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나라의 때와 장소에 대한 성찰
재의 수요일을 며칠 앞두고
가톨릭교회의 전례 시기를 생각해 보았다.
대림 시기, 성탄 시기, 사순시기, 부활 시기, 연중시기,
그리스도의 생애를 중심으로 만든 전례 시기를 비롯하여
대축일과 축일, 기념일로 구성된 전례력을 보면서
거기에 젖어온 나의 수도 생활을 돌아보았다.
지금은 거기에 관심과 집착을 두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일은 언제나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하기 때문이다.
현재 안에 그분과 함께 존재하는 건
그러한 전례 시기에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고
하느님 나라의 때는 항상 지금과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하느님 나라의 장소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명백하다.
“하느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루가17,21
어느 한 장소에 국한되거나 제한을 두지 말라는 말씀이고
사랑이 있는 관계 안에서 발견하라는 말씀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선포하신 아버지의 나라는 은총과 자비와 용서의 나라이며
그 나라가 오는 때는 주님과 함께 있는 때가 바로 그때이며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머무시는 장소가 바로 그 나라이다.
하느님은 언제나 모든 곳에 계시고 어디에서도 발견되시는 분이시기 때문이다
그 나라는 지금 여기에서 우리를 위하여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발견하는 곳이 아닌가?
하느님의 자비로 용서받은 죄인들의 공동체가 그 나라가 아닌가?
죽음 뒤에 오는 하느님 나라를 추구하는 이들은 이러한 하느님을 놓치고 만다.
한없이 자비로우신 아버지의 품 안에서 누리는 자유
지금이 그때이고 여기가 그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