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마리아와 천사가 주고받은 말입니다.
여기서 마리아는 남자를 알지 못한다고 얘기합니다.
이 말은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라는 뜻이겠지만
저는 여기서 이렇게 밋밋하게 생각지 않고 영적인 의미를 부여해봤습니다.
오늘 이사야서에서 얘기한대로 젊은 여인, 곧 처녀 또는 동정녀 의미이고,
우리말에 숙맥의 의미입니다.
숙맥은 숙맥불변菽麥不辨에서 나온 말로 콩과 보리를 분별할 줄 모르는,
그러니까 세상물정을 모르는 바보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지만
요즘은 남들이 다 아는 것을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쓰이지요.
남들이 다 아는 세상물정을 모르는 것이 바보라면
영적인 의미에서 그런 바보는 되어도 좋을 것입니다.
세상물정은 너무 잘 알지만 영혼사정을 모르는 것보다 낫지요.
실상 우리는 세상물정을 너무 잘 알면서 영혼사정은 잘 모르기 십상인데
세상물정에 너무 밝으면 영혼사정에 어두워지기 때문입니다.
밝은 것은 다 좋은 것 같지만 ‘돈을 밝히다’, ‘여자를 밝히다’처럼
무엇 또는 어느 하나를 너무 밝히면 그것에 대해서는 밝지만
다른 것 또는 반대쪽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기 때문에 어둡기 마련이지요.
마리아는 남자는 모르지만 사람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마리아가 남자는 모르지만 하느님에 대해서는 잘 압니다.
그것은 마리아가 밝히는 여자가 아니라 사랑하는 여자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이건 하느님이건 존재를 사랑하는 숙맥이 우리도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