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410 추천 수 0 댓글 4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하늘과 땅은 사라질지라도 내 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늘 복음의 말씀입니다.
“나는 또 새 하늘과 새 땅을 보았습니다.
첫 번째 하늘과 첫 번째 땅은 사라지고, 바다도 더 이상 없었습니다.”
오늘 독서 묵시록의 말씀입니다.

어제 박 프란치스코 형제님을 땅에 묻고 와서인지
“사라지다”는 말이 계속 맴돕니다.
땅에 묻음으로 분명 우리 앞에서 사라졌는데
아직까지 우리와 함께 있는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속절없이 그를 묻고 와서
잊어버리려 일부러 T.V를 보는데도
휴게실에 걸려있는 영정 사진 속의 웃는 형제님이
계속 옆에 있으면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물체가 있다가 사라져도
화면이 있다가 사라져도
그것이 강렬하게 인상지어졌으면 잔영이 계속 남아 있듯
존재가 사라져도 우리 안에 그 존재의 흔적이
잔영마냥 한 동안 가는 모양입니다.
20년을 같이 지낸 제 친구가 죽었을 때 1년 반이나 갔으니
30년을 같이 산 형제님이 그렇게 바로 사라지겠습니까?
그런데 박 프란치스코 형제님은
사라진 것입니까,
떠나간 것입니까?

사라져 없는 것이나,
떠나가 없는 것이나
내게 없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느낌이 상당히 다릅니다.
내가 싫어서 떠난 것이 아니고
내가 미워서 떠난 것은 더더욱 아니니
사라졌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 같고
나에게 더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사라진 것이 떠나간 것보다 더 잔혹한 것 같습니다.

동사에 두 가지 동사가 있지요.
자동사(自動詞)와 타동사(他動詞).
목적과 상관없이 움직이는 동사가 자동사요
목적과 반드시 연관하여 움직이는 동사가 타동사지요.
'사라지다'와 '떠나 가다'는 자동사와 타동사의 차이입니다.
'떠나 가다'는 무엇을 또는 어디를 떠나가는 것입니다.
그 반대말인 ‘찾아 가다’라는 말이 찾아 가는 대상인 목적어가 있고
찾아 가는 이유와 목적이 있으며
따라서 의지가 있듯이
떠나가는 것은 떠나는 대상인 목적어가 있고
떠나가는 이유와 목적이 있으며
따라서 의지적인 행위입니다.

그러나 사라짐은 무정(無情)한 떠나감입니다.
사라짐은
관계 면에서는 무관한 관계의 있다가 없어짐이요,
존재 면에서는 허무(虛無)함의 있다가 없어짐일 뿐입니다.
없어지는데 나는 아무 고려 사항이 아닙니다.
이파리가 나무에서 떨어지듯
사라짐은
나와 아무 상관없이
나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잔영은 남지만 점점 없어지는 것입니다.
단번에 없는 것이 아니라 점점 없어지는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사라짐은 무서운 허무입니다.
떠나감은,
미워서 나를 버리고 떠나든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든,
미운 정이든 고운 정이든 정을 남기는데
사라짐은
사랑도 미움도 없고
남기는 것도 없는 무정(無情)한 떠나감입니다.

하늘과 땅은 이렇게 무정하고 허무한 것입니다.
사라지지 않고 영원히 있을 것 같지만 사라지고 마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신의 말씀만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오늘 주님께서는 힘주어 약속하십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잔꽃송이 2008.11.30 01:12:04
    신부님~혹시 몸살중이신지..^^ 1년 반은 너무 길고 일주일만 슬퍼하시라고 기도보냅니다.. ^^ 훌륭한 선배가 있다는 건..말할 수 없는 큰 은총입니다. 수도자들을 바라보며 따라가는 많은 신자들을 생각하시고 힘을 내셔요 신부님! 아자~~^^
  • ?
    홈페이지 돌담길 2008.11.30 01:12:04
    박영선 수사님 떠나심의 충격이 그분을 딱 한 번 뵌 저같은 사람에게도 뜨겁기만 합니다. 그분에 대한 신부님의 깊은 사랑이 전해져 옵니다. 그렇지요, 결코 사라지지 않는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니 새 힘을 얻습니다...신부님, 힘내세요 아자~!
  • ?
    홈페이지 돌담길 2008.11.30 01:12:04
    모셔갑니다. 감사드려요~
  • ?
    홈페이지 마니또 2008.11.30 01:12:04
    고르지않은 일기가운데 수고많으셨습니다. 30년지기를 땅에 묻고..신부님과 가족 모두 마음이 많이 허전하시지요. 공허하고 아픈 마음..주님께서 꼭 채워주시기를 이 새벽 기도드립니다. 신부님! 그래도 힘내셔요..새 아침이 또 밝아옵니다..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19Dec

