심지어 미술에서 성모님의 영광을 기릴 때 자주 표현되던 성서의 다음 바탕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나의 애인이여, 그대의 모든 것은 아름다울 뿐 그대에게 흠이라고는 하나도 없구려.”(아가 4:7)

“나의 누이 나의 신부여, 그대는 닫혀진 정원, 봉해 버린 우물, 그대의 새싹들은 석류나무의 정원이라오 ”(아가 4:12)


세상에 생명을 가져오는 모성의 대표인 성모님의 존재성이 바로 풀밭에 앉아 계신 성모님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중세인들은 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일상적인 것이라도 신앙적 차원으로 승화시키는 대단한 감수성이 있었기에 “닫혀진 정원”이라는 성모님께 대한 찬사로 승화시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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