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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5일 사순 제 3주일

 오늘 제1독서와 복음은 ‘물’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 물이 상징하는 것은 제 2독서에 성령으로 구체적으로 나타납니다. 물을 통해서 영혼의 정화와 성령의 작용과 활동에 대해서 묵상해 보고자 합니다.

구약성서에서 물은 구세사적 관점에서 크게 4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현세적 응보수단으로서의 물의 역할을 나타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계약에 충실한가 아닌가에 따라 하느님께서는 물을 주기도, 거부하기도 하십니다. 따라서 물이란 하느님을 충실히 섬기는 이들에 대한 하느님의 축복의 결과이며 표시입니다(창세 27,28; 시편 133,3). 둘째로 처벌의 도구를 나타내는 데 이는 하느님께서 홍수, 폭우, 파도 등을 통해서 불의한 자들에게 재앙을 내리십니다. 셋째는 정화의 수단입니다. 물을 생명을 유지하는 힘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깨끗이 씻고 불결함을 제거해 주는 능력도 갖고 있습니다. 육신의 청결을 위해 사용되던 이 물은 흔히 도덕적 결백성으로 상징합니다. 몸을 깨끗이 씻는 여러 가지 정화 예식은 내적으로 마음이 깨끗해졌다는 사실을 의미하고 또 누구든지 지극히 거룩하신 하느님을 가까이 하려면 반드시 치러야 하는 예식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물은 사막을 과수원으로, 불충한 백성을 진실한 이스라엘로 변화시킬 수 있는 생명력을 지닌 하느님의 영을 상징합니다. 

바로 그리스도께서는 예언자들에 약속된 생명을 물을 인간들에게 전하기 위해 세상에 오셨습니다. 이 물은 창조주 하느님의 생명을 주는 힘인 성령 바로 그 자체입니다(요한 7,39. 신약에 와서 그리스도께서는 물을 통한 정화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정하셨습니다. 가나의 혼인 잔치에 사용한 물(요한 2,6)을, 영을 의미하기도 하고 정화하는 말씀을 상징하기도 하는(요한 15,3) 술로 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방식으로 정화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예고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시카르라는 동네의 우물가에서 예수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은 영혼의 목마름 속에 어둠 속을 거닐고 있었습니다. 이 여인은 애욕의 갈증을 채우기 위하여 이 남자 저 남자 품에 안겨보았지만 타는 목마름을 해갈하지 못하였습니다. 여인은 자신이 무엇을 목말라하는지조차 알지 못하였습니다. 

대화가 평행선을 달리자 예수님은 남편을 불러오라고 하며 여인의 아픈 곳을 건드리십니다. 남편이 없다는 여인의 말에 예수님은 여인의 어두운 과거를 들추어 내십니다. 여인은 이제까지 정식으로 혼인도 하지 않고 다섯 남자와 살았고 지금 살고 있는 남자도 남편이 아닙니다.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꿰뚫어 보시는 예수님을 여인은 예언자로 인정합니다. 

예수님이 주시는 생명수,곧 성령 말고는 어느 누구도 여인의 갈증을 해소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에게 가서 자기 과거를 다 알아맞힌 사람이 있는데,그가 그리스도인지도 모르니 같이 가서 확인하자고 부추깁니다. 동네 사람들은 여인의 말을 듣고 예수님을 찾아와 자기들과 함께 묵으시기를 간청합니다. 예수님은 부정을 탈까 봐 가까이하지 않는 사마리아 동네에 들어가서 이틀 동안 묵으며 생명의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직접 듣고 그분을 구세주로 믿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것은 영혼의 생명수인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이처럼 인간 안에 선험적으로 내재하는 참되고 완전하고 영원한 생명의 근원적 존재를 궁극적으로 갈망하는 것을 채워주는 것은 영혼의 생명수인 성령입니다. 바로 이 성령은 아무리 죄 많은 이들도 하느님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 죄에 갇혀 좌절하지 않고 그분의 자비와 사랑을 바라보며 충만한 기쁨과 희망의 삶을 살도록 이끌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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