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작년 교황 프란치스코에 의해 제정된 교회의 어머니 마리아 축일을
처음으로 지내는 날인데 우리는 당연히 이런 질문을 하게 됩니다.
마리아의 축일이 그러지 않아도 많은데 또 마리아의 축일을 제정할 필요가
있을까? 있다면 무엇이고 그 의미는 무엇일까?
명칭만 놓고 볼 때 지금 우리의 교회는 어머니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리고 신학적인 바탕은 마리아가 그리스도의 어머니시기에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어머니도 되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교회 초기부터 마리아는 그리스도의 어머니셨고,
우리의 어머니셨는데 왜 오늘날에 와서 따로 교회의 어머니를 생각합니까?
우리의 어머니인 것으로 부족하고 꼭 교회의 어머니이어야 하는 것입니까?
제 생각에 여기에 오늘 축일의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 교회는 너무 가부장적이었고 그래서
시대의 변화에 너무 뒤떨어졌으며 하느님의 자녀를 너무 많이 잃었습니다.
그래서 마리아께서 어머니로서 하느님의 자녀를 교회에 많이 낳아주시고,
기르고 보살펴 주시는 것처럼 오늘 우리들이, 특히 교회의 지도자들이
어머니 마리아를 본받아 하느님 자녀를 많이 낳자는 것이지요.
어머니 영성이 오늘 우리 교회에 필요하다는 얘긴데
사실 이것은 옛날에도 필요했던 것이고 옛날 이미
프란치스코가 선구자적으로 역설했던 것입니다.
그는 우선 작은 형제들에게 이렇게 권고했습니다.
“어머니가 자기 육신의 자녀를 기르고 사랑한다면 각자는
자기 영신의 형제들을 한층 더 자상하게 사랑하고 길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신자들에게는 이렇게 권고했습니다.
“우리가 사랑과 순수하고 진실한 양심을 지니고 우리의 마음과 몸에
그분을 모시고 다닐 때 우리는 어머니들입니다. 표양으로 다른 이들에게
빛을 비추어야 하는 거룩한 행위로써 우리는 그분을 낳습니다.”
그렇습니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성령강림 대축일 바로 다음 날 이 교회의 어머니 축일을
제정한 뜻은 성령으로 예수님을 잉태하고 출산하는 어머니가 되셨듯이
우리도 성령을 받아 하느님의 자녀들을 많이 출산하는 어머니가
되자는 뜻일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감사송처럼 우선 하느님의 말씀을 잘 받아들이는 것,
곧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우리가 잉태하는 것부터 잘 해야 하겠지요.
“마리아께서는 티 없는 마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받아들여 동정의 몸에
잉태하시고 교회의 창설자 그리스도를 낳으시어 교회의 시작을 도우셨으며”
다음으로 오늘 감사송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십자가 곁에서 아드님의 유언에 따라 모든 이를 당신 자녀로 받아들이셨고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그들은 천상 생명을 받아 새로 태어났나이다.”
그러니까 하느님의 말씀에 열려 있고 그래서 그 말씀을 받아들이는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인 모든 이에게도 열려 있고 그들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어
그들이 천상 생명을 받아 새로 태어나게하는 어머니 역할도 해야 하겠지요.
감사송은 교회의 어머니인 마리아의 마지막 역할을 이렇게 노래합니다.
“또한 사도들이 주님께서 약속하신 성령을 기다리고 있을 때 당신의 간구를
제자들의 기도에 결합시켜 기도하는 교회의 본보기가 되셨나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공동체와 함께 기도하는 어머니를 본보기삼아
교회 공동체와 함께 기도하며 성령의 오심을 준비하고 기다리다가
마침내 우리 교회가 성령의 이끄심을 받는 교회가 되게 해야겠지요.
아무튼 우리는 교회의 어머니 마리아 축일을 지냄으로써 우리도
마리아를 닮아 영적인 모성성을 살아야 함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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