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그리운 밤에
진심은 그 지향이 무엇이건 아름답다.
진심을 키우는 이들,
이를 지키고 어려움 중에도 옹호하는 이들,
충실하며 속이 실한 단합은 얼마나 대견한가,
말없이 속으로만 서럽고 겸허한 회포를 키우며
가는 모가지 더 휘도록 기다리다가
결별의 눈길을 떠나간 이,
흡족히 눈물을 쏟아내고 떠나가 버린 그 자리에
돋아나는 애련의 꽃망울이
가을 하늘 아래 한 송이 들국화로 피어난다.
글라라,
나의 어머니,
내 가슴의 빈자리에 피어나 먼 하늘까지 향기로 가 닿는,
가을 철새들이 오가는 밤에 철새처럼 나에게 오시는 이,
보얀 물안개 속에 하얀 불빛으로 켜있는 꿈의 등대처럼
내 마음의 뱃전을 밝혀
어머니께서 드리던 긴 밤의 기도와 눈물의 기항지로 나를 안내한다.
새벽녘 잠 깨어 밤 되기에 이르도록
노동으로 갈라진 손등의 맨살에 잦아든 염원,
거기서 태어난 생명이
어머니의 나이가 되어 어머니를 회상한다.
생명의 모태로 돌아가는 이 귀환이
누군가를 살려내고 키워내는 일로 성취된다면
나도 사랑을 낳을 수 있으리라.
모성은 낳는 일 만이 아니라
가슴에 품어 길러내는 일이다.
내 가슴에 품어야 할 이들이 많다 해도
하나에 충실을 기해야지.
그리고 서럽도록 아름답게 길러내야지,
가을밤,
이른 새벽,
나의 염원을 담아
모성의 정으로
푸른 하늘에 기도의 향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