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자 보라, 어둠이 땅을 덮고, 암흑이 겨레들을 덮으리라.
그러나 네 위에는 주님께서 떠오르시고,
그분의 영광이 네 위에 나타나리라.”
오늘은 주님의 공현 축일입니다.
주님의 성탄이 하늘의 주님께서 땅으로 파견되시고 선교를 오신 거라면
주님의 공현은 이 주님께서 베들레헴의 마리아와 요셉 그리고 목동들을
넘어 동방의 이교 백성들에게도 나타나신 겁니다.
그러니까 사적으로 드러나신 주님께서 공적으로 드러나신 것이고,
사적으로 계시되신 주님께서 공적으로 계시되신 것이며
이스라엘뿐 아니라 이방인, 곧 주님을 모르는 이들에게도 알려지신 겁니다.
그런데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이 오늘 이사야서에서는 어둠 속에 있는 이들,
‘암흑의 겨레들’인데 공현축일은 이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알게 하는 것이고,
하느님을 이미 알고 있는 빛의 겨레들은 땅으로 파견되어 선교오신 주님을
암흑의 겨레들에게 파견되어 선교하는 사람들인 것입니다.
공현축일을 이렇게 얘기 풀어가는 이유는
이 공현축일이 프란치스칸 선교 주일이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칸들은 주님께서 공적으로 알려진 이 날을 선교주일로 지내는데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느님을 모르는 이들이 하느님을 알게 해야 합니까?
선교사가 되어 외국으로 선교하러 나가야 하는 겁니까?
그럴 수 있다면 제일 좋지만
그럴 수 없다면 파견된 선교사들을 위해 기도하고 후원하는 것입니다.
제가 평양에 평화 봉사소를 설립할 때 아주 훌륭한 3회 회장님께서
3회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모두 선교사가 되어 북한에 가야 하지만 갈 수 없으니
우리 대신 선교하는 분들을 돕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선교라고.
그렇습니다. 이 선교주일에 우리는 선교사들을 위해 기도하고,
선교사들을 통해서 우리의 선교를 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요 몇 년 전부터 해외선교만 선교가 아니라는 주장을 합니다.
선교는 몇몇 해외선교사들만의 특별성소가 아니고,
하느님을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해야 하는 보편성소라는 말입니다.
사실 내가 있는 곳에도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도 많으니
하느님을 나만 알고 있지 말고 그분들에게 하느님을 알게 하면
우리는 우리가 있는 곳에서 보편성소인 선교를 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매일 미사를 드리면서 “미사가 끝났으니 주님과 함께 가서
복음을 전합시다.”라고 매일 파견을 받는 사람들이지요. 그래서 저는
3회원들에게 이런 보편성소를 강조하는 선교특강이 준비되어 있으니
언제든지 필요하면 저를 불러달라고 자주 부탁을 드립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가리봉에서 살고 또 선교 협동조합을 하려고 하는 것도
우리가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스스로 와 있는 하느님을 모르는
많은 분들, 암흑의 겨레들에게 하느님을 알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이사야서는 예루살렘아 암흑의 겨레들을 위해 일어나 비추라고 하고,
복음에서는 암흑의 겨레들을 대표하는 동방의 박사들이 별의 인도를 받아
빛이신 주님을 만나는 얘기를 전해줍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압니까?
빛의 자녀입니까?
그러면 우리는 암흑의 겨레들에게 빛을 비춰야 할 새 예루살렘입니다.
아직 나도 하느님을 모릅니까?
그러면 별의 인도를 받아 빛이신 주님을 찾아나서야 할 동방박사들입니다.
프란치스코는 ‘표양으로 다른 이들에게 빛을 비추어야 하는
거룩한 행위로써’ 마리아처럼 주님을 사람들에게 낳아주라고 합니다.
재속 신분으로 사랑의 완성을 위하여 성령께 인도되어 교회가 인준한 회칙에 따라
성프란치스코처럼 복음적 생활을 추구하는 것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신 재속성과도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글구 오늘 공현축일이 프란치스칸 선교주일이라는 것은 참으로 우연히 아니라는 것을
저는 신부님의 말씀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동방박사들처럼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기 위해서는 빛을 비추는 별을 따라가야 하는 것이지
우리가 하늘에 올라가 별을 따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예수님을 만나는 믿음의 생활이 하늘에 올라가 별을 따야 하는 일이라면
그것이 어찌 인간인 우리에게 가능한 일이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고개를 들어 하늘로 시선을 돌려야 하는데
땅만 바라보면서 별을 따라가려는 어리석음이라는 암흑 속을 헤매고 있는 제 자신이 아닌가!
성찰해보는 이 순간입니다.
"프란치스코는 ‘표양으로 다른 이들에게 빛을 비추어야 하는
거룩한 행위로써’ 마리아처럼 주님을 사람들에게 낳아주라고 합니다."
라는 말씀 마음에 새기는 오늘입니다.
관구장님과 평의회가 허락하면 그것이 하느님의 뜻이라는 믿음으로 말입니다. 그 허락이 지난 달에 주어졌고 그래서 계획을 다듬어 오늘 저희 관구 홈페이지 자유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거기 들어가 보시고 조합 설립을 위한 첫 모임, <발기인 모임>에 참여하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