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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가면서 오는 한 현상에 대해서 저는 판단이 안 섭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생명에 대한 저의 태도입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을 죽이고 잡아먹는 것을 못 보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고기를 안 먹는 채식주의자도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 가면 산 낙지는 먹으면서
살아있는 낙지를 제가 보는 앞에서 펄펄 끓는 물에 집어넣으면
제가 뜨거운 물에 삶기는 것 같아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 먹을 때는 절대 시키지 않고
같이 먹을 때라도 쳐다보지 않지만
다 요리가 되면 또 잘 먹습니다.
그러니 제가 생명을 참으로 소중히 여기는 사람인지
아니면 한낱 겁쟁이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옛날에는 공동체가 원하면 먹기 위해 동물을 제가 잡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순종으로 명하면 어쩔 수 없이 하겠지만
도저히 죽일 수 없습니다.
전보다 생명을 더 소중히 여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제가 겁쟁이가 된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저의 죽음에 대해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습니다.
실제 죽게 되면 어떨지 모르지만 갈수록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끔직한 죽음, 폭력적인 죽음은 갈수록 두렵습니다.

이런 저에게 오늘 우리가 축일로 지내는 라우렌시오는 경이입니다.
라우렌시오 성인의 생애는 알려진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의 약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는 초대교회의 전통에 따라
신자들이 교회에 바친 공동재산을 관리하던
교황 성 식스투스 2세의 부제였고,
258년 식스투스 교황이 사형을 받게 되어 슬퍼할 때
교황이 그 역시 3일 안으로 자신을 따라 오리라고 예언하자,
라우렌시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교회 재산을 나라에 바치라는 로마 집정관의 말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소유물들을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고,
이에 분개한 집정관은 그를 체포하여 온갖 고문으로 괴롭히다가
석쇠 위에 눕히고는 구워 죽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그의 죽음과 표양이 로마의 회개와
로마에서 이교 종말의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막상 그리 죽게 되면 그걸 견디고 이겨낼 힘을 주님이 주시겠지만
제가 감탄하는 것은 그 전에 그런 죽음을 받아들이는 용기입니다.
어떻게,
어떻게 석쇠 위에서 구워져 죽는 것을
보통의 그리고 정상적인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단 말입니까?!
그러니 이 또한 주님께서 함께 하신 표시입니다.
유다의 세 청년, 사드락, 메삭, 아벳느고가 불가마에 던져졌지만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기에 아무런 화상도 입지 않은 것처럼
라우렌시오가 비록 육신적으로는 타 죽었지만
정신적 외상을 입지 않은 것도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는 표시입니다.

사람은 극한 상황이 되면 자기가 살기 위해 독기가 발동하여
무슨 짓이든 저지르고 심지어 태연히 살인을 하기까지 하고,
상대에게 할 수 없으면 자신의 손을 칼로 찌른다던지
유리를 입으로 깨물어 먹는다던지 극단적인 행동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자기가 살기 위해서입니다.
살기 위해 이런 독기를 발휘하는 정도까지는
인간적 힘만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죽음, 그것도 끔직한 죽음을 태연히 받아들일 수 있음은
하느님과의 사랑 관계에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자기가 살기 위한 독기는 자기는 살아도 열매가 없지만
자기가 죽는 신적 사랑은 자기가 죽지만
오늘 복음 말씀처럼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자기가 죽어 많은 열매를 맺는 이 사랑은
나이를 먹을수록 머리로는 이해는 가지만
그리 살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합니다.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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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소화 2009.08.10 20:02:38
    신부님~아침마다 신선한 영의 양식..감사의 인사도 못드렸네요.
    한없는 은혜의 시간되시기를 기도드릴께요.
    신부님을 만나게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 ?
    홈페이지 요셉 2009.08.10 20:02:38
    삶에서 복음으로,
    복음에서 삶으로,
    은혜의 시간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
    홈페이지 뭉게구름 2009.08.10 20:02:38
    "자기가 죽어 많은 열매를 맺는 이 사랑..."
    깊이 묵상 합니다.

    하느님과 함께 하면
    불 가능이 없다는 것을 명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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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마니또 2009.08.10 20:02:38
    신부님~피정 잘 다녀오셔요.. 몸도.. 마음도.. 영혼도.. 날마다 새롭게 더 새롭게... 은총으로 덧입혀 주시기를 기도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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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페이지 진주 2009.08.10 20:02:38
    은총의 피정이 되시길 멀리서나마 기도드립니다.
  • ?
    홈페이지 당쇠 2009.08.10 20:02:38
    28일까지는 말씀 나누기에 글을 올릴 수가 없습니다. 인터넷이 안 되는 곳에 가서 연피정 등을 하게 됩니다. 더운 여름, 몸 건강, 정신 건강, 영혼 건강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다녀와서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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