    대림 3주 금요일-말문이 막혀야!

    오늘은 주님의 오심을 가까이서 준비하는 또 한사람, 즈카르야의 얘기입니다.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는 요한의 아버지가 됨으로서 즈카르야도 주님의 오심을 준비하게 된 것이고 그래서 구원의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그는 직접 예수님의 아버지가...
    Date2008.12.19 By당쇠 Reply0 Views1059
    Read More
  2. No Image 18Dec

    대림 3주 목요일-하느님의 아드님을 위해 내 아들을

    어제 복음이 주님의 오심을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사람들을 보았다면 오늘부터 앞으로 성탄 때까지의 복음은 주님의 오심을 가까이서 준비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나옵니다. 오늘은 요셉의 얘기입니다. 족보로 치면 맨 마지막에 나올 조상, 즉 오실 주님의 아버...
    Date2008.12.18 By당쇠 Reply1 Views1140
    Read More
  3. No Image 18Dec

    대림 3주 수요일-우리는 모두 하느님 구원의 도구들

    오늘은 12월 17일. 주님의 탄생을 한 주일 앞둔 날. 복음은 주님이 오시기에 앞서 오래전부터 그 오심을 준비한 사람들, 그 사람들의 족보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은 유다인을 대상으로 이 복음을 썼기에 다른 복음에는 없는 이 족보 얘기를 함으로...
    Date2008.12.18 By당쇠 Reply0 Views1203
    Read More
  4. No Image 16Dec

    대림 3주 화요일-실천적 무신론

    실천적 무신론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무신론이란 신이라는 존재를 부정하지만 실천적 무신론이란 신의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실천적 무신론이란 그의 실천에 있어서 하느님은 안 계시다는 뜻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느님 때문에 안 하지 않습니다. 하...
    Date2008.12.16 By당쇠 Reply1 Views1334
    Read More
  5. No Image 15Dec

    대림 3주 월요일-카리스마과 제도

    우리나라 최상위법인 헌법은 사상의 자유를 얘기합니다. 그러나 하위법인 보안법은 그 사상의 표현을 제한합니다. 헌법은 표현의 자유를 얘기합니다. 그러나 영상 표현법은 영화에 등급을 매기고 표현을 제한합니다. 사상과 표현은 하늘이 모든 인간에게 준 권...
    Date2008.12.15 By당쇠 Reply0 Views1084
    Read More
  6. No Image 14Dec

    대림 제 3주일-우리 가운데 우리가 모르는 분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바리사이들이 보낸 사람들에게 요한이 한 말입니다. 어제, 그제 저희 수도원에서는 김장을 담갔습니다. 저도 같이 김장을 담그는 일을 하였는데 그제 안 오셨던 자매님이 어제는 새로 오셨습니다. 작업복 차...
    Date2008.12.14 By당쇠 Reply0 Views1229
    Read More
  7. No Image 13Dec

    대림 2주 토요일-신들린 사람

    내가 엘리야처럼 모든 것을 바로잡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심약한 사람. 미숙한 사람. 이러한 사람이 나인데. 그러나 심약한 것으로 보면 엘리야도 마찬가지. 왕과 백성들에게 환난을 내린 그가 환난이 두려워 도망치고 거짓 예언자들을 쳐 죽인 그가 이제벨...
    Date2008.12.13 By당쇠 Reply0 Views1107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260 1261 1262 1263 1264 1265 1266 1267 1268 1269 ... 1351 Next ›
/ 1351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