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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것을 가지고 나가 하고 싶은 맘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

아니면,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

 

오늘 복음은 하늘나라에 대한 비유로

일한 시간이 다름에도 같은 품삯을 주는 포도밭 주인의 얘기인데

이것은 일한 시간이 다르면 품삯이 다른 이 세상 셈법과

하늘나라의 셈법이 다름을 얘기하고자 든 비유이지요.

 

이 비유를 묵상하다가 올해는 이런 생각이랄까 질문들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어떤 포도밭에서 일하고 싶은가?

하늘나라 포도밭인가, 세상 포도밭인가?

하늘나라 포도밭에서 품삯은 무엇인가?

 

그러면서 얼마 전에 저의 누나에게서 들은 얘기가 생각났습니다.

저의 종신서원식에 참여한 저의 매형이 서원식을 보고 나오면서

나도 진작 알았으면 수도자가 되는 건데!’라고 얘기했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듣고 그때는 어떻게 자기와 결혼해 살고 있는 사람 앞에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가?‘라는 생각을 했다는 얘기인데

사실 저는 그런 얘기, 곧 수도생활을 진작 알았으면

시집 또는 장가 안 갔을 거라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얘기 들으면 속으로 웃습니다.

수도원에 일찍 들어온 사람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가지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처럼 바깥세상에서 신나게 그리고 실컷 놀고 들어올 걸

괜히 일찍 들어온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하늘나라 비유는 하늘나라를 위해 일찍 일한 사람이나

늦게 일한 사람이나 똑같은 품삯을 받는다는 얘기인데

만약 수도생활이 하늘나라를 위해 일하는 거라면 일찍 수도원에 들어온

사람이나 늦게 수도원에 들어온 사람이 똑같은 품삯을 받는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 세상 포도밭의 품삯은 돈인데 하늘나라 포도밭의 품삯은 뭡니까?

그것은 천국의 행복이고,

천국의 행복이란 하느님을 뵙는 지복직관至福直觀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하늘나라를 위해 봉헌했다는 사람들 곧 수도자들이

수도원에 일찍 들어와 오래 수도자로 살았지만 실제로는

하늘나라를 위해 일하지 않고 안주하거나 자기성취를 위해 일한다면

시집장가 갔지만 늦게라도 하늘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보다

어찌 하늘나라 포도밭에서 일찍부터 일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더 큰 문제는 아무리 일찍 수도원에 일찍 들어와 살고 있어도

하늘나라를 위해 일한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오래 살았어도

하느님을 뵙는 행복을 품삯으로 받지 못한다는 거지요.

 

세례를 받았다고 하늘나라를 위해 다 일하는 것이 아니고,

수도원에 들어와 산다고 다 하늘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디서 일하건 언제부터 일하건 참으로 하늘나라를 위해 일하기만 하면

거기서 하느님을 뵙는 행복을 살게 될 것이고

일찍 일하기 시작하면 일찍 하느님을 뵙는 행복을,

늦게 일하기 시작하면 늦게 하느님을 뵙는 행복을 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하늘나라 포도밭의 품삯은 불공정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을 위해 일찍부터 일하여

하느님을 일찍부터 뵙는 행복을 누구나 누리면 되는데

주님께서 이 포도밭에 우리를 오늘 초대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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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19.08.21 06:57:42
    신부님의 말씀을 같은 전례시기에는 어떻게 묵상하고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 profile image
    홈페이지 성체순례자 2019.08.21 06:57:11
    18년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행복수업을 일찍 받은 우리)
    http://www.ofmkorea.org/139928

    16년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네게 선한 것이 내게 악이라는 시기질투)
    http://www.ofmkorea.org/92655

    15년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하느님도 시기하는 존재인 나?)
    http://www.ofmkorea.org/81443

    11년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하늘나라는 이 세상과 같지 않다.)
    http://www.ofmkorea.org/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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