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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백인대장의 종을 고치신 얘기는 마태오, 루카 ,
그리고 오늘 요한복음에 나옵니다.
그런데 얘기는 조금, 아니 어찌 보면 꽤 다릅니다.

무대가 가파르나움인 것은 같습니다.
그런데 치유를 청한 사람이 요한복음에서는 왕실관리이지만
다른 두 복음에서는 로마 백인대장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 치유를 청한 사람이
요한복음에서는 유대인이고 다른 두 복음에서는 이방인입니다.
그래서인지 요한복음에서는 치유를 청한 왕실 관리를
예수님께서는 기적을 봐야지만 믿는 불신자라고 나무라십니다.
그에 비해 다른 두 복음에서는 백인대장을
이방인임에도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칭찬하십니다.
왜 나무라실까?

제가 유심히 본 것은 치유를 청하면서 취한 태도입니다.
마태오와 요한복음은 상전들이 직접 예수께 와서 청원을 하지만
루카복음은 백인대장이 유대 원로들을 대신 보내어 청원을 합니다.
마태오복음은 애초에 예수님께서 오실 필요가 없다 하고
루카복음은 와달라고 처음에는 청하나 다시 사람을 보내
오실 필요가 없다고 하며 그 유명한 말을 합니다.
“주님, 수고하실 것 없습니다.
저는 주님을 제 지붕 아래로 모실 자격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주님을 찾아뵙기에도 합당하지 않다고 여겼습니다.
그저 말씀만 하시어 제 종이 낫게 해 주십시오.”
그러니 루카복음의 백인대장이 예수님께 직접 오지는 않았지만
더 겸손하고, 더 깊은 믿음의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이에 비해 오늘 요한복음의 왕실관리는 직접 찾아와
아들의 치유를 위해 직접 가주실 것을 청합니다.
종이 아니라 아들의 치유를 청하고
한 말씀만 하시면 제 종이 낳을 것이라는
그 중요한 말이 빠져있습니다.
그러니 주님께서 고쳐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다른 복음, 적어도 루카복음의 백인대장보다 약한 것입니다.
자기가 찾아와야 예수님께서 아들에게 직접 오실 것이라고 믿은 것이고
예수님께서 직접 가셔야지만 치유하실 수 있다고 믿은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복음의 왕실관리는 주님을 믿은 것이기도 하지만
믿지 않은 것이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아들에게 친히 가시면 나을 것이라고 믿었지만
아니 가셔도 나을 것이라는 것은 믿지 못한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이 종종 이러합니다.
내가 뭔가 해야 하느님께서도 해주실 것이라는 믿음.
내가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하느님께서도 서운해서 성의를 보이지 않으실 것이라는 그런 믿음.
하느님께서 친히 손을 얹어주시면 나을 것이라는 믿음.
한 말씀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믿음.
한 푸닥거리를 하면 나을 것이라는 믿음.
조용히 짧게 기도하면 낫지 못하는 것 아닐까 불안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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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그럼에도 2009.03.23 11:05:53
    하느님과 거래하듯 기도하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말씀, 잘 모시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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