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칼과 표창과 창을 들고 나왔지만 나는 네가 모욕한
이스라엘 전열의 하느님이신 만군의 주님 이름으로 나왔다.
주님께서는 칼이나 창 따위로 구원하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기 모인 온 무리가 이제 알게 하겠다. 전쟁은 주님께 달린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그때그때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넘지 못하면 걸려 넘어지든지 가는 것을 포기하든지
해야 하고 그래서 그것을 넘어가기 위해서는 애를 먹어야 하고,
씨름을 해야 하며, 싸워서 이겨야만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아주 큰 문제가 있고 비교적 작은 것들도 있는데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문제였고 그래서 제일 치열하게 다퉜던 것은
인생 그 자체로서 왜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거였습니다.
가장 큰 문제였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10년을 싸웠는데
그런데 이 싸움을 통해 알고 나니 그것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고
그래서 그것을 알고 난 뒤에는 이것을 알기 위해
그렇게 오래 씨름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생각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살아가다 보면 의외로 아무것도 아닌 것에 걸려 넘어지고,
아무것도 아닌 것을 두려워하며 지레 지고 들어갑니다.
저는 내향적인 성격도 있고 수도원 안에서 내내 살았기 때문인지
모르는 사람을 새로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긴장이 되곤 해서
서품되고 본당에 처음 나갈 때 다양한 신자들을 만나기 위해
준비를 해야만 했고 그럼에도 신경성 탈모증으로 머리가 다 빠졌지요.
지금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여전히 낯가림이 있고 특히
일로서 중요한 사람을 만날 때는 피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이제는 처음 본당에 나갈 때와 비교하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게 있어 가장 한심한 것은 은행 일 보는 것과 같은 작은 일을
큰일로 생각하며 못한다고 하고 지레 겁을 먹고 지고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일은 일생 안 하고 살아왔지만 이곳 가리봉에 오면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는데 해보니 못할 것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싸우기도 전에 지레 겁을 먹고 지고 들어가는 것은 오늘 이스라엘
군대가 골리앗을 크다고 지레 겁먹고 지고 들어가듯 다 그것을
내가 감당하기에는 그 고통이나 어려움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앞서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기 전에 자살하려고까지 했던 것도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의미도 없는 삶을 고통스러운데도 굳이 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니 결국 고통 회피인데, 사실 너무 고통스러우면 죽고 싶지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제가 아는 한 분은 너무도 고통스러운 말기 암인데도 살고 싶어하십니다.
아직 어린 자녀들을 위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사랑 때문에 살아야 했고 자신의 삶도 사랑하게 되었으며,
그래서 하느님을 믿었고 기도했다고 합니다.
사실 사랑이 없었으면 그도 삶보다는 고통 없는 죽음을 선택했을 것이고,
하느님보다 죽음에서 고통 회피의 해결책을 찾았을 겁니다.
그러니 고통이 사랑보다 큰 사람이 고통의 회피로서 죽음을 택하는 것이고,
반대로 사랑이 고통보다 큰 사람은 고통을 무릅쓰고 삶을 선택할 것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영원을 살아가기 위해 죽음의 강을 건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웁니다.
물론 영원의 하느님을 믿기 때문이고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골리앗보다 크신 분임은 말할 것도 없고
죽음보다도 크신 분임을 믿고 고백하는 오늘 우리가 바로 이런 사람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수 억이 나를 미워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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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볼 수 있는 겸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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