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어제 선교 협동조합 발기대회가 있었고
고맙게도 참으로 많은 분이 오셨습니다.
어제 복음이 등불에 대한 말씀이었기에
저는 이 미사 때 선교 협동조합이 세상을 비추는 등불이 되면 좋겠다는,
조합원들은 이 등불의 기름들이 되면 좋겠다는 취지의 강론을 하였습니다.
이런 강론을 하게 된 것은 어제 제가 올린 강론을 읽은 한 자매님이
많은 묵상을 하신 뒤 자신은 등불이 될 자신도 없고 될 수도 없지만
기름은 될 수 있을 거라는 말씀을 해주셔서 여기서 힌트를 얻은 결과지요.
그런데 오늘복음은 씨앗의 비유이기에
다시 선교 협동조합을 오늘 씨앗의 비유에 적용시킬 수 있겠습니다.
오늘복음에서 어떤 사람이 씨앗을 뿌리는데
그 어떤 사람은 저와 여러분이고 우리는 협동조합이라는 씨를 뿌렸습니다.
그리고 오늘복음에는 겨자씨의 비유가 또한 나오는데
씨란 겨자씨뿐 아니라 어떤 씨도 다 작지만 그 작은 씨에서
큰 나무의 싹이 트고 자라서 많은 열매를 맺는 나무가 됩니다.
그러니까 씨는 어떤 씨건 작지만 엄청난 가능성이 있는 것인데
다만 어떤 씨이냐에 따라 그 가능성이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지요.
그 씨앗이 가라지, 곧 악의 씨앗이라면 악이 번성케 될 것이고,
밀, 곧 선의 씨앗이요 하느님 나라의 씨앗이라면 이 또한 번성케 될 겁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씨앗을 뿌릴 때 내가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치 않고,
그것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가 중요치 않고,
어떤 씨를 뿌리느냐가 중요합니다.
좋은 뜻, 하느님 나라를 이루려는 좋은 뜻만 가지고 있으면 되고,
그 다음은 하느님께서 알아서 해주십니다.
이것을 오늘 주님은 <저절로>라는 말로 설명하십니다.
“어떤 사람이 땅에 씨를 뿌려놓으면 그 사람은 어떻게 그리 되는 모른다.
땅이 저절로 열매를 맺게 한다.”
여기서 땅은 여러 신화나 작품에서 얘기되는 바와 같이 대지의 신이고,
우리에게는 바로 우리가 믿는 하느님입니다.
그러니까 <저절로>란 내가 무엇을 하지 않음입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란 말을 많이 쓰고 좋아도 하는데
무엇을 억지로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고,
어깨에 힘을 빼고 무엇을 하는 것입니다.
<저절로>란 이 자연스러움을 말하는 것이고
자연스러움은 하느님스러움, ‘야훼이레’입니다.
아브라함이 이사악을 바치러 가는데 이사악이
다른 것 다 있는데 정작 바칠 양이 없다고 하니
아브라함이 하느님께서 다 마련해주신다는 뜻으로 야훼이레라고 말하지요.
우리는 나의 것을 나의 것이라 하지 않고 하느님 것으로 바치려는 마음,
내가 하려는 것을 나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 것으로 바치려는 마음,
이 마음만 있으면 나머지는 하느님께서 해주십니다.
내 것은 내가 하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이 하십니다.
"주님, 당신의 뜻 안에 저희의 평화가 있나이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