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님께서는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제자들에게 하신 말씀인데 주님께서 저도 가리키시며
‘너도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라고 하실까요?
물론 저도 여러분도 제외하지 않으시겠지만
만일 이 말씀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당신 형제이고, 누이고, 어머니라는 뜻으로 말씀하신 거라면
주님께서 과연 제게도 ‘네가 바로 하느님 뜻을 실천하는 자’라고 하실까요?
실천의지와 미래의 실천 가능성이 아니라 현재의 실천만 놓고 본다면
제가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자, 그것도 잘 실천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니
저를 가리키지는 않으실 것 같습니다.
저의 일생을 돌이켜보며 감히 말한다면 야곱이 밤새도록 하느님과 씨름했듯
하느님의 뜻과 씨름을 한 일생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하느님 뜻대로 해야 한다는 거의 강박관념 수준의 생각이 늘 있었고,
하느님 뜻대로 했는지 반성을 늘 했다는 면에서는 하느님 뜻과 씨름을 한
일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거의 대부분 제 뜻대로 했습니다.
그러니까 하느님 뜻과의 씨름에서 제가 거의 대부분 이긴 거지요.
저의 뜻이 하느님의 뜻을 이겼다는 면에서 말입니다.
그러나 하느님 뜻대로 해야 한다는 저의 의지와 지향 면에서는
그러니까 저와의 싸움 면에서는 제가 거의 대부분 졌습니다.
왜 졌을까요?
제 의지나 지향이 강하지 않고 약해서 그랬을까요?
단순화하면 물론 그런 거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 단순치 않습니다.
제가 중요한 순간에는 하느님의 뜻을 찾고 하느님 뜻대로 했습니다.
수도원에 들어가고 나간다든지,
관구장이나 평의원에 선출되고 소임이동을 한다든지
이런 중요한 것에서는 하느님의 뜻을 생각하고 따랐지요.
그런데 음식을 먹을 때는 하느님이 굶기를 원하실지 먹기를 원하실지,
이 반찬을 먹기를 원하실지 저 반찬을 먹기를 원하실지 생각지 않고
그저 배고프면 먹고, 먹고 싶은 대로 먹었습니다.
특히 짜게 먹는 저는 사람들이 짜게 먹지 말라고 할 때
사람들 눈치는 봤어도 하느님의 뜻은 생각지 않고 무조건 짜게 먹었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하느님께서 왜 이 사람을 내게 보내셨는지,
내가 이 사람에게 어떻게 해주기를 하느님께서 원하실지 의식치 않을 때는
늘 그가 제 마음에 들고 내 뜻대로 하는 사람이기를 바랐지요.
그러니까 바오로 사도가 내가 이렇게 하려고 할 때 늘 또 다른 내가
그렇게 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탄하듯 두 개의 내가 있었던 것입니다.
‘의식의 나’와 ‘무의식의 나’ 말입니다.
그러니까 의식하지 않으면 다시 말해서 무의식적으로 하면
내 좋을 대로이고 내 뜻대로인데 크고 중요한 것을 할 때는 의식을 하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거의 다 무의식적으로 한다는 말입니다.
문제는 우리 대부분의 일상은 소소한 것이라는 점이고,
그래서 제 삶의 대부분은 제 뜻대로지 하느님 뜻대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또 다시 사랑의 문제로 돌아갑니다.
우리의 의지가 사랑의 의지여야지 강박적 의지여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사랑을 하면 할수록 그리고 사랑이 강렬하면 할수록 사랑하는 그를
늘 의식하고 숨조차 마음대로 쉬지 않고 그에게 맞추며 그의 뜻을 따릅니다.
사랑의 의지, 하느님 사랑에서 비롯된 순종의 의지가 있어야
아버지의 뜻을 언제나 실천하는 주님의 어머니와 형제가 될 수 있음을
절실히 깨닫고 그렇게 되기를 희망하는 오늘 이 새벽입니다.
(너도 나의 어머니다!)
http://www.ofmkorea.org/130301
16년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관계의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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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기도만 하지 않고 실천까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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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대동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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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하느님의 아들이요 우리 주님의 형제인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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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관계의 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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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연중 제16주간 화요일
(나를 가리키시며 말씀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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