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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전체사진.jpg


제  목 :  엠마오스의 저녁식사 (Supper at Emmaus, 1601)

  가 : 카라바죠(Caravaggio, Michelangelo Merisi 1571-1610)
  기 : 캠퍼스 유채 141cm × 196.2cm 

소재지 : 영국 런던 국립 미술관 (National Gallery, London)


그리스도의 부활은 크리스챤 신앙의 핵심이다. 사도 바울로의 이 말씀은 크리스챤 신앙에 있어 부활의 영향력을 너무도 정확히 표현한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여러분의 믿음은 덧없고 여러분 자신은 아직도 여러분이 지은 죄 안에 있을 것입니다.” (1코린 15,17)


그러나 예수 부활에 대한 성서의 내용은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부활하신 시간 목격 증인 등 다 서로 차이가 있기에 혼돈스러울 수 있으나, 예수 부활은 오늘 그리스도교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부정할 수 없는 사유가 된다.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너무도 무력하게 비참한 죽음을 당하시는 것을 본 제자들은 하나같이 다 등을 돌려 도망한 처지에 부활과 같은 일이 없었다면 도망갔던 제자들이 다시 돌아와 순교를 하면서까지 주님 부활을 선포했다는 것은 집단 정신병이 아니면 이해가 어려운 일이다.


예수 부활은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에 주님께서 들어오셨다는 것이다. 땀 흘려 일하고 만남 안에서 먹고 마시며 살아가는 일상 삶에 주님께서 참여하시면서 힘겨운 인생을 살아가는 우리를 위로 하시고 격려하시는 주님을 만난다는 것이다.


가톨릭 신자들은 성찬식을 통해 주님 부활을 경축하며 미사 중 받아 모시는 성체가 오늘도 그리스도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체험의 재현으로 믿고 있다.


이 작품은 성당의 제단용이 아니라 마테이라는 당시 세력을 떨치던 추기경 동생이 자기 가정 식당의 장식용으로 제작된 것이다. 가정 식당용이기에 그림의 크기가 실물 크기와 같아 그림의 주인공들이 마치 식당에 앉아 있는 것과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


이 작품의 배경은 성서에 나타나고 있는 다음 내용이다.


“그들이 찾아가는 마을에 가까이 이르렀을 때, 예수님께서는 더 멀리 가려고 하시는 듯하였다. 그러자 그들은 “저희와 함께 묶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하며 그분을 붙들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묵으시려고 그 집에 들어가셨다. 그들과 함께 식탁에 앉으셨을 때,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은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루카 24:28-32)


사진2 제자들의 표정.jpg


이 장면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아직 제자들이 알아보지 못하고 있던 순간을 그린 것인데 두 제자는 루카복음 24장 30-31절에 등장하고 있는 성 루카와 클레오파스이며 선 자세로 무표정하게 있는 사람은 바로 여관의 주인이다.


사진3 예수님 표정.jpg


중앙에 빵을 축복하고 계신 예수님의 모습은 십자가의 죽음을 겪으셨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통통하고 복스러운 모습이며 십자가를 연상할 수 없는 그런 건강하고 밝은 모습이신데 이것은 복음에 나타나고 있는 다음 사실을 표현한 것이다.


전체가 어두운 배경에서 강한 빛이 예수님의 얼굴에 떨어지면서 단조로운 분위기에서 이 작품의 성격, 즉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당신을 드러내신다는 부활의 감동이 선명히 드러나고 있다.


그 뒤 그들 가운데 두 사람이 걸어서 시골로 가고 있을 때 예수님께서 다른 모습으로 그들에게 나타나셨다. (마르 16:12)

이것은 우리가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가면서 기억해야 할 좋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리스도의 모습은 이 천년 전 예루살렘과 갈릴래아에서 활동하셨던 당시의 주님 모습이 아니라 신앙이 있는 사람이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이다.


교회 역사 안에서 참으로 다양한 표현의 예수의 초상화가 그려졌으나 우리 각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고 그리스도의 인격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초상화는 우리가  주님께 대한 순수한 신앙을 실천했을 때 드러나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여기에 나타나고 있는 예수님의 모습은 너무도 생경스러운 것이면서도 새로운 모습, 그 순간으로서는 그리스도의 참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사진4 경악하는 제자, 조개껍질.jpg


오른쪽의 제자는 과거와 전혀 다른 얼굴의 사람이 자기들의 스승인 예수님임을 알아보자 충격적인 경악을 느껴 손을 한껏 펴들고 있다.


그의 가슴에는 오늘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자기 인생을 정리하기 위해 떠나는 야고보 콤포스텔라 순례자의 상징인 조개껍질을 가진 것을 보아 교회 안에서 대단한 직책이나 역할을 하는 인물이 아니라 평범한 가운데 경건하게 살아간 평신도임을 알리고 있다.


