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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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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락.jpg


제  목 : 칠락 묵주기도의 성모(1963)

작  가 : 장발 (루도비코 : 1901-2001)

크  기 : 캠퍼스 유채 :88X128cm

소재지 : 작은 형제회(프란치스코 회) 한국 관구 박물관



묵주 기도의 전통은 가톨릭교회의 풍요로운 기도 전통에서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기도이나 넓은 의미에서 이 관행은 그리스도교,·힌두교,·불교·이슬람교 등에서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기에 딱히 카톨릭 기도라고 볼 수 없고 한마디로 인간의 깊은 심성에 바탕을 둔 최선의 기도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묵주 기도의 기원에 대해 구체적인 어떤 계기를 잡기는 어렵고 시대 상황에 따라 동시다발 적으로 교회 안에 일어나게 되었다. 근래에도 묵주 기도는 새로운 방법으로 시작되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프란치스칸 칠락 묵주는 1442년 어떤 경건한 수련자에게 성모님이 나타나셔서 가르쳐주신 것으로 프란치스칸 영성의 중요 부분인 기쁨이란 주제로 묵상키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진복팔단의 내용처럼 예수님의 생애에서 발견할 수 있는 기쁨의 일곱 가지를 집중적으로 묵상하는 것이다.


제1단 : 원죄 없이 잉태되는 동정 마리아 기쁨으로 예수를 잉태하심을 묵상합시다.

제2단 : 원죄 없이 잉태되는 동정 마리아 기쁨으로 엘리사벳을 찾아보심을 묵상합시다.

제3단 :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기쁨으로 예수를 세상에 낳으심을 묵상합시다.

제4단 :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기쁨으로 예수를 동방박사에게 보이심을 묵상합시다.

제5단 :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기쁨으로 예수를 성전에서 되찾으심을 묵상합시다.

제6단 :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기쁨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제7단 :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기쁨으로 하늘에 올라 천상 모후의 면류관을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이 작품은 교회 역사가 그리 길지 않는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성 미술의 표현에 있어 여러 부족이 있을 수 있는 현실을 과감히 극복하고 우리나라 수준에서 준수한 작품으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작가는 우리나라 가톨릭교회에 큰 초석이 되었던 집안 출신이다. 형 장면 박사는 프란치스코 재속 형제회 회장에다 국무총리를 하셨던 분이고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서양화를 공부하고 미국 유학으로 미술사와 미학을 공부하고 나서 오랜 기간 동안 서울 미대 학장직을 맡으셔서 이 나라 미술 교육에 초석을 놓으신 분이다.


이어 동생은 항공 공학계의 세계적 석학으로 「유동의 박리(flow separation)」를 저술한 장극 박사로 누가 뭐라도 해도 우리나라 명문 가문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집안 출신이었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큰 관심이 있던 그는 한국의 첫 서양화가 고희동(1886~1965)에게서 서양화를 배워 한국 교회미술의 선구적 인물이 됐고, 해방과 건국시기 서울대를 통해 전해진 그의 미술론은 한국 교회미술은 물론 한국미술에서도 빛나는 시금석이 됐다.


한마디로 당시 한국 실정에서 가장 자격을 갖춘 예술인으로 또 깊이 있는 신앙인으로 사회와 교회 예술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분이셨다.


특히 종교 미술에 있어 그는 개척자와도 같은 인물이었으며 작품을 많이 남기진 않았지만 선이 분명한 보석 같은 작품을 남긴 작가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작가는 1923년 미국에서 공부하면서 재속 프란치스코회를 알게 되어 서약 후 형 장면과 함께 이 땅에 프란치스칸 재속회를 교회 조직의 핵심으로 키우기 위해 노력했고 이런 노력에 의해 당시 한국 교회의 지도적 인사 중에 재속 회원이 많았고 작가는 예술인이었기에  작가의 영향으로 예술인들 중에 교회에 입교한 사람들이 많았다.


