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치는 사람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오른손이 오그라든 남자(루가 6,6-11)처럼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생산성이 없는 자들을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현장에서
이미 버려진 사람처럼 하루를 산다.
종로 거리를 배회하는 남자들뿐만 아니라
어는 곳에든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많다.
아무것도 결심하거나 요청하지도 않고
자신의 수고와 땀과 눈물을 흘리는 일도 없이
주도권을 상실한 채 살아간다.
아내의 바가지를 피하여 도망치는 남자들처럼
무력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하다.
다른 사람들이 주도하길 기다리다가 남들의 수고를 먹는다.
이들은 자신이 삶의 주체가 아니다.
살아갈 만한 동기부여도 없고 체념한 지 오래다.
오로지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있다면 돈과 성과 지배적 권위다.
그러나 돈도 없고, 성적인 쾌락도 없고, 지배적인 권위도 사라진 현실 속에서
무엇을 선택하거나 결정할 줄 모른 채 살아간다.
한 마디로 내면적인 기쁨과 활력이 없다는 말이다.
영성은 삶에 동기를 부여하거나 방향을 제시하고
에너지의 원천을 갖는 것과 관계된 문제이다.
자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내면적 기쁨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며,
내적인 변화, 마음의 변화, 방향의 변화가
하느님과 연결되는 가운데서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