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세상에 속한다면 세상은 너희를 자기 사람으로 사랑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에,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는 것이다.”
나는 어디에 속할까?
이 세상에 속할까, 하느님 나라에 속할까?
이렇게 엄연히 세상을 살고 있는데 세상에 속하지 않고 살 재간이 있을까?
어제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고 하신
주님께서 오늘도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고 하시고,
그것은 당신이 제자들을 세상에서 뽑았기 때문이라고 하십니다.
뽑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풀을 뽑아 버리듯이 버리는 의미입니다.
다른 하나는 그 반대의 의미로서
미인대회에서 여러 사람 중에 최고의 미인을 뽑듯이 선택의 의미입니다.
첫 번째 것은 밭을 가꿔야 할 꽃밭이나 전답으로 여기고
풀은 그러기 위해서 제거해야할 잡초로 여기는 경우이니
세상을 자기 세상으로 만들려는 사람들이 자기 반대자들을 솎아 내거나
세상을 중시하고 하느님 나라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하느님 나라를 심으려는
주님과 제자들을 제거하려는 경우로서 세상 사람들이 하는 것이지
주님께서 오늘 비유에서 말씀하시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왜냐면 오늘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당신이 세상이라는 밭에서
제자들을 뽑아내시겠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왜 제자들을 세상에서 뽑아내시겠다고 하실까요?
그것은 세상이 제자들이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제자들을 하느님 나라에 데려가기 위해서겠지요.
우선 이 세상은 제자들이나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닙니다.
더 정확히 얘기한다면 영원히 있어야 할 곳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에는 이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세상에 살면서 세상에서 뽑힌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몸도 삶도 세상에서 살지만 세상에서 뽑히는 것이니
마음과 정신이 세상에 안주하지 않는 것이고 그것은
결국 마음과 정신이 천국을 지향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우리가 세상에서 뽑힌다는 것은
세속을 떠난다는 뜻이고 회개의 의미입니다.
다음은 주님의 친구로 뽑히고 제자로 뽑히고 복음 선포자로 뽑히는 겁니다.
또는 주님의 어머니요 정배요 형제요 상속자로 뽑히는 겁니다.
뭐로 뽑히건 주님과 친밀한 관계가 되도록 뽑히는 것이니 영광스런 겁니다.
이 경우 우리가 자신을 위해서는 마리아처럼 주님 곁에 있지만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는 마르타처럼 세상에 나아가야 합니다.
프란치스코가 애초에는 자신을 위해 회개자요 은수자로만 살고 싶었지만
하느님께서 자신을 복음 선포자로 삼고자 하신다는 것을 알고는
떠나려했던 세상 가운데로 들어간 것과 같습니다.
재속 프란치스코 회원들의 재속의 의미도 바로 이런 것입니다.
자기 구원을 위해서는 세속을 떠나 늘 주님 곁에 머물지만
세상 구원을 위해서는 재속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러기에 이 삶을 살아내기가 쉽지 않지만
아무튼 이 삶을 살아내라고 뽑힌 사람들입니다.
부담스럽지만 영광스러운 것인데
나는 재속인인지 세속인인지,
부담이 큰지 영광이 큰지 돌아보는 오늘입니다.
(세속과 재속)
http://www.ofmkorea.org/121786
17년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세상에서 뽑힌 우리)
http://www.ofmkorea.org/103903
16년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사랑 때문에 나는 오늘 무엇을 할 것인가?)
http://www.ofmkorea.org/89149
15년 부활 제5주간 토요일
(나는 어떤 사람일까?)
http://www.ofmkorea.org/77940
13년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양다리 걸치기)
http://www.ofmkorea.org/53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