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Skip Navigation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한국관구, 프란치스코회, 작은형제회, 성 프란치스코, 아씨시, 프란치스칸, XpressEngine1.7.11, xe stylish

조회 수 1003 추천 수 0 댓글 5
매일미사 말씀 보기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Comment Print

No Attached Image

제가 사랑하는 복음 중의 하나.
그래서 한 자, 한 자 새기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그때에 예수님의 어머니와 형제들이 예수님을 찾아왔지만,
군중 때문에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누가 예수님께, ‘스승님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을 뵈려고 밖에 서 계십니다.’하고 알려 드렸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어제 아침, 돈암동에서 있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으로 가고 있는데
70대 초반의 노인이 마주 오고 있었습니다.
어제는 비가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우산도 없이 오는 것이었습니다.
등도 굽어 머리가 아니라 등으로 모든 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굽은 등이 여간 가엾지가 않았습니다.
노숙자임에 틀림이 없는데
가을밤의 추위를 밤새 몸으로 견뎠을 양반이 비까지 맞으니....
감기보다 더한 감기가 걸릴 것 같았습니다.

그제 밤 11시가 넘어 외국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서 돌아오는 길.
전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술이 잔뜩 취한 40대가 아예 전철 의자에 누워버렸습니다.
인생의 고단함이 잔뜩 배어있는 얼굴과 몸뚱아리.
마지막 차라고 하는데 이렇게 잠자다 내릴 곳에서 못 내리고
종착역에 가서 쫓겨나면 얼마나 난감할 까.
깨어 어디까지 가는지 확인하고 어떤 조치를 취할까 생각다가
긴 여행의 피곤함 때문에 어찌 되겠지 하고 그냥 내렸습니다.

그제의 께름칙한 마음이 남아 있었는지
비를 맞고 있는 노인네를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지나쳐 가다가 다시 돌아가 쓰고 가던 우산을 드렸더니
팔이 아파 우산을 들 수도 없다고 합니다.
어쩔 수 없지 하고 돌아서는데
아침을 못 먹어서 그런데 5천 원만 달라 합니다.
“5천 원만”이라는 말이 싫지가 않고 고마웠습니다.
저의 안쓰러워 하는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주는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5천 원을 도와드릴 수 있음도 다행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등짝으로 비를 맞는 노인네가 왜 그렇게 안쓰러웠을까?
그 노인네가 저의 어머니고
그 노인네가 바로 저,
머지않은 날의 저이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제 방에는 화분이 하나 있습니다.
오래 전 한 여름, 뒤뜰에 나가보니
저의 어머니가 잘 키우시던 꽃 화분이 배대기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결혼식 선물로 보내졌던 것 같은데 버려진 것입니다.
어머니 생각이 나면서 이럴 수는 없다 싶어 방으로 가져왔습니다.
내 비록 어머니께 쌀쌀 맞고 잘 찾아뵙지 못하지만
이 꽃을 어머니로 생각하고 잘 보살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전히 어머니께는 불효이지만
저는 어머니 때문에 그 꽃을 사랑합니다.

同一視.
사랑의 同一視.
이것이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실제적으로 보여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꽃을 어머니로 동일시합니다.
그제 전차의 40대를 저로 동일시합니다.
어제 70대 노인네를 예수님으로 동일시합니다.

바로 이 사람이
너의 형제이고
너의 어머니이고
심지어 너의 하느님이라고 하십니다.
서비스 선택
<-클릭 로그인해주세요.
댓글
?
Powered by SocialXE

  • ?
    홈페이지 이대건 2009.09.22 23:36:16
    잘 다녀오셨어요...
    나눔 고맙습니다.
  • ?
    홈페이지 지상 2009.09.22 23:36:16
    초로의 그 노인에게 다가가시는 신부님의 그 모습을 곁에서 뵙는듯 합니다.
  • ?
    홈페이지 요셉 2009.09.22 23:36:16
    그렇습니다.
    물리적으로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어야 하는 사람들과 맞부딪칠 때 마다,
    이웃사랑을 책임져야 히는 저의 행동반경이 어디까지일까!
    갈등하게 되고 그 때마다 떠오르는 복음의 바로
    “내 어머니와 내 형제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이 사람들이다.’”
    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제 뒷통수를 칩니다.

    물리적으로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을
    그냥 치나 치면 내내 마음이 찜찜하면서도,
    이러 저러한 이유로 나 몰라라 할 때가 많고,

    상대의 정신적 성숙을 위해 어디까지 견디어 주고받아
    주어야 하는가! 제 자신의 한계를 느낄 때 마다 고독해 집니다.

