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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빕니다. 오늘은 연중 제17주일입니다. 오늘의 복음말씀은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가 등장한다하여 오병이어의 기적이라고도 불리웁니다. 또 이 이야기는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복음서 모두에 등장하는 기적사화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 기적사화는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말씀을 들으면서 생각되어진 몇 가지 것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먼저, 오늘의 제1독서인 열왕기 하권의 말씀에 등장하는 엘리사와 그의 시종의 대화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예언자 엘리사는 보리 빵 스무 개와 햇곡식 이삭으로 백 명의 군중을 먹인 기적을 베풉니다. 기적을 베풀기 위해 시종에게 보리 빵 스무 개와 햇곡식 이삭을 나누어 주라고 할 때, 시종은 이것을 어떻게 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 내놓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합니다. 이러한 시종의 태도는 오늘복음에서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시려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보였던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의 태도와 같습니다. 엘리사의 시종처럼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도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하고 반문합니다.
이러한 엘리사의 시종과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의 태도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성찰합니다. 서로 가진 것을 내놓으려하지 않고 움켜쥐고 있는 모습들을 성찰합니다. 내가 가진 것은 이렇게 보잘 것 없는 것인데 이것을 내놓아도 세상은 달라지지 않으리라 믿는 완고한 모습들을 성찰합니다. 어차피 세상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니 내가 가진 것을 나누어 주어도 아무 소용이 없으리라 체념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하는 모습들을 성찰합니다.
이렇게 내가 가진 것이 작은 것이라 하여 내놓기를 거부하는 모습은 서로에 대한 관심을 끊고, 서로에 대한 소통을 끊고, 서로에 대한 관계를 끊습니다. 예수님께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통해 일깨워 주시는 것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나눌 때에만 비로소 기적은 이루어진다는 교훈이라고 생각됩니다.

두 번째로 요한복음서에서만 유일하게 등장하는 “아이”라는 표현에 대하여 나누고자 합니다. 서두에 말씀드린데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네 개의 복음서 모두에서 발견되지만, “아이”라는 표현은 오직 요한복음에서만 발견됩니다. 즉, 공관복음에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제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요한복음사가가 “아이”를 등장시킨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고 그 의미를 생각해보고자 했습니다.
다시말한다면, 공관복음에서는 제자들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놓았고, 요한복음에서는 “아이”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놓았습니다. 이 차이가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는 중에 떠오르는 어떤 아픔이 있었습니다. 상처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수도원에 처음 입회하여 매우 의욕적이고 열정적으로 생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는 제가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겠다고 다짐했었고, 또 그렇게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책임을 완수할 뿐 아니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무엇이든지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때로는 도움의 요청이 없어도 나의 시각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난 너를 돕고 있는거야.”하면서 도움을 주려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그럴수록 형제들과의 관계가 더 어긋나져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나의 도움을 감사해하지 않는 형제들의 모습에 화가나고, 나의 최선을 알아주지 않는 형제들의 모습에 분노가 느껴졌습니다. 상당히 오랜시간이 흐른 후에야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조금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순수하게 내어주지 못함”이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을 순수하게 내어주는 법, 내어줌으로 만족하는 법을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오늘복음에 등장하는 “아이”라는 표현은 저의 이런 아픔들을 기억하게 했고, “아이”라는 표현을 통해 가진 것을 순수하게, 아무런 바람 없이 내어 주어야한다는 교훈을 얻습니다.

마지막으로 2독서인 에페소서 말씀에 등장하는 “일치”에 대하여 생각하고자 합니다. 사도바오로는 겸손과 온유를 다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사랑으로 서로 참아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 주신 일치를 보존하도록 권고합니다. 이 말씀이 복음말씀과 연관되어 생각됩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내놓을 때만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기고 일치의 끈이 생김을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보여주신 것은 서로 가진 것을 나누어 일치를 이루기를 바라신 마음에서 보여주신 것 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사람들, 일치의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특징은 서로의 것을 나눔에 있습니다. 이런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서로의 꿈과 이상을 나눕니다. 이들은 나눔으로써 일치하고, 일치하기에 나눕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분명히 나눔의 기적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군중들과 일치하기를 원하셨고 그 일치를 향한 지향이 기적을 가져왔습니다. 우리역시 끊임없이 나눔의 삶을 살기를 지향하며 나눔의 기적을 체험하며 살아야하겠습니다.

이렇게 오늘의 독서와 복음말씀을 듣고 제 나름대로 몇가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요약하자면 아무리 작은것이라도 나누면 기적이 시작된다는 것과 나눌때는 “아이”처럼 순수하게 아무런 바람 없이 나누어야 한다는 것과 그 나눔이 없이는 우리는 일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작은것이라도 순수한 마음으로 서로 나누어 일치를 이루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한 주간, 작은 것을 순수하게 나누어 일치를 기쁘게 체험하는 한주간이 될 수 있도록 미사중에 기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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