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프란치스코는 우상이었다.
이상이었다고 생각하였는데 지금 돌아보면 우상이었다.
이것이 사부 프란치스코 축일을 맞은 저의 소감입니다.
인간적으로 얘기하면 운명적인 만남이지만
신앙적으로 얘기하면 그것이 성소였습니다.
누군지도 모르고 수도원에 들어와 책도 아니고 선배들로부터
처음 얘기로 들은 프란치스코는 그야말로 저를 뿅 가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사람이 있다니!
하느님을 믿고 예수님을 따르는 저였지만
하느님은 너무 멀고 예수님은 너무 무거운데 비해 프란치스코는
인간미를 풀풀 풍기면서도 초월을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예수님은 뒤로 밀리고 프란치스코가 저의 우상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프란치스코가 저의 이상이 아니고 우상인 이유입니다.
우상이나 이상이나 내가 그렇게 되고 싶은 존재라는 면에서는 같은데
추구하게 하는 것이 이상이라면 우상은 집착하게 하고,
자유롭게 하는 것이 이상이라면 우상은 매이게 하며,
주님을 가리키고 따르게 하는 것이 이상이라면
우상은 하느님과 주님을 대신하고 가리는 것이 차이지요.
그런데 이렇게 저를 집착케 하고 매이게 하고 주님을 가리는 존재가
프란치스코였기에 프란치스코를 따르는 데 있어서 당연히 사달이 났지요.
하느님을 잃고 길을 잃은 것입니다.
하느님은 내가 가야할 곳이고 예수님은 그 길인데
갈 곳도 일고 갈 길도 잃은 겁니다.
프란치스코처럼 되는 것이 돈 버는 것처럼
저의 성취, 욕심, 집착이었기 때문입니다.
프란치스코는 제가 가야할 종착역이 아닙니다.
종착역은 하느님이고 프란치스코는 그리로 가는 길의 한 역일뿐입니다.
예수님이라는 기차가 종착역을 향해 가면서 프란치스코라는 역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태우는데
저도 이 역에서 예수 기차에 올라탈 사람 중의 하나지요.
기차에 올라타고 기차가 떠나면 역도 떠나게 마련입니다.
불교 우화가 얘기하듯 강을 건너고 나면 배를 버려야 합니다.
그냥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게 하였으니 너무도 고맙지만
아무리 고마워도 그 배를 계속 메고 다녀서는 안 되겠지요.
사실 프란치스코도 프란치스코라는 역을 우리에게 남겨줬지만
그도 기차를 타고 떠나버려 이제 그 역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집착하고 매였던 저와 달리 클라라는 프란치스코를 사랑했습니다.
프란치스코가 떠나고 난 뒤 프란치스코와 같이 쳐다보던 하늘을 보니
하늘로 오르는 계단 꼭대기에 프란치스코가 이미 올라있었습니다.
그래서 클라라도 프란치스코가 먼저 올라간 그 하늘계단을
쏜살같이 올라가 프란치스코의 젖에서 젖을 먹었더니
그 젖이 달콤할 뿐 아니라 황금빛이 났습니다.
클라라가 본 이 환시에서 계단은 천국의 계단이요
예수 그리스도라는 계단이며 완덕의 계단입니다.
겸손이라는 맨 및 계단에서 시작하여 사랑이라는 맨 위 계단까지 오르면
사랑이신 하느님께 도달하고 하느님을 만나게 하는 계단입니다.
우리가 프란치스코를 사랑하고 따르는 것은
프란치스코가 사랑이신 하느님을 사랑하고 하느님께 갔기 때문입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참으로 사랑한다면
뭘 사랑하고 누구를 사랑해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겁니다.
하느님을 같이 사랑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시대정신인 평화)
http://www.ofmkorea.org/153895
17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프란치스코처럼 다시 시작하자!)
http://www.ofmkorea.org/111762
16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형제를 악으로 보는 악에서 구하소서.)
http://www.ofmkorea.org/94258
15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강을 건넌 다음에는 배를 버려라!)
http://www.ofmkorea.org/83153
14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피조물을 사다리 삼아)
http://www.ofmkorea.org/65641
13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평화로이 세상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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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참 좋다, 다 좋다!)
http://www.ofmkorea.org/41155
11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http://www.ofmkorea.org/5306
10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불효자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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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년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일
(유쾌한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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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연중 제26주간 금요일
(공짜 인생은 별로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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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연중 제26주간 금요일
(나는 지금 회개하지 않고 우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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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연중 제26주간 금요일
(불행한 줄도 모르는 불행에 대한 경고성 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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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연중 제26주간 금요일
(저주가 아니라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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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연중 제26주간 금요일
(행복하지 않은 자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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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연중 제26주간 금요일
(기적도 소용없는 불행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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