세 사람의 등장인물의 공통점은 당시 사회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서민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힘든 일로 거칠어진 손에다 입은 옷을 낡아빠진 후줄근한 차림은 그들의 삶이 힘겨운 일상을 살아가는 존재임을 알리고 있다.


그런데 앉은 두 사람의 얼굴은 빵을 축성하는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긴장된 경악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으로 서있는 사람은 너무도 담담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다.


작가는 여기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신앙의 눈을 지닌 사람에게만 가능함을 알리고 있다.


똑같이 빵을 축성하시는 예수님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여관 주인은 신앙이 없기에 다른 두 제자의 감동적인 동작과는 전혀 다른 무덤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5.1 식탁전체.jpg


세 사람이 전혀 다른 감동으로 서로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식탁엔 빵 외에 과일 바구니와 통닭이 있다.


작가는 정물화를 통해서도 상징적으로 신앙의 의미성을 전달하는 탁월한 능력을 여러 작품에서 드러내고 있는데 성찬이라는 가장 종교적인 표현을 하고 있는 이 자리에 평범한 정물을 상징적으로 대비시켜 배치하였다.

통닭과 과일 바구니는 지상 음식의 허망함을 알리고 있다.


사진5 식탁확대, 과일바구니.png


과일 바구니가 식탁 앞쪽 가장자리에 불안전하게 있는 것은 지상적인 것의 한계를 말하며 과일 바구니에 담긴 과일 중 사과는 벌레가 먹은 상태인데 이것은 원죄에 오염된 인간의 처지를 말하며 석류는 예수님의 부활을 상징하기에 바구니의 과일 역시 그리스도의 희생과 부활을 상징하고 있다.


즉 과일 바구니의 정물화적인 성격에서도 장식요소가 아니라 신앙의 내용을 선명하면서도 간결이 표현하고 있다.


식탁의 배치에서도 신앙의 표현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약간 불안한 자세로 놓여 있는 과일 바구니에서부터 옆에 놓인 빵  통닭 등은 유한한 육체적인 것의 상징이라면 그리스도 앞에 놓인 축성된 빵은 영혼의 상징이기에 그리스도 가까이 있는 것일수록 더 순수한 것임을 알리고 있다


결론으로 작가는 성서의 다음 내용으로 이 작품이 주는 교훈의 절정을 알리고 있다.


“내가 생명의 빵이다.” (요한 6:35)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 누구든지 이 빵을 먹으면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나의 살이다.”(요한 6:51)


천상의 음식과 지상적 음식이라는 구분을 통해 우리 삶에 가장 고귀하고 가치 있는 것을 천상음식이며 우리가 대단한 가치를 부여하는 지상의 음식은 항상 부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한다.


작가는 보통 사람의 정서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삶을 살았고 폭력 성범죄 살인 등으로 쫓기는 삶을 살다가 며칠 뒤 37세도 안 된 나이로 죽고 말았다.


그가 이런 어둠의 삶을 살면서도 그에겐 가톨릭교회에 대한 깊은 신앙이 있었기에 당시 말틴 루터의 종교개혁에 대한 교회의 제동 장치로 시작된 반종교개혁 즉 가톨릭의 실지를 회복하자는 것에 깊이 동조했다.


한마디로 작가는 비록 인간적인 약점이 노출되는 부패하고 매력 없는 교회라도 거기에는 성체성사를 통해 주님이 오시니 교회 안에서의 충실한 삶은 그리스도의 식탁에 앉는 것과 같다는 교회에 대한 충실성을 요청하고 있다.


근래 우리 교회가 겪고 있는 큰 홍역은 그동안 은폐되었던 교회 지도자격인 성직자들의 부도덕한 생각이 폭로되면서 정상적인 사람들에게 큰 충격과 혼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오래 동안 숨겨온 것을 한꺼번에 드러내니까 충격적인 것이긴 해도 사실 그것을 펼쳐놓고 보면 있을 수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숨겨왔던 교회의 처신이 문제이지 그 자체는 교회가 시대적인 표징 안에서 정직히 인정하고 개선하는 것으로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교회는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시대착오적인 구조나 가르침들은 정리될 때 교회는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이런 현실에 놓인 우리들에게 교회 안에는 오늘도 성체성사를 통해 그리스도가 오신다는 희망의 확신으로 오늘의 위기에 지혜롭게 대처하려는 사람에게 용기와 빛을 던지고 있다.


엠마오에서 주님이 주신 빵을 받아먹고 영혼의 눈이 밝아진 제자들이 힘을 얻어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실망을 보이는 교회 안에 살고 있는 우리가 지녀야 할 큰 지혜의 태도를 제시하고 있다. 



사진1 전체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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