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 권고합니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우리 자신을 하느님의 일꾼으로 내세웁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매우 당당하게 자기 정체성을 내세웁니다.
저 같으면 부족한 저를 하느님께서 당신의 일꾼으로 삼아 주셨다거나
부족한 제가 하느님의 일꾼이 되었다는 식으로 얘기할 텐데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과 함께 일하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내세우고,
모든 면에서 자신을 하느님의 일꾼으로 내세운다고 내세움을 공식화합니다.
이럴 때 저는 겸손한 것이고 바오로 사도는 겸손치 않은 것입니까?
제 생각에 이럴 때 저도 겸손하고 바오로 사도도 겸손한 것입니다.
사실 다른 곳에서 바오로 사도도 자신을 자격 없는 자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팔삭둥이 같은 나에게도 나타나셨습니다.
나는 사도들 중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이요 하느님의 교회까지
박해한 사람이니 실상 사도라고 불릴 자격도 없습니다.”(1코린 18, 8-9)
그러니까 바오로 사도도 하느님 앞에서 자신만을 냉철하게 들여다볼 때는
자신이 사도로서 자격이 없는 자라고 겸손하게 생각을 하지만
사도로 사람들 앞에 나설 때에는 개인 바오로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도로 나서는 것이고 그것을 당당하게 내세우는 것입니다.
여유로울 때 저는 아침시간 KBS 1 FM을 고정적으로 틀어놓고 일을 하는데
그저께는 피아니스트 미하엘 플레트네프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인터뷰를 잘 하지 않는 사람이고 묻는 말에 무뚝뚝한 사람인데
어쩌다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자신의 연주에 대해 얘기하였답니다.
나는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는다. 오직 음악과 자시만 있을 뿐이지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다. 미카엘젤리나 호로비츠를 생각하며
내가 무대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되면 무대에 서지 말아야 한다.
연주가가 자신감을 잃으면 설득력 없는 연주가 되고 청중도 헤맨다.
연습 때는 자신을 많이 의심하고 과소평가해도 되지만 막상 무대에
서게 되면 강한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런 아침 방송을 들은 그날 선교사들 위한 특강을 하고 미사를 드리는데
미사 독서의 내용이 <그리스도의 사절>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미사의 독서자가 독서를 작은 목소리로 하는 거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미사의 독서자는 하느님 말씀의 선포자이다.
독서대에 오르기 전에는 인간적으로 자신이 없을 수 있지만
일단 독서대에 오르고 나면 이제 더 이상 인간적인 것은 생각지 말고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 당당하게 말씀을 선포해야 한다.
그리스도의 사절이요 선교사로서 하느님의 일을 할 때
인간적인 것에 오염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강론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인간적으로는 매우 보잘것없을 수 있지만
하느님으로부터 부르심을 받고 난 뒤에는 더 이상 내가 아니고
하느님의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하게 가져야 하고
거기에 걸 맞는 태도를 취하고 삶도 살아야 합니다.
하느님의 일을 함에 있어서 인간적인 것에 오염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는 인간적으로는 이런 사람처럼 보이지만
신앙적으로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요지로 이렇게도 얘기합니다.
“인정을 받지 못하는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인정을 받습니다.
벌을 받는 자같이 보이지만 죽임을 당하지는 않습니다.
슬퍼하는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늘 기뻐합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참 의연하고 당당하지요?
이 영적인 의연함과 당당함에 부르심 받은 우리들임을 묵상하는 오늘입니다.
18년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하느님 사랑에 물듦이 없이는)
http://www.ofmkorea.org/126219
작은형제회
17년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은총을 쓰레기로, 쓰레기를 은총으로)
http://www.ofmkorea.org/105543
작은형제회
16년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분노에 지지말라.)
http://www.ofmkorea.org/90301
작은형제회
15년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모든 것이신 하느님을 나의 전부로 소유 한다면)
http://www.ofmkorea.org/78919
작은형제회
13년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맞서지 마라)
http://www.ofmkorea.org/54349
작은형제회
12년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요구가 아니라 바람이다)
http://www.ofmkorea.org/32039
작은형제회
11년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악에 대한 진정한 승리)
http://www.ofmkorea.org/5141
작은형제회
10년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완전한 사랑)
http://www.ofmkorea.org/4108
작은형제회
09년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물들어 올 때 노 젓자!)
http://www.ofmkorea.org/2670
작은형제회
08년 연중 제11주간 월요일
(사랑 단상)
http://www.ofmkorea.org/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