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님께서는 동굴에서 임금님을 제 손에 넘겨주셨습니다.
임금님을 죽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저는 ‘그분은 주님의
기름부음받은이니 나의 주군에게 결코 손을 대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임금님의 목숨을 살려 드렸습니다."
안타깝게도 사울은 하느님께서 살아계시는 한 다윗을 죽이지 않겠다던
그 말을 깨고 다윗을 죽이려고 찾아나서고,
다윗은 그런 사울을 오히려 죽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사울을 원수로 생각했다면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겁니다.
그러나 다윗은 사울을 원수가 아니라 자신의 주군,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무엇보다 '기름부음받은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의 원수가 아니라 하느님의 '기름부음받은이'인 것입니다.
'나의 너'가 아니라 '하느님의 그'인 것이고요.
둘 다 하느님의 '기름부음받은이'인데
사울은 다윗을 자기의 적수로 생각하고 자기 손으로 죽이려고 하는데
다윗은 사울을 하느님의 사람으로 생각하기에
자기 손으로 죽일 수 없다고 합니다.
하느님의 것을 내가 복수하지 않고
하느님의 것에 대한 처분은 하느님께 돌려드려야 한다는 것이지요.
'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영화 제목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모르지만 나의 복수는 내가 하겠다는 그런 뜻일 거라고
짐작하는데 나의 원수는 내가 복수하고픈 마음이 우리에게 있지요.
이 말은 다른 사람이 복수하면 내 손에 피를 안 묻혀서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 손으로 꼭 복수해야 성이 풀리고 통쾌한데
다른 사람에 의해 죽게되면 그것은 복수한 것이 되지 않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것처럼 허무하게 생각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그럴 것입니다.
나의 원수인 한에는 내가 복수해야 성이 풀릴 것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사울이 하느님의 사람이라고 생각했기에
자기의 원수가 아니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다윗과 사울의 차이인데 차이는 이것뿐이 아닙니다.
사울은 다윗을 하느님의 사람이라는 것을 보지 못하는 것만이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자신이 하느님의 '기름부음받은이'라는 것도 못보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사울은 근본적으로 자기 정체성마저 잃은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람이 아니라 원수인 다윗을 죽이고픈 복수자일 뿐입니다.
정체성의 상실.
이것이 사람을 그렇게 다르게 만듭니다.
그런데 정체성을 상실해도 하느님의 사람은 여전히 하느님의 사람이지만
하느님의 사람이 아닌 사람으로 사는 것입니다.
옛날 예비군 훈련을 가면 신학생들과 의사들이 같이 훈련을 하는데
그때 의사들은 예비군복을 입는 순간 군바리가 되어 개차반들이 됩니다.
그 점잖은 사람들의 입에서 쌍욕이 나오고
지휘관이 명령해도 도무지 말을 듣지 않습니다.
그때는 참으로 이상하게 생각을 했는데 아마도
늘 점잖아야만 했던 의사로부터 일탈과 해방감을 누리고 싶었나 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본 사람을 얕잡아 부를 때 왜놈 또는 쪽바리라고 하듯이
군인을 군바리라고 하는 것은 군인을 비하해서 부르는 것인데
남자들은 군복을 입으면 스스로 자신을 군바리라고 비하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잠시 내려놓고 숫캐가 되거나 깡패가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은 앞서 봤듯이 해방감을 누리고 싶어서 하는
의도적이고 일시적인 정체성 상실이지만 사울의 경우는
결코 의도적이지 않은 정체성 상실이기에 그런 자신이 괴롭고 비참합니다.
혹시 지금 내가 신앙인의 정체성을 상실했다면
그 정체성의 상실은 어떤 것인지 사울을 통해 돌아보는 오늘입니다.
강론하셨는지 비교하면 더욱 풍성한 내용을 알 수 있으리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축복식/집들이를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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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연중 제2주간 금요일
(제자만 되지 말고 사도도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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