    예수님께서는 죽기까지 사랑하셨는데........

    고맙습니다.
  • ?
    홈페이지 쥬라블 2009.09.22 23:36:16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람들이 소중할 수 있다고 일깨워주는 말씀입니다.
    오늘 하루,
    작은 것에 충실할 수 있는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의 말씀 감사 합니다.
  • ?
    홈페이지 마니또 2009.09.22 23:36:16
    신부님~잘 다녀오셨군요..^^
    신부님 강론을 읽으며 마음이 점점 환해집니다.
    사랑하는 일도.. 날마다 하느님 뵙는 일도..
    모두 다 참 쉬운 일이네요..^^
    同一視...
    지금부터라도 同一視..그 사랑만 제대로 배울 수 있다면...

말씀 나눔

매일미사 독서와 복음, 그리고 성 프란치스코의 글 묵상나눔

  1. No Image 31Mar

    성주간 수요일-배반했을지라도

    배반의 밤은 점점 깊어갑니다. 배반의 밤이 깊어 가면 영광의 날은 밝아온다는 것이 어제와 오늘의 묵상 주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어제 복음의 묵상을 이어갑니다. 어제 저는 일은 虛事로 끝나도 사랑은 그것이 사랑인 한 실패도 없고 허사가 되는 일도 ...
    Date2010.03.31 By당쇠 Reply4 Views1049
    Read More
  2. No Image 30Mar

    성주간 화요일-사랑에는 허사(虛事)가 없다!

    오늘 복음의 주님은 마음이 산란하십니다. 그런데 주님도 마음이 산란하신가요? 주님의 마음이 산란하다는 것은 어떤 것이며 왜 그렇게 산란하십니까?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다는 뜻일까요? 그런 뜻일 겁니다. 여러 가지 마음이 오고간다는 뜻일까요? 그런 뜻이...
    Date2010.03.30 By당쇠 Reply4 Views1233
    Read More
  3. No Image 29Mar

    성주간 월요일-참으로 귀한 사랑

    저의 큰 약점 중에 하나가 사랑을 잘 받아들일 줄 모르는 것입니다. 가난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누가 선물을 주면 고맙게 받지 못하고 부담스러워 합니다. 하여 선물을 주신 분을 실망시켜드리고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지 않습...
    Date2010.03.29 By당쇠 Reply3 Views1034
    Read More
  4. No Image 28Mar

    주님수난성지주일-한 처음부터 시작된 구원

    평화를 빕니다. 오늘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의 정점을 찍는 부활을 준비하는 성주간의 시작입니다. 신앙의 정수가 모여 있는 기간인 만큼 많은 중요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 제가 가장 근래 묵상하고 생각했던 것을 가지고 함께 나눌까 ...
    Date2010.03.28 By김미카엘 Reply0 Views985
    Read More
  5. No Image 28Mar

    주님 수난 성지 주일-호산나의 주님

    오늘은 두 가지를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주님께서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심을 기념하고 주님께서 이 예루살렘에서 돌아가심을 기념합니다. 예루살렘 입성을 하실 때 주님의 마음은 어떠하셨을까? 입성하실 때 백성들의 열렬한 환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셨을까? ...
    Date2010.03.28 By당쇠 Reply1 Views1279
    Read More
  6. No Image 27Mar

    사순 5주 툐요일-우리의 아버지 하느님

    “나 이제, 그들을 사방에서 모아다가 한 민족으로 만들겠다.” “예수님께서는 흩어져 있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하나로 모으시려고 돌아가셨다.” 교회란 하느님 백성의 모임입니다. 하느님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인 것이지요. 그런데 모임이란 말은 흩어짐과 깊...
    Date2010.03.27 By당쇠 Reply3 Views1007
    Read More
  7. No Image 26Mar

    사순 5주 금요일-독선이 아닌 확신과 시비가 아닌 사랑이

    “마르고 미싸빕” 오늘 예레미야서에 나온 말입니다. 생소한 말이지만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사면초가의 상태에 몰린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참 부끄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지만 저는 마르고 미싸빕이 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마르고 미싸빕이 된 ...
    Date2010.03.26 By당쇠 Reply2 Views1384
    Read More
목록
Board Pagination ‹ Prev 1 ... 1168 1169 1170 1171 1172 1173 1174 1175 1176 1177 ... 1354 Next ›
/ 1354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