작가는 오랫동안 서울 미대 학장을 맡으면서 한국 미술계를 이끄는 독보적 존재로 활동하셨으며 성 미술의 보급에 있어서도 대단한 예언적 활동을 하셨다.


그의 교회 미술에 획기적인 선을 그은 것은 명동 대성당의 14사도의 제단화를 제작한 것이다. 1925년 본당 신부로부터 제단화 제작의 부탁을 받고 그는 깊이 고심한 후 경주 석굴암에 있는 본존불과 그 주위를 둘러쌓고 있는 여러 부처들에게 영감을 받아 독일 보이론 수도원 화풍에서 볼 수 있는 극도의 절제된 표현과 동양의 아름다움을 조화시켜 제단화를 제작했으며 오늘까지도 걸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작가는 일생 동안 그리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았는데, 이 작품은 작가의 말년 작품이기에 더욱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재속회원으로 당시 깊은 영성과 탁월한 인품으로 많은 존경을 받던 프란치스코 관구장 아폴리나리스 신부를 만나면서  프란치스칸 영성의 심원한 체험과 함께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게 되었다.


항상 걸출은 걸출을 알아보듯이 두 분은 오래 사귄 친구와 같은 깊은 우정에 빠지게 되었으며 정동 수도원 건축에 있어서도 작가는 실력 있는 제자들을 소개함으로서 준수한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이 작품은 프란치스코 수도회 한국관구 본관 축성식 때 봉헌된 것이다. 작가 자신이 프란치스코회 재속 회원이었고 또 존경하던 아폴리나리스 관구장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니 본인으로서도 심혈을 기울인 정성 어린 작품이었다,


작가는 생전에 작품을 많이 남기지 않았으며 그러기에  작품의 성격이 분명한데, 이 작품은 프란치스칸으로서의 그의 신앙 고백과 그의 프란치스칸적인 삶을 인도해 준 영적 지도자이며 도반이었던 아폴리나리스 관구장에 대한 우정의 기억이 담긴 작품이다.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이 한복을 입어서가 아니라 여러 면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함으로서 토착화의 성격이 드러나는 작품이다. 작가는 한국 교회 미술에 토착화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에 성공적으로 토착화의 시도를 했다. 일천한 우리 교회 역사에서 있을 수는 있지만 시도해야 할 것이 바로 토착화인데,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토착화의 진수를 보이고 있다.


그냥 한복을 걸친 어색한 인물이 아닌 교회 전통에서 영글은 비쟌틴 성화에서 볼 수 있는 중후함과 세련된 고구함을 담음으로서 격조 높은 성화로 평가되는 작품을 만들었다.


중앙 부분에  마지막 단인 7단의 ‘천상 모후의 면류관을 쓰신 성모님을 두고 좌우로 3단씩 나누어 칠락 묵주 기도의 내용을 표현했다

 

칠락_제3락.jpg


칠락_제4락.jpg


이 작품은 작가의 말년에 속한 작품이라 성숙도를 더하고 있다는 면에서도 의미 있지만 작가의 삶에 있어서 가장 어렵고 고통스런 순간에 남긴 작품으로도 의미가 있다.


예술가로서 그의 인생은 최선의 선의와 노력으로 주위의 인정과 평가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했다. 한국 미술의 핵심 요람인 서울대 미술대학 학장직을 맡으면서 미술대학의 입지를 정착시킨 공로로 그리 흔치 않는 작가의 흉상이 미술대학 교정에 세워질 만큼 인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그런데 이런 작가에게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청천벽력과 같은 고통이 따르게 된다. 사일구 혁명 후 새로운 민주정부를 세우기 위해 뽑힌 국민총리이며 형인 장면(요한) 박사가 박정희가 주도한 구테타 세력에 의해 실각되고 수모의 고통을 겪게 되면서 모든 것이 다 박살나는 충격을 겪게 되었다.


