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6일 주님공현 대축일
오늘은 주님 공현(公現) 대축일입니다.
전에는 삼왕들이 아기 예수를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삼왕 내조축일'(三王來朝祝日)이라고도 불렸습니다.
‘공현’(公現)은 그리스어 ‘에피파네이아’ ‘테오파니아’ ‘신현(神顯)’을 의미하는 것으로 동사 ‘에피파이노’에서 파생한 것입니다. ‘에피파이노’라는 뜻은 ‘드러나게 나타나거나 밝혀지는 것’ 또는 ‘스스로를 드러내는 것’ ‘유명한 존재로 나타남’ 등의 뜻으로써 곧 ‘왕이나 황제의 오심’과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나시어 세상 안에 처음으로 존재를 알리신 ‘빛과 계시의 축일’로도 불려지는 이날은 구원의 뜻이 어느 한 민족 백성 시대에 머물지 않고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전해짐을 드러냅니다. 이 축일은 본래 동방교회에서 유래합니다. 서방에서 동지축제(태양신 탄생 축제)를 12월 25일에 지낸 것처럼 이집트와 아라비아 등에서는 1월 6일에 이 축제를 지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낮이 점차 길어지는 이날, 그리스도의 탄생과 공현을 기념함으로써 예수 그리스도가 참빛임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동방교회에서는 4세기까지 성탄 축일도 이날에 지낼 만큼 주님 공현 대축일이 상징하는 바가 매우 컸습니다. 이때는 가나혼인 잔치의 첫 기적과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신성을 드러낸 사건도 함께 기념하였습니다.
성공회에서는 공현절(公現節 "공식적으로 나타난 날") 개신교회에서는 주현절(主顯節, Epiphany "주님이 나타난 날")이라고 부릅니다. 천주교회, 개신교회, 성공회 등 서방교회에서는 동방 박사가 예수를 찾은 때를 공현축일로 지내는 반면, 정교회 등 동방교회에서는 세례자 요한이 예수에게 세례를 준 때를 공현축일로 간주하는데 그 날이 1월 6일입니다.
서방교회는 공현 대축일 축제를 동방박사들의 축제로 기념합니다. 구유를 장식할 때도 성탄 때는 아기 예수와 마리아, 요셉, 목동들, 가축들에 한정시켰다가 공현 시기가 되면 동방박사 형상을 배치, 그 의미를 부각시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은 축일은 전례상 성탄과 같은 대축일입니다. 성탄은 그리스도께서 유다 민족에게 당신의 강생을 보여주었으나 공현은 세상 끝까지 약속된 구세주이심을 보여줍니다. 동방박사들이 별의 인도로 아기 예수님의 탄생한 곳을 찾아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예물로 드림으로써 주님이 온 세상의 메시아임이 드러나게 됩니다.
박사(magi)라는 칭호는 당시 페르시아와 칼데아 사람들이 천문학자와 현인들에게 붙여 준 칭호입니다. 이들은 레위족과 같은 이방의 제사장 계급으로 왕과 주권자를 위해 꿈, 환상, 하늘의 징조 등을 해석하고 신의 계시 등을 다룬 사람들 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늘의 별을 관찰하고 그것을 통해서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예언하였으며 종교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당시 별자리 중에서 왕을 상징하는 별은 사자자리의 일등성인 레귤러스(Regulus)와 목성입니다. 레귤러스는 왕의 별로 알려져 있으며 고대 유대 학자들에 의해 목성은 메시아를 상징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그래서 베들레헴의 별은 천문학에 조예가 깊은 이들에게는 메시아가 태어났다는 것을 직감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의 메시아심을 고백하는 상징적인 예물을 바치게 됩니다. 황금은 부를 상징하는 것으로 왕에게 드리는 예물로 만왕의 왕이신 예수를, 유향은 아라비아 지방의 관목에서 채취한 향기로운 송진으로서 제사지낼 때 사용하는 것이었는데 영원한 대사제이신 예수를, 몰약은 시체를 염할 때 사용하는 방부제로서 매우 귀한 신분을 가진 사람이 죽었을 때만 그 시체에 바르는 고가의 값비싼 물품으로 세상의 구원을 위해 당신 자신의 목숨을 바치신 수난과 죽음을 상징합니다.
주님 공현 대축일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들에게 다음과 같은 삶을 살도록 초대하고 있습니다. 동방박사들 처럼 발은 땅에 내딛고 현재 주어진 삶의 자리에서 충실하고 눈은 하늘을 바라보며 천상적인 것, 영원한 것, 참된 진리로 향해 가는 세상의 구도자이며 순례자임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동방박사들이 앞을 분간 할 수 없는 짙은 어둠에 속에서도 별만 바라보고 별의 인도로 마침내 주님을 찾아 경배한 것처럼 우리 또한 시련과 환난의 고통으로 인해 지금 당장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상황일지라도 우리안에 감추어진 영원히 변치 않는 성령의 빛을 바라 보십시오.
그 성령의 빛은 우리가 일상안에서 만나는 사람들, 특히 헐벗고 굶주리고 소외받은 이들을 비천한 아기 예수님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그래서 그들을 아기 예수님을 대하듯 존경과 겸손과 사랑의 마음으로 자신이 가진 소중한 것들을 나누게 됩니다. 이러한 삶의 모습이 주님께 바치는 살아있는 예물이며 주님 공현 대축일의 진정한 의미가 될 것입니다
고 도미니코 of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