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당쇠 2008.12.30 05:00

12월 30일-세모에

조회 수 1216 추천 수 0 댓글 1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이면 묘한 감상적 허무주의에 빠집니다.
빠진다는 표현이 너무 부정적이라면 즐긴다 함이 좋을 듯합니다.
결국 지나가고 마는 것을
뭐 그리 대단한 것인 양
뭐 그리 조바심하고
뭐 그리 집착하고
뭐 그리 열을 내었는지
약간은 우습게 여기기도 하고
약간은 허탈해하기도 하면서
그것들을 놓아버린 해방감과 자유를 즐기고
그것들을 털어버린 후련함을 즐깁니다.

30년도 더 전 대학 시험을 치를 때입니다.
저는 집중력이 꽤 강한 편입니다.
하여 저의 공부는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열심히 듣는 것이 거의 전부입니다.
예습이나 복습이라는 것도 별로 없고 노트를 하지도 않지요.
그런데도 1등을 곧잘 하고는 하였기에
방자한 마음과 젊은 날의 치기로
대학 시험을 조롱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세상이 대학 합격을 그렇게 중요시 하고
다른 친구들은 대학 들어가기 위해 그렇게 매달리는데
나는 그 대학을 일부러 떨어지기로 마음먹고
친구들을 꼬셔서 시험 보는 날 술을 같이 먹고 시험을 치렀습니다.
모두 떨어졌고 저도 당연히 떨어졌지만 하나도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공부할 생각이 없어 한 해를 거의 다 허비하다가
시험을 50여 일을 앞두고
한 번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공부를 하였습니다.
마음을 먹으니 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고
하루에 한 시간만 자도 피곤하지가 않았고
읽는 대로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40여 일만에 해야 할 공부 다 하고는 책을 덮었습니다.
그리고는 며칠 남은 날을 같이 재수하는 친구들을 다시 꼬셔서
들로 산으로 다녔습니다.
친구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시험에 초연할 수 있어야 시험을 더 잘 본다는
저의 말에 끌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행동을 같이 하였습니다.
그때 저는 친구들을 성당으로 데리고 가서 코헬렛서를 들려주었습니다.
“헛되고 헛되다. 세상만사 헛되다.
사람이 하늘 아래서 아무리 수고한들 무슨 보람이 있으랴!
지금 있는 것은 언젠가 있었던 것이요
지금 생긴 일은 언젠가 있었던 일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있을 리 없다.”
이것이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사를 우습게 보는 근거이고
제가 이 세상사에서 승리를 하고 성공을 하려고 할 때마다
그리고 욕심을 부릴 때마다 떠올리는 것이 이 구절입니다.
그리고 요한의 오늘 편지도 떠올립니다.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그렇게 감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벼운 것도 아니고
욕망으로 살아가서도 아니 되는 소중한 것입니다.
열심히 치열하게 이 세상 안에서 살아야 되지만
천상을 갈망하며 살아야 하는 거룩한 것입니다.

요 며칠 사이 가슴 아픈 두 탈북자를 만났습니다.
하나는 하나원을 갓 나와
이제 한국 사회 정착을 시작하는 36세의 남자인데
넘어오는 과정에서 아들을 강물에 떠나보냈습니다.
다른 하나는 아직 하나원에 있는 50대의 남자인데
이분 역시 배를 타고 넘어오다 인천 앞 바다에서 큰 파도에 배가 뒤집혀
같이 오던 사람은 죽고
자기는 밧줄로 몸을 배에 묶어 간신히 살아났습니다.
이들에게 삶이란 만족한 삶이냐 아니냐
행복한 삶이냐 아니냐를 한가하게 따질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한 현실입니다.
살아있다는 것, 그것이 곧 행복이고
살아있기에 열심히 살아야 하는 삶일 뿐입니다.
이분들 앞에서 옷깃을 여밉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마니또 2008.12.31 01:41:21
    신부님~식구들이 다 아파요.ㅎㅎ 남편은 아픈 아기들한테 폐렴을 옮겨와서 열이 펄펄나고..저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지병과 일년 쌓인 피로가 몰려와 몸살을 앓아요~^^ 한 해동안 베풀어주신 신부님 사랑의 수고..감사드려요.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엮어 감사의 꽃 한 다발..두고갑니다 ♥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19Jan

    연중 2주 월요일-대사제처럼 되려면

    우리 수도 전통 안에서 내려오는 얘기가 있습니다. 수호자(원장)와 관련한 얘기입니다. 수호자가 너무 똑똑해서는 안 된다. 수호자는 너무 건강해서도 안 된다. 수호자는 너무 거룩해서도 안 된다. ‘너무’가 들어가면 그 자체로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만 ...
    Date2009.01.19 By당쇠 Reply1 Views1030
    Read More
  2. No Image 18Jan

    연중 제2주일(나해)

    오늘 말씀을 묵상하면서 두가지 특징을 발견했습니다. 첫째, 우리는 부르심을 받아 완성으로 나아가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가끔 명동에 나가는데, 특히 주일이 되면 명동은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죠. 그런데 약속이 있어 나가보면 ...
    Date2009.01.18 By이대건 Reply2 Views1126
    Read More
  3. No Image 18Jan

    연중 제 2주일-눈여겨 봄

    예수님께서는 지난 주 세례를 통해 당신을 공적으로 세상에 드러내셨습니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하면 Coming out을 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는 오늘 당신의 제자들을 뽑으십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뽑히는 얘기가 복음에 ...
    Date2009.01.18 By당쇠 Reply1 Views1041
    Read More
  4. No Image 15Jan

    연중 1주 목요일-오늘 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오늘 너희가 그분의 소리를 듣거든 마음을 완고하게 갖지 마라. ‘오늘’이라는 말이 들리는 한 여러분은 날마다 서로 격려하여, 죄의 속임수에 넘어가 완고해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도록 하십시오.” 오늘을 산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요? 모두 오늘을 사는 것이 ...
    Date2009.01.15 By당쇠 Reply1 Views1166
    Read More
  5. No Image 14Jan

    연중 1주 수요일-유혹을 받으시기까지

    “그분께서는 모든 점에서 형제들과 같아지셔야 했습니다. 자비로울 뿐만 아니라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충실한 대사제가 되시어, 백성의 죄를 속죄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분께서는 고난을 겪으시면서 유혹을 받으셨기 때문에, 유혹을 받는 이들을 도와주실 ...
    Date2009.01.14 By당쇠 Reply1 Views1050
    Read More
  6. No Image 13Jan

    연중 1주 화요일- 고난을 통한 완성

    “만물은 하느님을 위하여 또 그분을 통하여 존재합니다. 이러한 하느님께서 많은 자녀들을 영광으로 이끌어 들이시면서, 그들을 위한 구원의 영도자를 고난으로 완전하게 만드신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오늘 히브리서의 말씀입니다. 히브리서는 예수 그리...
    Date2009.01.13 By당쇠 Reply0 Views1028
    Read More
  7. No Image 11Jan

    주님 세례 축일

    평화를 빕니다. ‘30년 만의 휴식’이라는 책은 정신분석학 의사가 자신의 지난 30년을 돌아보면서 쓴 책입니다. 그는 서문에서 말합니다.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선 박사 때문이었다. 세상에는 일벌레 선 박사가 많다. 돈과 지위 인기를 얻으면 만족이 있...
    Date2009.01.11 By김베드로 Reply2 Views1045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332 1333 1334 1335 1336 1337 1338 1339 1340 1341 ... 1428 Next ›
/ 1428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