박정희 장군은 장면 정권이 무능하고 부패해서 자기들이 정권을 잡았다는 구실을 대며 자기의 폭거를 합법화했지만 장면 국무총리는 도시락을 싸들고 출근하면서 국가를 위해 헌신했던 한국 정치사에서 유일한 청렴 정치인이셨고 참으로 가톨릭 신자이셨다.


재속 프란치스칸이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는 사신 분이 일시에 국가를 잘못 다스린 정치 죄인으로 강등되었다. 군사 정부는 이승만 독재 정부의 잔재인 억압을 바로잡고 민주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시민들에게 자유를 준 과정에서 생기는 일시적인 소요 현상을 정치의 무능으로 몰아 세웠으나 이것은 민주화를 향하는 과정에 겪어야 할 잠시의 혼란을 인정해 준 혜안있는 지도자의 모습이었다.


장면 정부의 무능을 핑계된 것도 마찬기지이다. 도시락을 싸들고 출근하는 국무총리에게 무능의 탈을 씌운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이요, 부패할 시간도 없는 사이 총칼을 든 군인들에 의해 총리직을 떠나야 했다.


박정희 정부가 시행해서 성공한 굴직한 계획들은 장면 국무총리 시절 세워둔 것이었으니, 박정희의 구실은 너무도 이치에 맞지 않는 변명에 불과했다. 


작가는 1961년 교직을 사임하고 외교관으로 이탈리아 특명전권대사로 임명받아 발령을 기다리던 중 형인 장면 국무총리가 날벼락 같은 고통을 당하는 것의 후폭풍을 맞아 1964년 미국으로 망명의 길을 떠나게 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가 극도의 괴로움 속에 방황하면서 제작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숙연해진다. 그가 그 슬픔과 절망과 분노의 순간에 프란치스칸 기쁨을 그린 것은 그의 고통을 신앙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치열한 신앙의 투쟁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의 내용 보다 이 작품의 성격과 제작할 때의 작가의 현실을 보면 숙연한 마음이 생기게 된다.


나치 집권 시절 에디트 슈타인이라는 독일의 유명한 철학자는 참으로 인상한 인연으로 그리스도교로 개종한 후 갈멜 수녀가 되어 십자가의 베네딕다라는 수도명으로 살면서, 장상으로부터 십자가의 ‘성요한에 대한 연구’를 받아 하던 중 유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스실에서 죽음을 당했다.


이런 비참한 죽음으로 그의 연구는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으며, 전쟁 후 폭격 맞은 그의 수녀원의 폐허로 부터 발견된  원고들을 모아 미완성의 책이 출판되었으나 많은 지성인들은 그의 가스실에서의 죽음을 통해 이 작품을 완성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가스실을 향해 끌려가던 수녀가 자기 원장에게 여성으로서 필요한 물품을 보내달라는 부탁을 하는 메모에서 베네딕다 수녀는 다음과 같은 자기 체험의 글을 메모로 보냈는데, 이런 말이 있다.


“십자가의 길은 그 길을 걷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수녀는 결국 자기 방에서 십자가의 길에 대한 십자가 성 요한의 글을 묵상함으로서 십자가를 바로 깨달은 것이 아니라 죽음을 향한 가스 사형실로 끌려가면서 십자가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재속 프란치스칸으로서 성 프란치스코 영성에 대한 대단한 매력과 열망이 그의 예기치 못했던 실망과 불안 속에서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큰 영적 에너지로 승화된 것이 바로 이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프란치스칸 재속 회원으로서 본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순간에 하느님께 매달리며 신앙으로 그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작가의 신앙 여정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숙연해진다.  


프란치스칸 고전 중에 “잔꽃송이”라는 작품이 있으며 여기 8장에 “완전한 기쁨”이라는 내용이 있다. 소박하면서도 진솔한 삶을 원했던 초기 프란치스칸의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작품이기에 오늘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이런 관점에서 지난 세기 고귀한 우리 크리스챤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신앙으로 승화시킨 잔꽃송이로 볼 수 있어 주제, 구성, 작가의 인생이 어우러진 탁월한 성화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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